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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 태양광 이후…시민 돈 3,100억 원이 전국 발전소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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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 태양광 이후…시민 돈 3,100억 원이 전국 발전소로 갔다

1만3,294명 참여…1,318곳 155.4MW 상업운전
624곳은 계약·인허가·공사 단계…지붕·유휴공간 활용 확대
6월 매출 46억 원·지급이자 30억 원…성장성보다 현금흐름이 관건
산지에 조성된 태양광발전시설 자료사진. 한때 빈 땅과 산비탈을 활용한 개별 발전사업이 빠르게 늘었지만, 최근에는 규제와 계통연계 부담이 커지면서 공장·창고 지붕 등 기존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사진=드림스타임이미지 확대보기
산지에 조성된 태양광발전시설 자료사진. 한때 빈 땅과 산비탈을 활용한 개별 발전사업이 빠르게 늘었지만, 최근에는 규제와 계통연계 부담이 커지면서 공장·창고 지붕 등 기존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사진=드림스타임
한때 태양광발전은 땅 있는 사람의 재테크로 통했다.

산길을 달리다 보면 논밭과 빈터, 산비탈을 가득 메운 태양광 패널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땅에 발전소를 세우고 생산한 전기를 장기간 팔면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다는 기대가 퍼지면서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산지 태양광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는 2018년 0.7로 낮아졌고, 산지는 사업이 끝난 뒤 복구해야 하는 일시사용 대상으로 바뀌었다.

설치 가능 경사도도 25도 이하에서 15도 이하로 강화됐다. 소규모 사업자에게 20년 고정가격계약을 제공하던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도 2023년 신규 참여가 종료됐다.
새 태양광발전소를 지을 수 없게 된 것은 아니다.

다만 빈 땅을 확보해 패널만 설치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공식은 약해졌다. 부지와 인허가, 공사비, 금리, 전력망 접속, 전기 판매가격을 함께 따져야 하는 사업으로 바뀌었다.

그 틈에서 또 다른 투자 방식이 커지고 있다. 땅도 발전사업 경험도 없는 개인들이 협동조합에 돈을 맡기고, 조합이 전국의 여러 태양광발전소에 자금을 넣는 방식이다.

한 사람이 발전소 한 곳을 소유하던 구조에서 여러 사람의 자금으로 수많은 발전소를 건설하는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울산 산업단지 공장 지붕에 설치된 햇살그린발전소 236호. 기존 건축물의 유휴 지붕을 활용해 산림과 농지를 훼손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하는 분산형 태양광발전소다. 사진=에이치에너지이미지 확대보기
울산 산업단지 공장 지붕에 설치된 햇살그린발전소 236호. 기존 건축물의 유휴 지붕을 활용해 산림과 농지를 훼손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하는 분산형 태양광발전소다. 사진=에이치에너지

땅 없이도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다


태양광발전에 돈을 넣기 위해 반드시 땅을 사거나 패널을 직접 설치할 필요는 없다.

햇살그린협동조합에 가입한 개인은 발전소를 직접 소유하는 대신 조합에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한다. 조합은 이 돈을 전국 태양광발전소의 건설과 운영에 투입하고, 전력 판매수익을 바탕으로 약정 이자를 지급한다.

가입과 자금 납입, 발전소 운영 현황 확인은 에이치에너지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모햇’을 통해 이뤄진다. 햇살그린협동조합은 모햇을 통해 모집된 조합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6월 기준 조합원은 1만3,294명, 누적 모집액은 3,100억 원이다.

태양광에 돈을 넣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


개인 자금을 재생에너지 사업에 연결하는 구조는 모햇만의 방식은 아니다.

루트인프라금융이 운영하는 ‘루트펀드’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 방식으로 태양광·풍력 발전사업자와 투자자를 연결한다. 투자자는 특정 사업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으며, 원금과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금융상품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지역의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처럼 조합원이 출자금을 모아 공공건물이나 유휴부지에 발전소를 세우고 수익을 배당하는 방식도 있다.

겉으로는 모두 ‘시민이 태양광에 투자한다’는 형태지만 돈의 성격은 다르다. 발전소 지분을 갖는지, 조합에 돈을 빌려주는지, 개별 사업에 대출하는지에 따라 수익과 위험, 원금 회수 방식도 달라진다.

