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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의회 승인 없는 전쟁”…트럼프 대이란 폭격, ‘헌법 위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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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의회 승인 없는 전쟁”…트럼프 대이란 폭격, ‘헌법 위반’ 논란

미국 워싱턴DC의 미 연방의회 의사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DC의 미 연방의회 의사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지시하면서 대통령의 전쟁 권한과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결국 미국 의회의 권한과 기능에 중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행동이 명백히 헌법 제2조상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행정부 입장과 달리, 실제로는 의회의 승인 없이 이뤄진 사실상 전쟁 행위로 볼 수 있다”는 법률 전문가들과 의회 관계자들의 비판을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의회 승인 없는 대규모 군사행동…헌법 해석 논란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의 헌법 제2조 권한, 즉 국가 이익을 위한 군사적 결정 권한을 근거로 삼았다. 백악관 법률팀과 법무부는 이번 폭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역대 정부에서 활용해온 법무부 법률자문국(OLC)의 관련 해석들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지메이슨대 일리야 소민 교수는 “이번 공격은 단순한 제한적 타격이 아니라 전쟁으로 간주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의회의 사전 승인 없이 진행된 점은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권한결의(War Powers Resolution)는 대통령이 미군을 분쟁에 개입시키기 전 가능하면 반드시 의회와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은 충분히 협의할 수 있었고 실제로 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 백악관, 위협 입증 대신 “관행 따랐다”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란 핵시설 폭격은 긴급한 미국 이익에 따른 조치이며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리비아 공습이나 부시 행정부의 파나마 침공 등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특히 “이번 결정은 국방부, 국무부, 중앙정보국(CIA), 법무부 자문국 등 주요 기관 법률 전문가들과 논의해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수석변호사 크리스 앤더스는 “이란 핵시설은 수년간 존재해왔고 미국을 갑작스레 공격할 조짐이 없었다”며 “이는 대통령이 급박한 공격을 막기 위해 선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헌법적 예외조항과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 의회 권한 되찾기 움직임…민주·공화 공동결의 추진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은 CBS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은 의회의 동의 없이 전쟁을 벌일 권한이 없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브리핑도 받지 못했고 회기도 없던 상황이었다. 즉시 소집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로 칸나 하원의원과 함께 매시는 공동으로 전쟁권한 결의안을 발의했고, 민주당 팀 케인 상원의원은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일지 여부에 대해 상원 전체가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관련 결의안에 대한 신속한 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지지…“역사적 전례 따른 결정”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번 공습은 제한적이고 필요한 조치이며 과거 여야 대통령들의 전례에 따른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하원과 상원의 고위 지도부와는 이미 논의했고 향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의회의 동의를 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조지타운대 스티븐 블라덱 교수는 CNN에 “역사적으로 대통령의 전쟁 권한 남용을 견제한 유일한 장치는 의회의 반발이었다”며 “지금이야말로 의회가 헌법과 제도적 책임을 되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CNN은 “이번 공습이 미국 내 여론과 국제사회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대통령의 독자적 군사행동이 반복된다면 헌법상의 견제와 균형 원리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