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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홍콩, 아시아 금융허브에서 시진핑 '지갑'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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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홍콩, 아시아 금융허브에서 시진핑 '지갑'으로 전락

해외 금융자금·인력 이탈 가속화
홍콩이 중국으로의 자본유출입 통로로 전락함에 따라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홍콩이 중국으로의 자본유출입 통로로 전락함에 따라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25년 전 중국정부는 홍콩이 중국의 통치를 받기로 돌아갔을 때 '일국양제' 모델 하에서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약속했다. 이제 시진핑 주석은 홍콩의 아시아 최고 금융 중심지라는 위상을 위태롭게 하면서 정치에는 '일국'과 경제에는 '2체제'라는 두 가지 별도 기준을 적용해 도시를 '지갑'으로 활용하고 있다.

홍콩에 대한 베이징의 관점은 지난 25년 동안 크게 바뀌었다. 1997년에는 중국 전체 경제의 18%를 차지했으며, 지금은 2%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수는 101개에서 1370개로 급증했다. 이들 기업은 홍콩 증시 시가총액의 78%를 차지한다.

홍콩에는 지난해 252개 중국 기업과 254개 미국 기업의 아시아 본사가 자리했다. 홍콩중문대 경제학과 테렌스 정 부교수는 1970년대 이전에는 '영국 기업의 시대'였고, 1980~90년대에는 리카싱 같은 현지 대기업들이 등장했고, 1997년 이후에는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성장이 도약하면서 홍콩을 집어삼킨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도시는 여전히 중요한 경제적 역할을 하고 있다. 찰스 리 전 홍콩거래청산 대표는 지난 25년 동안 "홍콩은 중국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첫 번째는 무역, 두 번째는 직접투자, 세 번째는 자본시장 (개발)"이라고 말했다.

홍콩은 또한 자본이 중국으로 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2021년에는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의 76%가 홍콩을 통해 유입되었는데, 이는 1997년의 46%에서 증가한 것이다. 중국 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 중 22%가, 채권의 경우 28% 홍콩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많은 중국 기업들은 또한 홍콩을 통해 해외 수익을 본국으로 송환한다.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달러는 미국 통화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홍콩에서는 자본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기모리 미노루 일본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업들이 중국 위안화 규제를 피하기 위해 홍콩을 자금조달과 글로벌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은 중국의 경제력에 힘입어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1997년 10%였던 금융서비스는 현재 홍콩의 국내총생산의 23%를 차지한다. 구라타 도루 릿쿄대 교수는 중국내 자본 통제의 자유화 속도를 늦추면서 "국가 경제 확대에 있어 홍콩의 역할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홍콩은 국제화 속도에 뒤처지고 있다. 현재 홍콩 전체 주식 투자에서 중국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인 반면, 미국 투자자들의 비중은 25년 전의 40% 이상에서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는 2014년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에 상장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접근 프로그램인 상하이-홍콩 스톡 커넥트가 출시된 영향이 크다.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에서의 IPO가 어려워지면서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이 홍콩에 상장하게 되었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 전문가들이 홍콩을 빠져나가면서, 점점 본토 중국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2021년 홍콩은 2019년 대비 50% 가까이 줄어든 해외 금융 전문직 종사자 약 2600개의 취업 비자를 발급했는데, 이는 본토 금융전문직 지원자들에게 발급된 2300여개의 비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홍콩은 지난 3월 말 기준 본점이 도시 외곽에 위치한 외국계 및 중국계 은행은 총 126개로 2014년보다 8% 감소했다. 127개 외국 은행가 운영 중인 싱가포르가 올해 19년 만에 홍콩을 추월했다.

외국 전문가들이 대거 이탈한 것은 금융권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수는 2019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 법률 전문가들이 급감하면 '일국양제' 틀의 기반인 홍콩의 사법체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대규모 민주화 시위에 이어 2020년 엄격한 국가보안법을 시행한 이후 홍콩에서도 큰 사회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중국의 조치와 결합되어 많은 미국과 유럽의 기업과 전문가들이 떠나도록 자극했다.

돈도 홍콩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홍콩의 헤지펀드는 지난 6월 운용 중인 펀드 규모가 802억 달러로 싱가포르에서 취급한 531억 달러와 일본에서 운용한 181억 달러보다 훨씬 크지만, 홍콩 수치는 2019년에 비해 17% 감소했다는 게 조사 전문가 유레카헤지 측의 설명이다.

법적, 정치적 기반이 불확실해지는 환경에서 전 영국 왕실의 식민지였던 홍콩이 언제까지 금융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