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인한 흑인 남성 살해에서 비롯된 항의와 폭동, 이후 미국은 ‘평등주의’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고 ‘증오 범죄’를 의심받는 섬뜩한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극단적인 평등주의의 발로로 요즘 눈에 띄는 것이 각지의 동상 철거다. 인종차별주의였다는 꼬리표가 붙은 역사 속 인물 동상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그중에는 ‘신대륙 발견(발견이 아니라 단순히 원주민 땅을 침략한) 콜럼버스도 포함된다.
또 프린스턴 대학에서는 학교 건물의 일부에 붙여져 있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이름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그 밖에도 많은 대학이 인종차별주의자였다고 간주 되는 인물의 이름을 딴 건물의 이름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 ’증오범죄‘ 의혹 잇단 유색인종 자살 사건
그 한편에서는 폭동 후에 연달아 흑인, 히스패닉계 사람들이 6명이나 목매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장소는 포틀랜드, 로스앤젤레스 교외, 휴스턴, 뉴욕 등 제각각이며 남성 4명, 여성 1명, 그리고 소년 1명이다. 최초 시신이 발견됐을 때는 자살로 단정됐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증오 범죄‘에 의한 린치 살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휴스턴에선 사흘간 두 남자의 목걸이가 발견돼 주민들이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별도로 로스앤젤레스 서쪽 산타모니카에서는 흑인 남성의 사살 시신이 발견됐으나 남성이 총을 소지하면서 역시 자살로 단정됐다. 그러나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 같은 눈에 띄는 장소에서 잇따라 자살이 일어나면서, 흑인을 린치해 나무에 매달아 살해하는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시절에 행해진 일로 흑인이 그렇게 죽는 방식을 택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이번 폭동의 도화선이 된 조지 플로이드 씨를 비롯해 ‘경찰관에 살해된’ 흑인 희생자 6명의 사진이 매달리는 사건까지 있었다. 목매달기 사건에 힌트를 얻은 모방범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행동이 사람들의 분노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그러던 중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의 뉴욕 지구 지도자인 호크 뉴섬이 TV 인터뷰를 통해 “만약 이 나라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시스템을 불태우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뉴섬 씨는 1960년대 흑인에 의한 폭동을 언급하며 그 후 흑인의 소득이 격증해, 주택 구입 수도 증가한 사실을 언급했다. 또 이번 폭동에 의해 “전국에서 8명의 경찰관이 해고되었다”라고도 말했다. 이는 평화적인 항의 행동에는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고, 폭력적인 행동에 나서야 국가도 제대로 대응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찰 측의 피해도 크다. 전국적으로 일어난 폭동으로 사상 경찰관이 400여 명에 이른다. 또 라스베이거스 등 여러 도시에서 경찰관이 사살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그중에는 분명히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보이는 단지 백인 경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된 사람도 있었다.
■ 인종갈등 혼란 부추기는 극단주의 단체들
이에 대해 분노를 드러내는 사람이 ‘백인 지상주의자’들이다. 앞서 언급한 자살자들의 목줄에는 올가미를 만들 때 쓰는 ‘꼰줄’이라는 묶음 방법이 사용되었는데, 이 ‘꼰줄(Noose)’은 흑인에 대한 린치와 동의어였다. 조지 플로이드가 무릎에 목이 눌려 살해된 데 대해 무릎은 새로운 포승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백인 지상주의자’들도 나타났다. KKK(쿠 크룩스 클랜) 분장을 하고 항의 시위대에 차를 들이받은 사람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폭동을 선동한 것은 극좌주의자 ‘안티파’라고 성토했지만, 미국 내에는 백인 지상주의 단체의 악셀레셔니즘(혼란을 야기해 자기중심주의를 추진하려는 생각)도 일부 폭동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즉, 좌우의 극단주의 단체가 나라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극우와 극좌,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종과 백인이라는 두 가지 대립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극우 백인에겐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내세울 대상이 있지만, 극좌와 유색인종은 상징적인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흑인 지지율이 높다는 바이든이지만 정치적 입장은 중도고 히스패닉계에도 인기가 없다. 즉 대립 축으로는 약한 존재라는 점이다. 이 분단의 깊이가 올해 대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