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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총공사비 17조원 '이스탄불 운하' 착공…경제성‧환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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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총공사비 17조원 '이스탄불 운하' 착공…경제성‧환경 우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일각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17조원 규모의 이스탄불 운하 공사를 강행했다.이미지 확대보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일각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17조원 규모의 이스탄불 운하 공사를 강행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이스탄불 운하' 기공식을 열었다. 총 공사비 150억 달러(약 16조9000억 원)에 이르는 이스탄불 운하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혼잡 완화가 목적이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고 닛케이가 27일 보도했다.

보스포루스 해협의 우회로로 건설되는 이스탄불 운하는 전체 길이 45, 400m 규모로, 흑해와 마르마라 해를 연결한다. 인공 수로의 대역사가 완성되면 현재의 자연적인 바닷길인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서쪽으로 3040㎞ 떨어진 곳에 새로운 물길이 만들어진다.

건설기업을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금까지 공항이나 다리 등의 대형 인프라 건설을 진행시켜 왔다. 이스탄불 운하에는 연 4만 척 이상의 배가 지나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혼잡을 완화하고 사고를 막아 시민의 안전이나 환경을 지키는 의의가 있다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주장한다.

그러나 이스탄불 운하를 둘러싼 터키의 여론은 양분되고 있다. 이스탄불 경제연구소의 3월 조사에 따르면 운하 건설 찬성은 42%, 반대가 58%로 나타났다. 반대 의견의 근거 중 하나가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되는 데 비해 그둘 수 있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경제성' 논란이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1936년 몽트뢰조약에 따라 터키가 주권을 행사하는 한편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돼 있다. 거의 무료인 보스포러스에 대해, 이스탄불 운하는 선박으로부터 통항료를 징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새 운하가 민간 선박의 루트로 선택될지는 미지수다.

보스포루스 해협의 혼잡도 예전에 비해 크게 해소됐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는 지난 15년간 4분의 3으로 줄었다. 선박이 대형화된 데다 가스관이 뚫리면서 유조선 수송 수요가 줄고 있는 탓이다.

새 운하의 환경 영향도 우려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마르마라 해에서는 올해 '바다의 콧물'이라 불리는 진물이 해면을 뒤덮었다. 걸쭉한 갈색 거품이 되어, 경관이나 어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오염물질로 영양과다가 된 조류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터키 정부는 운하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를 적절히 실시했다고 주장한다. 흑해의 바닷물을 마르마라 해로 끌어들이면 수질은 오히려 개선된다고 항변한다.

차기 대선에서 에르도안 후보의 대항마로 꼽히는 에크렘 이마모울루 이스탄불 시장은 지난 24일 "(운하 건설이) 마르마라 해와 이스탄불의 자연을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마모울루 시장은 대선에서 승리하면 운하 계획을 즉각 중단할 방침이다.

운하의 완성을 걱정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외자를 포함한 민간 자금에 기대하지만 구체적인 투융자 계획은 없다. 이번 기공식도 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 건설에 관한 것으로 운하 본체를 착공한 것은 아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