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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닝 '적과의 동침'…월풀과 합작으로 글로벌 무대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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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닝 '적과의 동침'…월풀과 합작으로 글로벌 무대 진출

[세계로 도약하는 중국기업(4)] 중국 최대의 전자제품 유통 체인 '쑤닝'(하)
쑤닝그룹은 글로벌 시장의 수많은 노하우를 지닌 월풀을 통해 글로벌 진출의 꿈을 구체화했다. 자료=suning.cn이미지 확대보기
쑤닝그룹은 글로벌 시장의 수많은 노하우를 지닌 월풀을 통해 글로벌 진출의 꿈을 구체화했다. 자료=suning.cn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가전업계 글로벌 1위' '100년 장수기업' 등 화려한 타이틀을 가진 월풀(Whirlpool)에게 중국 시장은 명성에 치명적인 흠집을 기록하며 치욕을 안겨주었다. 지난 1994년 중국에 진출한 월풀은 15년 동안 수십억 위안을 투자했지만 성과는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중국 백색가전제품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고작 0.33%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의 '거물' 월풀이 중국 시장에서는 한낱 '개미'에 지나지 않는 소상공인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러한 월풀의 실수는 쑤닝의 성장전략에 가장 큰 도움으로 작용했다. 어쩔 수 없이 궁지에 몰린 월풀은 스스로 쑤닝과의 전략적 협력을 체결하기 위해 다가왔다. 쑤닝으로서는 글로벌 시장의 수많은 노하우를 지닌 월풀을 통해 글로벌 진출의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중앙에 집중된 월풀의 의사결정 방식은 본사의 느린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적자폭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료=suning.cn이미지 확대보기
중앙에 집중된 월풀의 의사결정 방식은 본사의 느린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적자폭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료=suning.cn

■ 월풀의 실수를 벤치마킹해 강력한 경쟁무기 장착


쑤닝은 즉각 월풀이 중국시장에서 실패한 이유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을 시작했다. 월풀은 자신들의 실수를 바로잡고, 중국시장의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쑤닝을 눈물겹게 바라볼 뿐, 결코 자신이 호랑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쑤닝은 당시 월풀이 중국시장에서 했던 치명적인 실수 두 가지를 찾아냈다. 그 중 하나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중앙에 집중된 의사결정 방식'이었다. 시시각각 발전하고 변화하는 중국 시장에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면 순발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중앙에 집중된 월풀의 의사결정 방식은 본사의 느린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적자폭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실례로, 1995년 월풀은 중국 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2900만 달러(약 330억원)를 투자해 '베이징설화'와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이듬해 1500만 달러(약 170억7000만원)의 적자를 보게 되었고, 월풀 중국 현지법인은 손실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960만 달러(약 109억원)의 최신형 설비를 수입해 역전을 시도하려 했다. 그러나 중앙에 집중된 의사결정 방식은 이러한 프로젝트의 결재에 무려 18개월이 소요됐고, 지속되는 적자와 시장 점유율은 최악의 상태로 치달아, 결국 월풀은 합작회사를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월풀의 또 다른 실수는, 중국 부유층을 상대로 고가시장을 공략한다는 최초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저가품질의 제품을 중국시장에 풀었던 것이다. 중국의 경제가 급성장하고 부유층이 늘어남에 따라 그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월풀의 전략은 현명한 선택이었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그동안 월풀은 어느 나라에서도 고가 전략을 구사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험이 전무했던 월풀은 좋은 전략에도 불구하고, 낙후된 생산라인을 그대로 사용했고 기술개선도 게을리 해, 애당초 전략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반면 경쟁사인 지멘스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성공적으로 포지셔닝 했다. 가격만 높은 것이 아니라 품질도 럭셔리하게 높임으로써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5년 동안이나 실패의 경험을 쌓은 월풀은 결국 중국 최대 가전 소매업체인 쑤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2010년 중국에서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새로운 친구인 쑤닝에게 주력상품인 에어컨을 비롯해 많은 상품을 위탁 판매하게 했다. 내부에 그 누구보다 강력한 라이벌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적과의 동침은 계속됐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쑤닝은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월풀과의 동침으로 강력한 무기를 장착한 쑤닝은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홍콩 시장을 기반으로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했으며, 2016년부터는 동종업계와의 M&A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유럽과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쑤닝은 경제력이 갖춰진 지역에서 약 500개의 지방 소도시를 타겟 시장으로 선정해 매장을 확장했다.이미지 확대보기
쑤닝은 경제력이 갖춰진 지역에서 약 500개의 지방 소도시를 타겟 시장으로 선정해 매장을 확장했다.

■ 거점도시와 타깃 명확하게 설정해 시장 변화에 즉시 대응

쑤닝그룹의 사업 부문의 특징은 거점도시와 타깃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소비층 변화에 따른 사업구조 조정이 매우 빠른 데 있다. 먼저 인구 10만 이상의 도시를 커버하고 가전제품 유통 규모가 1억 위안(약 165억3800만원) 이상인 현급 시장을 공략했다. 특히 지방 소도시 중 장쑤성, 저장성, 광둥성, 산둥성, 푸젠성 등 경제력이 갖춰진 지역에서 약 500개의 지방 소도시를 타깃 시장으로 선정해 매장수를 확장해 나갔으며, 이를 기반으로 주변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또한 쑤닝 매장은 초대형 매장인 엑스포형과 대형의 플래그쉽형, 중형인 엘리트형, 중소형의 네이버후드형 등 네 가지로 구분되는데, 대도시와 성도 등에는 엑스포형과 플래그쉽형 매장을, 현급 이상의 지방도시에는 플래그쉽 매장을, 3∙4선 이하 도시에는 네이버후드형 매장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3∙4선 도시에서는 브랜드 파워나 제품 종류 등에 있어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대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크게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중소도시에 엑스포형과 플래그쉽 등의 대형매장을, 대도시에는 네이버후드형의 소형매장을 보강 운영하기도 했다.

쑤닝은 창업 초기부터 서비스야 말로 쑤닝의 유일한 제품이며 최고의 상품이라는 구호로 서비스 경영을 펼쳤다. 자료=suning.cn이미지 확대보기
쑤닝은 창업 초기부터 "서비스야 말로 쑤닝의 유일한 제품이며 최고의 상품"이라는 구호로 서비스 경영을 펼쳤다. 자료=suning.cn

■ 서비스야 말로 쑤닝의 유일한 제품이며 최고의 상품

쑤닝의 핵심 경쟁력은 상권과 소비자의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서비스를 가장 중요시 한다는 데 있다. 창업 초기부터 쑤닝은 유통업의 근본이 서비스임을 강조해 왔으며, "서비스야 말로 쑤닝의 유일한 제품이며 최고의 상품"이라는 구호로 서비스 경영을 펼쳐왔다.

그로 인해 탄생한 것이 비수기와 성수기 재고량 조절 전략인 '비수기 마케팅'이다. 이는 비수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대량 구매해 비축한 뒤 성수기에 유통시키는 것이다. 얼핏 보면 매점매석과 비슷한 형태이지만, 사실은 완전히 다른 전략이다.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소비자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가전 시장은 무엇보다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만큼, 이러한 쑤닝의 서비스 전략은 충성고객을 쑤닝과 더욱 가깝게 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