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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대기획④ 산호에 기록된 '뜨거워진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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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대기획④ 산호에 기록된 '뜨거워진 바다'

제주에서 독도까지 번진 아열대화, 이동하지 못하는 생물이 증언하는 해양생태계 변화
제주 연안 해저에 형성된 연산호 군락. 제주 바다는 국내 산호류 분포의 중심지로 꼽히며 최근 아열대성 생물 출현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제주관광공사이미지 확대보기
제주 연안 해저에 형성된 연산호 군락. 제주 바다는 국내 산호류 분포의 중심지로 꼽히며 최근 아열대성 생물 출현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제주관광공사
독도 해저에서 산호가 자라고 있다.

한때 제주와 남해의 풍경으로 여겨졌던 산호류와 남방계 생물들은 이제 울릉도와 독도 해역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움직일 수 없는 생물의 분포 변화는 한반도 바다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 가운데 하나다.

1부에서 명태와 오징어 감소를 추적했고, 2부에서는 사라진 물고기들의 이동 경로를 살폈다. 3부에서는 물고기들을 움직인 힘인 해양열파와 고수온 현상을 분석했다.

이번 4부에서는 제주에서 시작돼 남해를 거쳐 울릉도와 독도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 바다의 아열대화를 추적한다.

제주에서 먼저 나타난 아열대화


한국 바다의 아열대화는 제주에서 가장 먼저 관측됐다.

8일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제주 연안 4개 정점에서 실시한 장기 어획시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기간 동안 확인된 어류 177종 가운데 74종이 아열대성 어종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어종 가운데 약 42%가 아열대성 어류였다. 수온 상승이 두드러졌던 2020년에는 아열대성 어류 비율이 47%까지 증가했다.

청줄돔과 아홉동가리, 거북복 등 남방계 어종의 출현 빈도가 높아졌고 일부 열대성 생물들은 정착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제주 연안 산호 군락 주변을 유영하는 청줄돔. 제주 해역에서는 청줄돔과 아홉동가리, 거북복 등 남방계 어종의 출현이 늘어나며 한반도 바다의 아열대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이미지 확대보기
제주 연안 산호 군락 주변을 유영하는 청줄돔. 제주 해역에서는 청줄돔과 아홉동가리, 거북복 등 남방계 어종의 출현이 늘어나며 한반도 바다의 아열대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제주 연안 산호 군락 주변을 유영하는 아홉동가리. 제주 해역에서는 아홉동가리와 청줄돔, 거북복 등 남방계 어종의 출현이 늘어나며 해양생태계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사진=서귀포/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제주 연안 산호 군락 주변을 유영하는 아홉동가리. 제주 해역에서는 아홉동가리와 청줄돔, 거북복 등 남방계 어종의 출현이 늘어나며 해양생태계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사진=서귀포/연합뉴스
제주 바다에서 관찰되는 변화는 새로운 물고기가 늘어나는 현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해조류와 무척추동물, 산호류를 포함한 생태계 전반의 변화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제주는 지금 한반도 바다의 미래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해역이 되고 있다.

울릉도와 독도에 나타난 변화의 신호


더 주목되는 변화는 동해에서 나타나고 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과 연구진의 공동 조사에서는 과거 제주 서귀포 해역에서 주로 확인되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의염통성게가 울릉도 해역에서 발견됐다.

1970년대 제주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반세기 넘게 제주를 대표하던 남방계 생물이 동해 중부 해역까지 북상한 셈이다.

의염통성게. 과거 제주 서귀포 해역에서 주로 확인되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의염통성게가 최근 울릉도 해역에서도 발견되면서 남방계 생물의 북상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국립생물자원관이미지 확대보기
의염통성게. 과거 제주 서귀포 해역에서 주로 확인되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의염통성게가 최근 울릉도 해역에서도 발견되면서 남방계 생물의 북상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국립생물자원관

독도와 울릉도 해역에서는 독도체레스(Dokdocheres), 아마로미존(Amalomyzon) 등 새로운 무척추동물 후보 종들도 보고됐다.

물론 특정 생물 한 종의 출현만으로 해역 전체가 아열대화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주를 중심으로 나타나던 남방계 생물들이 울릉도와 독도 해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은 한반도 해양생태계의 경계선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독도는 더 이상 차가운 동해의 끝자락만이 아니다. 한반도 바다의 미래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최전선이 되고 있다.

이동하는 물고기, 기록하는 산호


아열대화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물고기가 아니라 산호다.

방어와 참다랑어는 수온을 따라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부착 생물인 산호는 유충 시기를 지나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성체가 된 이후에는 스스로 이동할 수 없다.

그래서 산호는 바다의 장기적인 변화를 기록하는 생물로 불린다.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이 수행하는 국가해양생태계종합조사는 2015년 이후 전국 연안과 암반 생태계를 장기 모니터링하고 있다.

공개된 자료를 종합하면 국내 산호류 분포의 중심은 제주다.

문섬과 범섬, 섶섬을 비롯한 제주 남부 해역은 국내 최대 규모의 산호 군락지로 알려져 있다. 산호 분포 축은 제주에 머물지 않는다. 추자도와 거문도, 백도 해역을 거쳐 동해 방향으로 이어진다.

