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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LH vs ‘생존권’ 구리시민… 안개 속 갈매지구, ‘정치적 중재’는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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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LH vs ‘생존권’ 구리시민… 안개 속 갈매지구, ‘정치적 중재’는 실종

"16억 투입했는데 보상은 10억"… 벼랑 끝 내몰린 원주민의 절규
지난 24일 구리시의회 김용현 의원이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서고 있다. 사진=갈매제일교회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4일 구리시의회 김용현 의원이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서고 있다. 사진=갈매제일교회
공익사업이라는 거대 담론이 개인의 삶을 집어삼키는 현장, 경기도 구리시 갈매역세권 개발사업이 ‘강제집행’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목전에 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법원 판결을 방패 삼아 ‘반토막 보상’을 강행하려 하자, 지역 정치권이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특히 구리시가 행정적 중재안 고시를 미룬 채 침묵하는 사이, 시의회가 직접 총대를 메고 LH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 민원을 넘어 지역 정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27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사건의 핵심은 현실과 동떨어진 보상 체계다. 갈매동 소재 갈매제일교회는 9년 전 토지 매입과 건축 등에 약 16억 5000만 원을 쏟아부었지만, LH가 제시한 감정평가액은 10억 7000만 원에 불과하다. 투입 원가의 65% 수준으로는 인근에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회 측이 붉은 천막을 치고 집단 농성에 돌입한 이유는 단순한 ‘더 받기’가 아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권’ 행사다.

지난 24일, 현장을 찾은 구리시의회 김용현 의원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다. 김 의원이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선 배경에는 구리시청의 ‘행정적 부재’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구리시는 주택 건설 사업계획 등 기술적 고시는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원주민을 구제할 ‘구체적 중재안’ 고시에는 함구하고 있다.
지역 정계관계자들은“김 의원의 이번 행보는 행정적 고시가 나오지 않는 교착 상태에서 ‘정치적 압박’을 통해 LH를 강제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고도의 정무적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공익을 말하려면 정당한 보상과 이주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LH의 의지 부족을 정면으로 타격했다.

갈매동 소재 갈매제일교회는 LH가 제시한 투입 원가의 65% 수준으로는 인근에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진=갈매제일교회이미지 확대보기
갈매동 소재 갈매제일교회는 LH가 제시한 투입 원가의 65% 수준으로는 인근에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진=갈매제일교회

현재 구리시청은 LH의 ‘법 집행’ 명분과 시민의 ‘생존권’ 요구 사이에서 심각한 정치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구리시가 아직 구체적인 중재안을 고시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은, 역설적으로 행정 내부에서도 이 사안을 해결할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지자체 입장에서 국책사업 시행자인 LH의 법적 권한을 강제로 정지시킬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법대로’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시민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이번 갈매역세권 사태는 향후 수도권 대규모 공공개발 사업 전반에 걸쳐 ‘보상 사각지대’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용현 의원이 예고한 ‘대규모 사업에 대한 강력 대응’은 향후 지자체와 LH 간의 협력 관계에도 적지 않은 균열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태 해결의 열쇠는 LH가 ‘법의 자구’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이주 대책을 제시하느냐, 그리고 구리시가 실질적인 중재안을 고시하며 행정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갈매지구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허한 법 논리가 아니라, 내일 당장 발 뻗고 잘 수 있는 ‘현실적인 삶의 터전’이다.

공식 고시의 부재는 행정의 무능 혹은 고민의 깊이를 뜻한다. 어느 쪽이든 피해는 시민의 몫이다. 구리시가 LH의 뒤에 숨지 않고 직접 중재의 전면에 나서야 할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강영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v40387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