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여기는 워싱턴] 미국, 코로나19로 20년만에 첫 빈부 격차 축소 '기현상'

글로벌이코노믹

[여기는 워싱턴] 미국, 코로나19로 20년만에 첫 빈부 격차 축소 '기현상'

정부, 지원금 제공하고 인력난으로 봉급 오른데다 부동산 가격 상승
미국에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빈부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밸런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빈부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밸런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빈부 격차가 줄어드는 기현상이 발생했다고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위크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계를 인용해 미국에서 소득 순위 50% 이하 계층이 한 세대 만에 처음으로 그 전보다 나은 경제적 지위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연준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득 순위 50% 이하 계층은 연간 소득이 16만 6,000달러 (약 2억 원) 이하이고, 이들이 국가 전체의 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올라갔다. 소득 순위 50% 이하 계층의 총자산은 3조 7,300달러로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년 전에 비해 약 2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는 또한 2011년 당시와 비교할 때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연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말 현재 소득 순위 50% 이하 계층의 연평균 가계 소득은 5만 7,346달러이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 말 당시의 3만 378달러에 비해 많이 증가한 것이다.

미국에서 소득 순위 50% 이상~90% 미만의 중산층 평균 소득은 지난해 말에 75만 4,000달러 (약 9억 4,815만 원)로 집계됐다.
소위 순위 50% 이하 계층의 소득이 증가한 이유로는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난 해소를 위해 개인과 자영업자 등에게 제공한 대규모로 지원금이 꼽힌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지나면서 미국에서 극심한 인력난이 발생했다. 기업은 기존 직원의 이탈을 막고, 신규 직원 채용을 위해 봉급을 올리고 있다.

수레시 나이두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 매체에 “지난 1990년대 말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이 노동 시장에서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우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나이두 교수는 “만약 미국에서 인력난이 앞으로 1년가량 더 지속되면 저임금 노동자들이 저축을 늘리고, 거주지를 이전하며 학교 교육을 받아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간 소득 이하 계층의 소득 증가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적인 추세로 자리 잡을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에 달해 봉급 인상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미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저소득층 비율이 특이할 정도로 높다고 비즈니스위크가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간 소득보다 3분의 2 이하로 낮은 소득 계층을 저소득층으로 분류한다. 이 기준을 적용할 때 미국의 저소득층은 OECD와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비해 10%가량 많다.

이 저소득층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경제적인 수혜자가 되는 이변이 발생했다. 하버드대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2020년 초부터 미숙련공 일자리가 53% 증가했다. 이 기간에 미국에서 신규 채용 공고 건수가 평균 12% 증가했다. 올해 들어 비숙련공 구인난은 더욱 악화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통계에 따르면 비숙련공 인력난으로 인해 이들에 대한 봉급이 올해 4월을 기준으로 1년 사이에 6.4%가 올랐다. 비즈니스위크는 비숙련공만을 기준으로 하면 봉급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높다고 전했다. 올해 1분기에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임금 상승률이 저소득층은 3.4%였으나 다른 소득 계층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순위 50% 이하 계층의 늘어난 소득 중 약 절반가량이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다. 지난 2년 사이에 이 계층의 부동산 가격이 1조 달러가량 증가했다.

최근 들어 미국 주식 시장의 주가가 곤두박질쳤으나 소득 순위 50% 이하 계층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봤다. 이 계층이 주식이나 뮤추얼 펀드에 투자한 자산은 전체의 3% 미만이다. 그렇지만 소득 순위 상위 1% 내 고소득층은 자산의 절반가량을 주식이나 뮤추얼 펀드에 투자해 놓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