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 은행면허로 예금·대출 확대…수익성은 월가에 뒤져
스위스의 34조원 추가 자본 요구가 변수
스위스의 34조원 추가 자본 요구가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다만 금융상담사 이탈과 월가 은행들과의 수익성 격차가 여전히 크다. 스위스 정부가 해외 자회사에 약 220억달러(약 33조7300억원)의 추가 자본을 쌓도록 요구하는 방안도 미국 사업 확대에 부담이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각) UBS가 단순한 유럽 은행이 아니라 세계적인 자산관리회사로 평가받기 위해 미국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UBS가 운용하는 고객 자산의 거의 절반이 몰려 있는 세계 최대 부유층 시장이다. 그러나 UBS의 미국 사업은 오랫동안 월가 경쟁사에 비해 낮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 미국 사업 수익성, 모건스탠리에 크게 뒤져
UBS는 2023년 스위스 정부의 지원 아래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했다.
이 인수로 유럽과 중동, 중남미, 아시아의 자산관리 사업은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크레디트스위스가 수년 전 미국 자산관리 사업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UBS의 미국 사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세르지오 에르모티 UBS 최고경영자는 2024년 초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이후의 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미국 자산관리 사업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당시 UBS 미주 자산관리 사업의 세전이익률은 10%에도 못 미쳤다. 모건스탠리 자산관리 사업의 지난해 세전이익률은 29%에 달했다.
UBS는 수익성을 높이고 새로운 고객 자금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미국 부유층 고객과의 예금·대출 거래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행동주의 투자회사 세비안캐피털은 2023년 말 UBS 지분 12억유로(약 2조110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세비안 측은 UBS가 세계적인 자산관리회사가 아니라 평범한 유럽 은행처럼 평가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UBS가 모건스탠리와의 기업가치 격차를 줄이면 회사 가치가 두 배로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금융상담사 수백명 이탈
UBS 미국 사업은 2023년과 2024년 새로운 고객 자금을 유치했지만 지난해에는 3개 분기 연속으로 자금이 빠져나갔다.
미국 사업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 과정에서 금융상담사 수백명이 회사를 떠났다. UBS 경영진은 신규 상담사를 채용하기보다 기존 인력의 이탈을 막는 데 상당한 시간을 써야 했다.
갈등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금융상담사의 보수체계 변경이었다.
UBS는 상담사들이 팀의 수익을 합쳐 성과급을 높일 수 있도록 한 기존 방식을 폐지했다. 경영진은 이 제도로 경쟁사보다 많은 보수가 지급됐다고 판단했지만 상담사들의 반발이 컸다.
UBS는 이후 보상과 복지 수준을 다시 높이는 등 보수체계 일부를 수정했다.
미국 금융상담사들은 고객과 직접 관계를 맺고 수수료를 중심으로 보수를 받는다. 고객이 주로 은행과 관계를 맺는 유럽식 개인금융 사업과는 문화적 차이가 크다는 점도 조직 개편을 어렵게 했다.
UBS의 금융상담사 수는 올해 1분기 572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884명보다 줄었다. 2024년 같은 기간에는 6079명이었다.
다만 최근 두 분기에는 금융상담사 이탈이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 1분기 세전이익 6870억원
조직 개편의 성과도 일부 나타나기 시작했다.
UBS 미주 자산관리 사업은 올해 1분기 4억4800만달러(약 6870억원)의 세전이익을 기록했다. 세전이익률은 13.7%로 올라 UBS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15%에 가까워졌다.
UBS는 계절적으로 자금 유출이 많은 2분기를 지나더라도 올해 전체로는 빠져나가는 돈보다 새로 유입되는 고객 자금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UBS는 미국 자산관리 사업이 수년에 걸친 전략적 전환 과정에 있으며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매출과 이익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UBS 미국 사업의 수익성은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에 여전히 크게 뒤진다.
안케 라인겐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1분기 실적은 긍정적이었지만 개선세가 지속되는지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 경쟁사에 맡긴 예금 230조원
UBS가 미국 사업을 키우기 위해 기대하는 핵심 수단은 지난 3월 승인받은 미국 전역 은행면허다.
이 면허를 활용하면 UBS는 자산관리 상담과 함께 당좌예금과 일반 예금, 결제, 대출 상품을 미국 전역에서 제공할 수 있다.
UBS는 자사 고객들이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 미국 경쟁사에 맡긴 예금이 약 1500억달러(약 2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고객이 주거래 은행에 예금을 맡기면 해당 은행의 금융상담사와 추가 거래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 UBS는 은행 계좌를 포함한 금융상품을 직접 제공해 고객이 경쟁사로 이동하는 것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UBS는 미국 사업 매출에서 예금과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7%에서 27%로 높일 계획이다.
일부 UBS 경영진은 이 계획이 성공하면 미국 사업의 이익률이 장기적으로 약 2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새 은행면허를 활용한 첫 금융상품은 2027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 억만장자에서 일반 부유층으로 고객 확대
UBS는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재산 규모가 작은 부유층으로 고객 범위도 넓힐 계획이다.
UBS는 그동안 억만장자를 비롯한 초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미국에서 UBS가 운용하는 자산 가운데 약 55%는 1000만달러(약 153억원)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초고액자산가의 돈이다. 미국 주요 경쟁사들의 초고액자산가 자산 비중은 약 3분의 1이다.
UBS 경영진은 초고액자산가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이들보다 재산 규모가 작은 고객을 늘려야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스위스 정부 추가 자본 요구가 부담
미국 사업 확대의 또 다른 변수는 스위스 정부가 추진하는 은행 규제 강화다.
스위스 정부는 크레디트스위스 붕괴에 대응해 지난 4월 대형 은행의 자본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UBS가 해외 자회사의 손실에 대비해 약 220억달러(약 33조7300억원)의 추가 자본을 보유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자본이 미국 사업에 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UBS가 월가 경쟁사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시장이 동시에 가장 많은 추가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지역이 되는 셈이다.
일부 스위스 정치인은 UBS가 미국을 포함한 해외 사업 일부를 분리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에르모티 최고경영자와 콜름 켈러허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FT는 지난해 UBS가 스위스 정부의 자본 규제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UBS 경영진은 수익성이 높은 세계적인 자산관리회사로 인정받기 위한 가장 큰 성장 기회가 여전히 미국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