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전 세계 명품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다. 신발과 가방 등 장인이 만든 고급 가죽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워 전 세계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가죽 가방의 경우 유럽 내 최대 수출국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이탈리아가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명품 브랜드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3월부터 두 달간 내려진 봉쇄 조치는 곧바로 매출 급감으로 이어졌다.
영국 BBC는 반전에 성공한 대표적인 브랜드로 ‘불가리’(BVLGARI)를 꼽았다. 공항 면세점이 주요 수입원인 불가리는 봉쇄령에 매출이 급감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재료 조달, 생산, 유통까지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었다. 이런 상황에도 불가리는 신상품 출시를 일정대로 강행했다. 그러면서 희소성을 내세운 한정판을 통해 소장가치를 높이는 전략에 집중했다. 예상은 적중했고 여름 이후 매출이 반등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중국 시장의 성장세다. 불가리 3분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 유럽 내 매출은 줄었지만, 중국에서의 매출은 급상승했다. 자산관리기업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인 루카 솔카는 중국이 유럽보다 먼저 봉쇄령을 해제하면서 명품 시장의 정상화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봉쇄 기간 억눌렸던 중국인의 소비심리가 사치품 구매로 한꺼번에 쏠렸다는 것.
솔카는 “외출 금지로 중국인의 저축이 늘었고 자연히 구매력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사치품 시장은 전년 대비 45% 팽창해 520억 달러(약 58조8492억 원) 규모로 올라섰다. 중국인들은 의류, 시계보다 고급 가죽 제품, 보석, 고급 와인 등을 주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온라인 유통 활성화도 큰 기여를 했다. 보수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명품은 매장에서만 판다”는 통념을 깨고 온라인 판매를 크게 늘린 게 도움이 됐다는 것.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