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켄터키판 워터게이트' 美 정가 시끌

공유
0

'켄터키판 워터게이트' 美 정가 시끌

[글로벌이코노믹=온라인뉴스팀]미국 켄터키주에서 6선에 도전하는 미치 매코넬(71)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참모진과 상대 예비 후보에 대한 음해 전략을 논의한 내용이 언론에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매코넬 캠프는 이번 사건을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진 도청사건에 빗대 반대 진영이 꾸민 '켄터키판 워터게이트' 사건이라고 역공했다.
진보성향의 잡지 '마더 존스'는 9일(현지시간) 자사 웹사이트에 매코넬 캠프가 그동안 맞수로 거론된 여배우 애슐리 저드의 병력 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모의했다면서 회의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타진해온 저드는 최근 자진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마더 존스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녹취록에는 지난 2월 2일 루이스빌의 매코넬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전략 회의 내용이 담겼다.

매코넬의 육성이 담긴 12분 분량의 음성파일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폭스뉴스와 블룸버그 등 외신이 보도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매코넬 캠프는 저드의 우울증 치료병력과 종교적 신념 등을 주요 공격 대상으로 거론했다.

한 참모는 "저드가 2011년 출간한 회고록을 보면 여러 차례 자살 충동을 겪고 한때 신경쇠약으로 병원 신세도 졌다"며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동성결혼, 임신중절 등에 대한 저드의 지지를 언급하며 그녀가 기독교 전통을 '가부장제의 잔재'로 여긴다는 주장도 나왔다.

무엇보다도 참모진의 이 같은 열띤 논의에 화답한 매코넬의 한마디가 결정타를 날렸다.

녹취록 말미에 등장한 매코넬은 "이 시점에서 선거운동은 '두더지 잡기 게임'과 마찬가지"라며 "누구든 머리를 들이밀면 잡아 쳐내야 한다"고 참모진을 독려했다.

보도 직후 주드 측 대변인은 매코넬 캠프의 회의 내용에 대해 "개인의 파멸을 부르는 정치 공작의 또 다른 사례"라고 비난했다. 민주당도 "매코넬은 미 정가의 모든 문제점을 대변하는 살아있는 화신"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나 매코넬 측은 이번 보도가 선거캠프 사무실을 불법도청한 내용에 근거했음을 강조하며 연방수사국(FBI)과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매코넬 원내대표는 자신이 "워터게이트식 작전의 희생자"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본부를 도청하다니, 닉슨 시대나 나올 법한 얘기지만 이것이 바로 오늘날 미국 좌파 정치의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하지만 정작 논란이 된 회의 내용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녹취록 파문을 보도한 기자가 다름 아닌 '오바마 재선의 주역'으로 꼽히는 데이비드 콘으로 알려져 화제다.

마더 존스의 워싱턴지부 책임자인 콘 기자는 지난 대선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저소득층을 무시하는 이른바 '47%의 무임승차자' 발언을 한 동영상을 공개해 타격을 준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