제주 서귀포 강정 앞바다의 연산호 군락. 전문가들은 산호 분포 변화가 한반도 바다의 아열대화와 난류 영향 범위 확대를 보여주는 중요한 생물학적 지표라고 설명한다. 사진=녹색연합이미지 확대보기
제주 서귀포 강정 앞바다의 연산호 군락. 전문가들은 산호 분포 변화가 한반도 바다의 아열대화와 난류 영향 범위 확대를 보여주는 중요한 생물학적 지표라고 설명한다. 사진=녹색연합

국가해양생태계종합조사가 확인한 산호 분포 지도는 제주를 중심으로 남해와 동해를 따라 북상하는 난류 축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산호가 나타난 위치는 바다가 오랫동안 따뜻해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생물학적 기록이다.

과거 제주와 남해를 중심으로 분포하던 산호류가 울릉도와 독도 해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은 난류의 영향 범위가 동해 중부 해역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부에서 살펴본 해양열파와 고수온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산호는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친 해양환경 변화를 몸으로 기록한다.

산호가 보내는 신호는 물고기보다 느리지만 훨씬 무겁다.

사라지는 바다숲


아열대화는 새로운 생물이 늘어나는 현상만 의미하지 않는다. 기존 생태계가 약해지는 현상도 함께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갯녹음이다.

갯녹음은 암반 지역의 해조류가 사라지고 암반 표면이 하얗게 변하는 현상으로 '바다사막화'라고도 불린다.

한국수산자원공단 조사 실태 기준에 따르면, 전국 연안의 갯녹음 발생 면적은 1만 4,054ha에 달한다.

특히 동해 연안 암반의 51.2%에서 갯녹음이 발생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제주 연안 역시 암반 면적의 35.2%에서 갯녹음이 관찰됐다.

미역과 다시마, 모자반 같은 해조류는 수많은 생물의 보육장 역할을 한다. 어린 물고기들은 해조류 숲에서 성장하고 갑각류와 저서생물은 그 속에서 살아간다.

바다숲이 사라지면 먹이망도 흔들린다.

산호 분포 변화와 갯녹음 확산은 서로 다른 현상이 아니다.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두 개의 신호다.

갯녹음이 진행된 연안 암반 지대. 해조류가 사라진 암반에는 성게류만 남아 있는 모습이 관찰된다. 전문가들은 갯녹음 확산이 바다숲 감소와 해양생태계 변화의 주요 신호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한다. 사진=한국수산자원공단이미지 확대보기
갯녹음이 진행된 연안 암반 지대. 해조류가 사라진 암반에는 성게류만 남아 있는 모습이 관찰된다. 전문가들은 갯녹음 확산이 바다숲 감소와 해양생태계 변화의 주요 신호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한다. 사진=한국수산자원공단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는 동해


국립수산과학원의 장기 정선해양관측 자료(1968~2024년)에 따르면, 최근 57년 동안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약 1.58℃ 상승했다.

특히 동해는 약 2.04℃ 상승해 서해(1.44℃), 남해(1.27℃)보다 상승 폭이 컸다.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는 바다가 바로 동해다.

제주에서 먼저 나타난 변화가 남해를 거쳐 동해와 독도로 확산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해양생물은 국경을 알지 못한다. 생물은 수온과 먹이를 따라 이동한다.

수온 경계선이 이동하면 생태계 경계선도 함께 이동한다. 명태와 오징어가 줄어들고 방어와 참다랑어가 늘어나는 현상도 결국 같은 흐름 안에 있다.

독도가 보여주는 한반도 바다의 미래


독도는 한국 해양생태계 변화의 최전선이다. 과거에는 동해 최동단의 외딴 섬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한반도 바다의 미래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거대한 관측소가 되고 있다.

제주에서 시작된 아열대화는 남해를 지나 동해로 이어지고 있다. 아열대성 어류 74종이 확인된 제주 바다와 의염통성게가 발견된 울릉도 해역, 산호류가 관찰되는 독도 주변 암반 생태계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국가해양생태계종합조사와 국립수산과학원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국내 주요 산호 분포 해역과 해역별 표층수온 상승 현황. 산호 분포는 제주를 중심으로 남해와 동해를 따라 이어지는 난류 축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료=국립수산과학원·해양환경공단/인포그래픽=AI 생성 및 자체 편집이미지 확대보기
국가해양생태계종합조사와 국립수산과학원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국내 주요 산호 분포 해역과 해역별 표층수온 상승 현황. 산호 분포는 제주를 중심으로 남해와 동해를 따라 이어지는 난류 축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료=국립수산과학원·해양환경공단/인포그래픽=AI 생성 및 자체 편집

한편, 일부 해양 조사와 연구에서는 울산 앞바다 동해가스전 수중 구조물 표면에서 산호류와 다양한 부착생물이 관찰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세계 여러 해역에서는 생산이 종료된 석유·가스 플랫폼이 시간이 지나며 해면동물과 따개비, 산호류가 정착하는 인공 암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해가스전 사례 역시 인공 구조물이 남방계 생물의 새로운 부착 기질로 기능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바다는 침묵하지만 산호는 기록한다.

명태와 오징어가 떠난 이유도, 방어와 참다랑어가 올라온 이유도, 독도 해저에 남방계 생물이 나타난 이유도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킨다.

제주에서 시작된 아열대화는 남해를 지나 동해와 독도로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 바다의 경계선은 지도보다 먼저 바닷속 생물들에 의해 다시 그려지고 있다.

독도의 산호는 한반도 바다가 겪고 있는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기록하고 있다.

다음 회에서는 바다가 바뀌면서 함께 변하고 있는 어촌과 수산업, 그리고 지역경제의 미래를 추적한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