햇살그린협동조합의 특징은 1만 명이 넘는 조합원의 자금을 모아 발전소 한두 곳이 아니라 전국의 발전자산에 나눠 투입한다는 점이다.

3,100억 원은 어떻게 발전소가 됐나


회사 측이 밝힌 ‘모집금 전액 발전소 투입’은 3,100억 원이 모두 당장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로 바뀌었다는 뜻은 아니다.

공시상 가장 큰 비중은 이미 상업운전에 들어간 발전소 자산이다. 그 밖의 자금은 건설 단계의 자산과 발전소 사업을 지원하는 단기 대여금으로 나뉘어 있다.

△ 상업운전 자산 2,294억1,300만 원(약 74%): 현재 전기를 생산해 매출을 올리는 발전소 자산

△ 건설 중 자산 621억1,300만 원(약 20%): 지붕 임대계약 등을 거쳐 발전소 건설에 투입된 자금

△ 단기 대여금 165억5,100만 원(약 5%): 발전소 건설과 사업 진행에 공급된 단기 자금

조합원이 가입할 때 낸 출자금은 별도로 13억8,3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수익을 만드는 중심은 상업운전에 들어간 발전소다. 건설 중인 자산은 실제 전력 생산으로 이어져야 하고, 단기 대여금도 사업 진행과 회수를 거쳐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기여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모집액의 크기보다 건설 단계의 사업을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가동 발전소로 전환하느냐다.

살그린협동조합의 누적 모집금 3,100억 원은 상업운전 중인 발전소 자산 2,294억1,300만 원, 건설 중 자산 621억1,300만 원, 단기 대여금 165억5,100만 원으로 나뉘어 투입됐다. 조합원 출자금 13억8,300만 원은 별도 항목이다. 비율은 모집금 기준 반올림. 자료=에이치에너지/재구성이미지 확대보기
살그린협동조합의 누적 모집금 3,100억 원은 상업운전 중인 발전소 자산 2,294억1,300만 원, 건설 중 자산 621억1,300만 원, 단기 대여금 165억5,100만 원으로 나뉘어 투입됐다. 조합원 출자금 13억8,300만 원은 별도 항목이다. 비율은 모집금 기준 반올림. 자료=에이치에너지/재구성


1,942곳 가운데 1,318곳이 전기를 만든다


햇살그린협동조합의 전체 발전사업 대상은 1,942곳, 249.5MW 규모다.

이 가운데 실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는 1,318곳이다. 설비용량은 155.4MW로 전월보다 발전소 39곳, 설비 4MW가 늘었다.

나머지 624곳은 건물 지붕 임대계약 135곳, 사업허가 104곳, 개발행위허가 149곳, 공사 중 236곳으로 나뉜다. 준비 중인 설비가 모두 가동되면 발전용량은 현재보다 94.1MW, 약 61% 늘어난다.

건설 중인 발전소는 지붕 임대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공장·창고 등 기존 건축물의 유휴공간에 들어서고 있다. 산림이나 농지를 새로 훼손하지 않고 발전설비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산비탈 중심의 태양광과 결이 다르다.

다만 계약과 허가 단계의 사업은 공사와 전력망 연결을 거쳐야 매출로 이어진다.

전체 발전소 숫자보다 준비 중인 624곳이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상업운전에 들어가느냐가 사업 성장의 성적표다.

6월 22.2GWh 생산…햇빛과 설비가 함께 늘었다


가동 발전소는 6월 한 달 동안 22.2GWh의 전기를 생산했다. 5월 18.2GWh보다 22% 증가한 규모다. 하루 평균 발전시간은 5.16시간이었다.

발전량이 늘면서 매출은 5월 36억8,100만 원에서 6월 46억4,5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2억9,800만 원, 영업이익률은 49.4%로 집계됐다.

6월에는 햇빛이 강해졌고 가동 설비도 4MW 늘었다. 회사는 AI 기반 발전소 관리시스템 ‘솔라온케어’를 이용해 설비 이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발전 손실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관리시스템이 햇빛을 늘릴 수는 없다. 대신 인버터 정지나 통신 장애, 패널 이상을 빨리 찾아 발전소가 멈춰 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전국에 발전소가 흩어질수록 현장을 일일이 방문하는 방식보다 원격 감시와 신속한 수리가 중요해진다.

