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반도체 전쟁] 미국 칩스법, 중국에 '선전포고' 한국엔 '손실'

공유
4

[반도체 전쟁] 미국 칩스법, 중국에 '선전포고' 한국엔 '손실'

미국의 칩스법은 중국에 대한 투자를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에게는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인 요소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칩스법은 중국에 대한 투자를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에게는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인 요소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반도체 관련 칩스법에 공식 서명했다. 이 법안은 미국내 칩 산업을 추진하기 위한 미국의 핵심 법안으로 오랫동안 주목을 받았다. 이 법안에는 칩 기업의 R&D 및 공장 건설에 대한 520억 달러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 외 중국 투자 제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

중국은 미국이 가하는 이와 같은 제한 조치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국은 미국의 칩스법이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억제하려는 의도를 감추고 있으며 사실상 반도체 선전포고라고 본다.
중국에 공장을 가진 한국에게는 추가 투자 기회 억제 및 이익 손실 불가피라는 반응이 나온다.

◇중국에 대한 명시적 투자 제한


‘칩스법’은 간단히 3개의 법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Part A는 ‘2022 칩스법’, Part B는 ‘연구 개발, 경쟁 및 혁신에 관한 법률’, Part C는 ‘2022년 대법원 보안 기금법’이다. 핵심은 파트 A와 B다.

보조금 수령자 자격에는 “연방 보조금을 받는 회사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특정 국가에서 특정 첨단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용량을 확장ㆍ구축 하는 것을 금지”한다.

다시 말해서, 칩 자금을 받는 회사는 중국 및 기타 특정 우려 국가에 특정 중요 칩 제조를 확장하는 것을 법률로써 금지하는 것이다.

특히 ‘칩스법’은 “연방 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에서 첨단 공정 칩 생산량을 크게 늘리는 것을 10년 동안 금지”한다.

다만, 반도체회사가 “시장 확대를 위해 기존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는 경우”에는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한. 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 기금을 받는 기관은 “매년 해외 재정 약정을 공개”해야 한다. NSF 자금 지원을 받는 기관은 지원 대상국가(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에 재정 지원을 공개하고 특정 상황에서 NSF가 “자금 지원을 축소, 중단 또는 종료”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러한 제한 조치는 칩 제조업체의 아웃바운드 투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의 서곡이 된다.

◇상대적으로 유연한 기술 임계값


한편, 이 법안은 첨단공정과 이른바 ‘전통 반도체’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시장은 일반적으로 28나노미터가 선진 공정과 성숙 공정의 경계선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이 법안은 “중국에서 28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을 대폭 늘리는 것을 금지하지만 28나노 이상 반도체는 일시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최첨단 공정 칩은 미국이나 미국의 친선국가들이 독점하고 중저가 칩 활용하는 전자제품의 경우 시장의 교란을 막기 위해 중국에서 생산을 허용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특히 이 법안에는 미국 상무장관은 국방장관 및 국가정보국장과 협의하여 수출 통제 및 기술 발전을 고려하여 산업 입력에 기반한 ‘국가 제조 금지에 대한 기술 임계값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재고’할 수 있다..

즉, 이 법안으로 “향후 10년 동안 중국에 대한 첨단 공정 투자는 제한되고 28나노미터 이상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법안의 파급 영향


신미국안보센터(Center for New American Security)는 “미국 칩스법에 의해 설정된 제한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첨단 칩 생산능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미국 정책 입안자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칩스법은 미국이 투자보조금을 통해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유인하고,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을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자격 요건을 제한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상 이 법안은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이 중국과 미국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시장은 일반적으로 이 법안의 최대 수혜자를 인텔, TSMC, 삼성전자와 같은 최첨단 칩 제조기업이라고 보았다. 이들 업체들은 이미 미국에 공장을 확장하고 설립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즉, 이 회사들이 칩스법의 ‘중국 투자 제한’ 조항에 해당하는 주요 기업들이다.

인텔은 미국이 중국 본토에 대한 칩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지 말라고 강력히 청원했지만 이는 무의로 끝났다.

현재 미국과 중국 본토에 칩 공장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TSMC와 삼성전자 가운데 현재 TSMC만이 본토에서 28nm 미만의 첨단 공정 칩을 생산하고 있다.

인텔은 “이 법안으로 자금을 지원받는 기업들은 중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본의 아니게 잃게 될 것”이라고 본다.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취약한 글로벌 칩 공급망을 방해하고 미국 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비용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제 미국은 중국의 메모리 공장들이 미국의 첨단 웨이퍼 생산 장비를 확보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에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신규 장비를 확보할 수 없고, 해외 고객을 위한 업그레이드도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중국 메모리 생산기지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메모리는 애플, 아마존, 메타, 알파벳에게 매우 중요하다.

삼성 중국 공장은 전 세계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15%를 차지한다.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칩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 법안 시행에 따른 징후는 공급망에 불확실성을 만들고 사재기를 촉발할 수 있다. 올해 초 중국 시안(西安)시 폐쇄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 시안공장 웨이퍼 생산 중단으로 시장 전반에 가격 변동이 발생했다.

한편, 웨이퍼 제조 장비는 웨이퍼를 생산하기 몇 달 전에 설치하고 철저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중국으로의 장비 선적 지연은 칩 산업에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애플 등 미국 기업이 삼성ㆍSK하이닉스의 메모리를 많이 사용하고 있기에 결국 법안 시행으로 어떤 형태로든 글로벌 임팩트가 방생할 수 있다.

미국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안보와 국익을 위해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과 고통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중국의 반응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칩스법안 처리에 대해 미국의 태도를 악의적 조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이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자국의 권리이지만 중국과 미국의 정상적인 교류와 협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은 중국의 과학기술을 박탈하고 훼손하는 것으로 중국의 정당한 발전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동시에 중국 외교부는 중국이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자력으로 어떤 제한과 탄압도 이겨내고 중국의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