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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 TSMC, 중국의 대만 침략에서 '인계철선'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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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 TSMC, 중국의 대만 침략에서 '인계철선' 될 수 있나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 사진=로이터
인계철선이란 전선(戰線)에서 침입해 오는 적들이 건드리면 폭발물이나 조명탄·신호탄 등을 터뜨려 적을 살상하거나 적의 침입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철선(鐵線)이다. 북한이 한국을 무력으로 침략하려고 할 때 주한미군이 인계철선이 된다.

과연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에 있어 인계철선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까?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은 동북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로 보는 중국 정책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중국은 대만을 둘러싼 6개 해역에서 포격훈련을 시작했다. 1995년 이후 가장 큰 무력 시위였다. 마치 항간에 나돌고 있는 2027년 전후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설의 전초전처럼 보였다.

중국과 미국 모두 대만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군사적‧전략적 관점에서 대만은 요충지다. 중국 연안에 있는 일련의 섬들은 글로벌 최고의 물동량이 흐르는 바다로 전적으로 미국 동맹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대만은 다른 이유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섬 중 하나이다. 그것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인 TSMC 본사와 반도체 공장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TSMC는 중국의 침략으로부터 대만을 구할 수 있을까?

TSMC는 팹리스 회사를 대신해 반도체를 제조한다. 반도체는 마이크로 칩 주요 구성 요소다. 거의 모든 기술 장치에 투입된다. 스마트폰, 컴퓨터 및 자동차에서 현재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것과 같은 전투기 및 미사일 방어용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용도가 다양하다.

현대 사회가 인간이라면 반도체는 뇌의 시냅스(정보와 정보의 연결) 기능을 한다.
대만은 인구 약 2300만 명의 작은 섬이지만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을 지배하고 있다. 전체 반도체의 약 66%가 대만에서 생산된다. 그리고 파운드리 56%는 TSMC에서만 제작한다. 삼성만이 16%의 점유율로 경쟁할 수 있다.

게다가 1990년대 후반에는 당시 가장 현대적인 칩을 생산하는 기업이었다. 칩은 작을수록 소비하는 에너지가 적고 더 강력하다. TSMC와 삼성만이 생산 가능하다. 최첨단 사양은 모두 이제 5나노미터 이하에서 만들어진다.

대부분 기계 장치는 10나노 미만에서 생산된다. 양자컴퓨터나 F-35 전투기 등 최신 기술의 핵심 부품이다.

2020년에는 10나노미터 미만의 반도체 생산에 대한 전 세계 매출의 84%가 대만으로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14%만 차지했다.

말하자면 TSMC는 파운드리 챔피언이다. 2021년 말 회사의 가치는 6000억 달러 이상이었다. TSMC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순위에서 9위에 올랐다.

TSMC는 중국과 미국에 없어서는 안될 기업이다. 반도체는 21세기의 석유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의 기능에 매우 근본적이어서 더 이상 단순한 산물이 아니라 지정학적 영향력의 수단이기도 하다. 이미 대만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인계철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흐름이 멈췄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나 알 수 있다. 코로나와 전쟁으로 반도체가 극심한 부족을 일으키자 세계 소비시장이 요동을 쳤다. 신차나 가전제품은 2년을 기다려야 하는 뉴노멀이 형성되었다.

TSMC는 경쟁에서 너무 앞서 있기 때문에 격차를 좁히려면 최소 10년이 더 걸릴 것이다. 삼성은 기술적으로 따라잡을 수 있지만 볼륨 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특수 설계된 칩을 개발 및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 테슬라 또는 무기 산업과 같은 고객에게는 TSMC의 부재를 상상할 수 없다. 미국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향후 몇 년 동안 자체 생산 능력 구축과 함께 ‘칩스법’을 사용하여 삼성, 인텔 및 TSMC의 새 공장에 52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다. TSMC의 애리조나 팹은 회사가 대만 이외의 지역에서 처음으로 건설할 것이며 새로운 5나노 칩을 생산한다. 2024년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TSMC는 대만에 3나노미터 공정을 도입하려고 한다. 2나노미터 칩 개발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이 520억 달러를 투자하는 동안 TSMC는 향후 3년간 연구 및 신규 공장 건설에 1000억 달러를 지출하려고 한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약 60%를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이 중 20%만 커버할 수 있다. 중국 최대 칩 제조사인 SMIC도 각종 제재 대상이다. 베이징의 확장 계획은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ASML에 SMIC 필수 공급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ASML은 최첨단 칩 생산에 사용되는 특정 장비를 제조한다.

중국이 대만을 차지하려는 의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대만에서는 중국이 침공할 경우 TSMC의 기반 시설을 파괴하겠다고 확실하게 말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긴다. 침공할 경우 세계의 첨단 제조산업이 멈추게 되는 데 이에 다른 손실과 비난을 중국이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짐이 너무 무겁다.

언젠가 중국은 침략의 대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데 성공해 TSMC를 장악해도 노하우를 인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TSMC는 미국, 유럽, 일본 기업이 지배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새로운 기술이나 장비가 유입되지 않을 경우 공장의 역량 발휘는 제한된다. 따라서 TSMC는 중국의 침략을 온전히 막을 수는 없다. 제한적 인계철선 기능 수행만을 할 수 있다. 회사 역할은 장애물 코스의 장애물로 비유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