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위안화는 한때 신흥 시장의 피난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위안화는 ‘킹달러’ (달러화 초강세) 앞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 8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전쟁을 본격화한 2018년 10월 이후 최장기 하락 기록이다. 올해 내에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 당 7위안이 무너지는 등 위안화는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게 월가의 대체적 전망이다.
위안화 약세는 신흥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위안화 약세에 따른 충격파가 중국 인접국뿐 아니라 아프리카, 남미 지역 국가들에까지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에 대한 수출이 줄어들고,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다른 나라들의 화폐 가치도 떨어져야 한다. 중국과 수출 경쟁을 하는 나라들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외신이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위안화 약세와 한국 무역수지 적자를 꼽았다. 한은은 코로나19 대유행 차단을 위한 봉쇄, 부동산 시장 부진, 60년 만의 불볕더위로 인한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폭주하는 ‘킹 달러’는 갈수록 기세를 올리면서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연준이 9월 20, 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 달러화가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월가의 전문가들이 전망했다. 킹 달러의 최대 피해자는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신흥국들이 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분석했다. 나이지리아, 가나, 이집트, 튀르키예를 비롯한 신흥국들이 자국 화폐 방어를 위해 외환을 동원하는 바람에 보유 외환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신흥국들이 달러화와 다른 통화로 쌓아놓은 외환보유액이 2008년 이후 가장 빠르게 줄어들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급증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외화보유액은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3790억 달러 감소했다. 환율변동 효과와 중국, 중동 원유 수출국의 대규모 외환보유액을 제외하면 신흥 시장에서 2008년 이후 가장 크게 외환 보유액이 감소했다고 JP모건체이스가 분석했다.
연준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유럽과 신흥국에 투자한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인 미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국 경제가 유로존을 비롯한 다른 나라 또는 지역에 비해 호조를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기가 왔을 때 미국이 강한 노동 시장과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 비율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잘 견딜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