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선전포고'를 주장하며 미 전략폭격기가 영공을 넘지 않더라도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미 주요 언론들도 리 외무상이 자위권을 언급한 점에 주목하며 '치킨게임' 양상의 미·북 대치가 이어질 경우 벌어질 수 있는 무력충돌 상황을 우려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엔총회 일정을 마친 리 외무상은 성명 발표는 이날 출국에 앞서 이뤄졌다.
리 외무상은 당초 예상됐던 시간보다 45분 늦은 오전 10시45분(한국시간 오후 11시45분)께 숙소인 뉴욕 유엔본부 앞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를 나와 준비된 성명을 발표했다.
리 외무상은 5분이 채 걸리지 않은 성명 발표 뒤 준비된 차량에 오르려다 따라간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하자 발걸음을 되돌려 "한마디만 더 하겠다"면서 "트럼프의 선전포고에 대처해서 모든 선택안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 지도부의 작전탁(작전테이블) 위에 올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리 외무상의 언급은 이틀 전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F-15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북한 동해의 최북단 국제공역을 비행하는 독자 '무력시위'를 펼친 데 대한 강력한 반발로 풀이된다.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도 "어떤 나라도 국제공역에서 다른 나라의 비행기나 배를 타격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로버트 매닝 국방부 대변인은 B-1B 랜서의 무력시위에 대해 "비행할 권리가 있는 국제공역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처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대통령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해 미·북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미 주요 언론들도 미·북 대치가 이어질 경우 벌어질 수 있는 무력충돌 상황을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리 외무상의 발언에 대해 "북한에 대한 '완전 파괴'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이후 북한이 가장 직접적이고 위협적인 대응을 한 것"이라며 "세계의 외톨이 국가가 자위권을 언급했다"고 지적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김하성 기자 sungh90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