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불붙는 중동, 위기의 K산업] 이재명 대통령 외교 대신 경제..."중동 위기 대응 총력전"

글로벌이코노믹

[불붙는 중동, 위기의 K산업] 이재명 대통령 외교 대신 경제..."중동 위기 대응 총력전"

이란 美 핵시설 파괴 보복 카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추진
봉쇄한다면 국제유가 최대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어
정유·석유화학·자동차·항공 등 전 산업군에 충격 불가피
"이란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가는 것 기대하기 어려워"
이란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 사진=아랍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란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 사진=아랍뉴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으로 확전 일로에 놓인 '중동 리스크'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글로벌 경제에 최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이 보복 차원에서 전 세계 석유·천연가스 수요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추진하면서 유가 상승, 달러 상승, 무역 운송로 폐쇄 등 글로벌 경제에 즉각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봉쇄 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유·자동차·항공 등 전 산업군에 광범위한 충격이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급박해지는 중동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계기 한·미 정상회담도 취소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22일(현지 시각) 미국의 자국 핵시설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최종 결정까지는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의결만 남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아라비아해와 페르시아만을 잇는 좁은 수로로,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5%,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99% 역시 이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이란의 봉쇄 가능성이 부각되자 국제유가는 요동쳤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2.06% 오른 배럴당 75.36달러, 브렌트유는 1.97% 상승한 78.5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81.4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해협이 실제로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된다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가격이 11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유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LNG 수출 통로인 만큼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유가의 상방 압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 전반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해협이 봉쇄돼 에너지 수급과 물류에 차질이 생기면 정유·석유화학·자동차·항공 등 전 산업군에 광범위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산업계는 에너지 수급을 걱정하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여전한 데다 거의 다 해상으로 수입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생산비 상승률은 3.02%, 제조업은 5.19%, 서비스업은 1.39%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해협이 봉쇄되면) 원유와 물류 운송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도 중동 정세 급변에 따라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했다. 당초 이 대통령은 회의 참석을 유력하게 검토해 왔으나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이후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중동 상황이 매우 위급하다"면서 "대통령실을 비롯해 전 부처가 비상대응체계를 갖춰 비상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란에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이 중 가장 빠른 보복 조치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면서 "아직 SNSC의 결정이 남았지만, 봉쇄를 하지 않더라도 선박을 나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란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넘어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해협 봉쇄가 첫 번째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은 전 세계 원유의 약 30%를 공급하고 있는데,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 공급망 전반의 위기 신호"라며 "결국 중동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미주 중심으로 거래처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