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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 중·러 홀대 '경제안보법'이 경제발목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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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 중·러 홀대 '경제안보법'이 경제발목 잡을 수 있다

일본이 경제안보법을 제정하면서 발빠르게 글로벌 공급망 등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안보법이 경제현실을 외면하고 정치적으로 치달을 경우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우려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이 경제안보법을 제정하면서 발빠르게 글로벌 공급망 등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안보법이 경제현실을 외면하고 정치적으로 치달을 경우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우려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일본은 미국의 가장 친근한 우방이다. 일본은 자국의 이익과 안보를 위해 미국이 구축하려는 세계질서를 누구보다 빠르게 읽고 서방의 친미정권보다 더 빠르게 이를 실천에 옮겨 미국과의 연대를 전 세계에 알려주고 있다.

트럼프가 미중경쟁을 무역전쟁으로 가져가고 경제안보 개념을 내세워 장차 기술패권 경쟁으로 갈 것임을 공공연히 내세운 가운데 바이든이 등장하면서 탈세계화를 모색하면서 미국이 구축한 경제적 세계화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은 곧 화답했다.
2022년 5월 일본 국회는 경제 안보법을 처리했다. 이 법안은 확장된 공급망으로 인해 발생하는 취약성, 중요 자료의 해외 소스에 대한 의존, 지적 재산권 도난에 대한 보호를 위해 도입됐다.

이는 21세기의 심화되는 지정학적 경쟁에 대해 일본이 보다 잘 대응하려는 일련의 조치 중 가장 최근의 조치다.

시의적절하고 논리적이기는 하지만 이 접근 방식은 국가의 기술 민족주의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코로나 위기 동안 일본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필수 제품을 외국 공급업체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경제 안보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정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광범위한 패키지를 준비했다. 국가안보실에 경제국 신설, 주요 부처에 경제안보과를 구성, 중국에 초점을 맞춘 법 집행 기관의 개편을 진행했다.

경제 안보법은 탄력적인 공급망, 중요한 인프라의 보안,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민관 파트너십을 통한 기술 기반 강화, 특허 비밀 준수 등을 핵심으로 다룬다. 자민당은 경제 안보가 전략적 자율성과 필수 불가결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달려 있다고 결론지었다.

첫 번째는 취약성을 줄이는 자립을 통해 달성되고 두 번째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일본의 역할과 중요성을 증가시키는 혁신을 통해 달성된다.
그러나 국가안보정책에서 경제안보에 더 비중을 두는 것에는 단점이 있다.

첫 번째는 일본이나 서방의 경제를 위해 언제든 상대국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지속적인 우려다. 이는 무역관계나 기술 교류에서 상호 불신을 전제하는 측면이 있다. 깊은 관계로의 발전이 어렵다.

일본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심사하고 주요 국가 자산의 외국인 취득을 방지하기 위해 2020년 5월에 개정된 외환 및 대외 무역법(Foreign Exchange and Foreign Trade Act)은 국가 안보에 대한 광범위한 정의를 채택했으며, 주요 내용은 재무부에 맡겼다. 국토부는 이 법을 일본 주가 시가총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경제안보법은 광범위하고 세부 사항이 미흡하다. 한 분석에 따르면 법안의 138개 섹션은 정확히 규정되지 않고 다음 정부 또는 장관 명령에 넘겼다.

해당 장관은 감독 대상을 결정할 권한이 있으며 지정된 사람에게 일련의 조치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보고서와 문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 재량권은 경제 안보라는 틀에서 정치인이 주도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보다는 외교안보나 정치적 측면에서 다뤄질 수 있음을 내포하는 것이다.

유연성은 좋은 것이지만 그러한 재량권을 남용하여 거의 모든 외국의 기업들이 일본에 투자하는 것을 막아 외국인 직접 투자가 가장 낮은 일본의 현 위치를 고정화할 수 있다.

또한 경제안보법은 보호무역주의 경향을 초래할 수 있고 프랜드 쇼어링에 해당하는 국가들간에 다자간 협력을 통해 경제 안보를 증진하려는 구상을 대내외에 드러냄으로써 일본의 경제 운신의 폭을 오히려 좁힐 수 있다.

일본은 이미 2021년에 호주ㆍ인도와 함께 공급망 복원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세 국가는 미국과 함께 공급망 보안을 사변형 안보 대화의 초점으로 삼았다.

또한 2022년 5월 정상회담에서 일본과 유럽 지도자들은 “핵심 인프라 및 공급망 복원력, 사이버 보안 및 수출 분야에서 우리 경제의 복원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일본이 첨단 기술에 대한 액세스를 보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서의 이미지를 홍보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협력의 한 표현은 장관급 미일 경제정책협의회의 구성이다. 이는 2022년 7월에 출범할 예정인 외교 정책 및 국방 분야에서 양국의 고위관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안보협의위원회 절차를 반영할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벌써 일본의 경제안보법이 세계 경제 질서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중국은 일본과의 교역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일본이 과연 중국과 거리를 두면 중국에 판매하지 못한 일본 제품을 판매할 대체 국가를 확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다.

또 다른 의제 항목은 신흥 기술을 식별 및 평가하고 개발을 육성 및 보호 하는 방법에 대해 정부 및 민간 부문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미 중국은 제조업 기술에서 최상급 분야와 독일ㆍ일본이 장악한 기술 외에는 자립 수준에 도달했다. 일본이 세계 최고의 주요 기술에 대해 중국에 협력하는 것을 중단할 경우 중국은 이에 대응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다시 줄일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에 대해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

보복은 보복을 부른다. 미중갈등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이 미국과 공조해서 중국에 경제안보법을 적용할 경우 중일관계는 악화될 것이고 동북아 정세는 불안정해 질 수 있다.

미국도 중국에 대해 관세 압박을 가했지만 물가 폭등에다 자국 내 중국을 대체할 제조 공장이 없어 관세 품목을 재조정하고 있다.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다.

이미 일본은 국가안보에 필수 원자재인 에너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러시아가 일본의 경제 안보에 대해 보복 차원에서 가스 공급을 계속해서 줄인다면 당분간 일본은 에너지 수급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