매출 46억 원에서 이자 30억 원을 지급했다


이 사업의 핵심은 전기를 생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전기를 팔아 조합원에게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도 돌려줘야 한다.

6월 조합원 차입금에 지급한 이자는 30억2,400만 원이다. 매출의 65%에 해당하며 영업이익 22억9,800만 원보다 7억2,600만 원 많다.

회사는 매출 대비 지급이자 비율이 전월 81%에서 65%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발전량과 매출이 늘면서 이자 부담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영업이익과 이자비용은 회계상 서로 다른 단계의 항목이어서 한 달 수치만으로 전체 손익을 판단할 수는 없다. 태양광발전도 계절을 탄다. 햇빛이 좋은 봄과 초여름에는 발전량이 늘지만 장마와 겨울에는 감소한다.

결국 연간 전력 판매수익에서 운영비와 금융비용을 빼고도 현금이 남아야 한다. 발전소는 오랫동안 운영하는 자산인 반면 조합원에게 빌린 돈의 만기는 이보다 짧을 수 있다.

발전소가 벌어들이는 현금과 이자·원금이 빠져나가는 시기를 맞추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태양광의 미래는 밝지만 모든 발전소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세계 태양광 시장의 성장 방향은 분명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약 4,600GW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증가분의 약 80%를 태양광이 차지한다. 대규모 발전소뿐 아니라 기업과 가정의 지붕형 태양광이 함께 성장을 이끌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약 4,600GW 늘어날 전망이다. 태양광이 전체 증가분의 약 80%를 차지한다. 자료=국제에너지기구(IEA)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약 4,600GW 늘어날 전망이다. 태양광이 전체 증가분의 약 80%를 차지한다. 자료=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5년 말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는 5,149GW로 늘었고, 태양광 설비는 2,392GW에 이르렀다.

2025년 말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5,149GW 가운데 태양광이 4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풍력과 수력은 각각 25%, 기타 재생에너지는 3%다. 자료=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말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5,149GW 가운데 태양광이 4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풍력과 수력은 각각 25%, 기타 재생에너지는 3%다. 자료=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태양광은 연료를 사지 않고 햇빛으로 전기를 만든다. 모듈 가격이 낮아졌고 다른 발전원보다 비교적 빠르게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세계 시장이 성장한다고 개별 투자상품의 수익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지붕과 전력망 접속 용량을 확보해야 하고, 발전소를 제때 완공해야 한다. 생산한 전기를 어떤 가격에 판매하는지, 설비 고장과 출력제어를 얼마나 줄이는지, 이자와 원금 만기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수익을 가른다.

과거 태양광 사업의 핵심이 ‘어디에 패널을 깔 것인가’였다면 지금은 ‘어떤 자금으로 세우고, 어떻게 관리하며, 전기를 얼마에 팔 것인가’로 넓어졌다.

태양광 투자의 세대교체


산비탈과 빈 땅을 뒤덮었던 초기 태양광 사업은 규제와 시장 변화 속에서 문턱이 높아졌다.

대신 공장과 창고 지붕, 주차장,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여러 사람의 돈을 묶어 발전소를 세우는 방식이 커지고 있다.

햇살그린협동조합의 3,100억 원은 그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1만3,294명이 공급한 자금으로 1,318곳의 발전소가 실제 전기를 만들고 있다. 허가와 공사를 기다리는 624곳까지 가동되면 규모는 더 커진다.

하지만 모집액은 출발점일 뿐이다.

건설 중인 설비가 전기를 생산하고, 판매수익이 운영비와 이자를 감당하며, 만기에는 원금까지 돌려줘야 사업이 완성된다. 친환경이라는 명분과 높은 수익에 대한 기대도 이 과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

태양광 투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땅을 가진 한 사람이 발전소를 짓던 사업에서, 수많은 사람이 자금을 공급하고 플랫폼이 전국의 발전소를 연결하는 금융사업으로 모습을 바꾸고 있다.

3,100억 원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돈을 더 모으느냐보다 이미 모은 돈을 얼마나 오래 전기를 생산하는 자산으로 바꾸느냐에서 갈린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