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 제주 테디밸리
이미지 확대보기엄마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골프를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블씨'를 살려낸 선수가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도넛 가게 사장, 그리고 KLPGA 투어 선수인 박은수(37·클라우드시스템즈)의 이야기다.
6일 제주 서귀포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파72·6767야드)에서 막을 올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3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1억8000만원).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박은수의 이름은 다소 낯설다. 하지만 그가 지나온 발자취를 들여다보면 그의 클럽 하나하나에는 여느 선수보다 깊은 인생의 무게와 열정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남편의 내조와 골프패밀리의 힘
박은수는 삼남매가 모두 프로골퍼인 '골프 집안'이다. 부친이 골프관련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골프와 연을 맺었다.
박은수의 오빠 박은철(40)과 남동생 박은비(34)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다. 고교 1년 때 프로가 된 박은철은 중국 광저우에서 레슨프로 생활을 하고 있고, 박은비는 한국프로골프(KPGA)는 챌린지 투어에서 뛰고 있다.
수영선수 출신인 박은수는 '늦깍이'로 골프에 입문했다. 클럽은 처음 잡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하지만 골프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접었다. 부친의 강요(?)로 배운지 한 달만에 출전한 대회에서 이틀간 무려 28오버파 172타를 쳤다. 특히, 새 골프화를 신고하는 바람에 신발안은 피범벅이 됐다. 골프 하고 싶지 않아 클럽을 놓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훈련 비용을 벌기 위해 경기 여주의 해슬리나인브릿지에서 4년간 오빠와 함께 주말 캐디 생활을 병행하며 강훈에 들어갔다. 골프장측에서 라운드 특혜를 줬기 때문이다.
"정규 투어 자격을 얻는 것이 사법고시보다 힘들었다"는 그의 말처럼, 2009년부터 무려 7번의 낙방 끝에 '7전 8기'로 프로 자격을 얻었다.
지금의 남편이 "2년만 더 해보자"며 아파트까지 팔아 미래의 신부에게 투자했고, 정규 투어 자격을 따면 결혼하자는 약속 끝에 거둔 결실이었다.
이미지 확대보기프로 자격을 얻은 후에도 정규 투어의 벽은 높았다. 기량이 번번이 발목을 잡자 차선책으로 중국 투어에서 2018년까지 활동했다. 이후 아이들이 자라면서 잠시 프로 생활을 내려놓고 남편과 함께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한 뒤 도넛 전문점 '도넛킹'을 창업해 3호점까지 내며 사업가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가슴 한구석에 남은 골프에 대한 열망은 꺼지지 않았다. 이번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의 제주 추천선수 선발전 프로 부문에 도전한 그는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꿈에 그리던 KLPGA 정규투어 출전 티켓을 따냈다.
2016년에 설립된 가상화및 클라우드 서비스 & 솔루션 전문 회사인 클라우드시스템즈 이성배 대표의 배려로 테디밸리 코스에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그는 제주 특유의 변화무쌍한 날씨와 버뮤다 잔디 코스에 철저히 대비했다. 장타를 치는 MZ세대 선수들에 비해 거리는 짧지만, 230야드 안팎의 정교한 드라이버 샷과 높고 정확한 페어웨이 안착률을 무기로 코스 매니지먼트에 사활을 걸었다.
■진심이 통하다... '스폰픽' 후원과 새로운 출발
그의 영화 같은 재도전 스토리는 기업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안국건강은 박은수의 공식 후원사로 나섰다. 투어 프로 중 드물게 스폰서십 마켓플레이인 '스폰픽'을 통해 단막 광고 스폰서십을 맺고, 셔츠와 바지에 광고 패치를 단 채 대회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번이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죽기 살기로 코스 매니지먼트에 매달렸죠."
수영선수에서 늦깎이 골퍼로, 4년의 캐디 생활과 7번의 실패, 중국 투어 진출,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이자 도넛 가게 사장에 이르기까지. 박은수가 걸어온 모든 험로(險路)는 이번 대회 티샷을 정조준한 준비 과정이었던 것이다.
결과를 떠나, 이미 그는 인생이라는 코스 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버디'를 낚아채고 있다. 제주 테디밸리의 녹색 필드 위에서 그가 써 내려갈 다음 기적의 페이지에 팬들의 따뜻한 응원이 모아지고 있다.
안성찬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golfahn58@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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