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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미국 우선주의' 통화정책은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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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미국 우선주의' 통화정책은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

연쇄 금리인상 세계주민 고통
다른 나라 희생 강요하면서
자국 이익만 챙겨 비난쇄도

미국 연준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미국 우선주의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인플레이션을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 챙기고 이웃나라를 거지로 만드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연준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미국 우선주의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인플레이션을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 챙기고 이웃나라를 거지로 만드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미국 우선주의' 통화 정책이 글로벌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연쇄 금리 인상으로 나머지 전 세계 국가 주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사 매체인 '컨버세이션'은 "연준이 미국 경제에만 초점을 맞춘 통화 정책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를 촉발하고 있음에도 마치 다른 나라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를 비롯한 서구 매체들은 연준의 통화 정책을 '근린 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이라고 불렀다. 이는 다른 나라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자국의 이익만 챙긴다는 뜻에서 '이웃 거지 만들기 정책'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연준은 40여 년 만에 최고치에 이른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데 통화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연준은 21일(현지시간) 종료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0.75% 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연준은 이로써 6월, 7월에 이어 9월에 3연속 0.75% 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문제는 연준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준은 21일 FOMC 회의가 제시한 점도표를 통해 기준 금리가 연말까지 4.4%(4.25~4.5%)까지 오르고, 내년 말에는 4.6%(4.5~4.7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11월, 12월에 열리는 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가 1.25%포인트 인상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11월에 0.75%포인트, 12월에 0.50%포인트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월가는 예상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 예고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연쇄 금리 인상으로 국제 외환 시장에서 달러화가 폭등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 한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나라들이 자국 화폐 가치 폭락으로 비상사태를 맞았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로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급락함에 따라 1997~1998년 당시와 같은 제2의 아시아 금융 위기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역내 영향력이 큰 엔화와 위안화의 폭락으로 신흥 시장에서 공포감이 커져 대규모 자금 이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경상 수지 적자 규모 등을 보면 위기가 왔을 때 한국 원화, 필리핀 페소화가 가장 취약하고, 태국 바트화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하다고 맥쿼리 캐피탈의 트랑 투이 레 이코노미스트가 미국 언론에 말했다. 영국의 언론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원화 급락을 막으려고 보유 외환을 총동원하고 있고, 미국 연준과 통화 스왑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 각국의 차입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자국 화폐 가치 하락으로 수입품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물가 상승 압력과 함께 외채 상환 부담, 자본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다른 나라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라이언 플랭크 미국 미시시피 대학 교수는 미국 언론에 "세계 각국의 보유 외환 중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다"면서 "세계 각국은 자국 화폐 가치 방어를 위해 보유 외환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금과 석유 등 세계 주요 상품이 달러화로 표시돼 있어 달러화 가치 급등으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기업과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처럼 에너지 순수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큰 폭의 원자잿값 상승에 환율 상승까지 더해져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달러화 강세로 세계 각국의 외채 상환 부담도 증가했다. 국제금융센터(IFC)에 따르면 한국·태국·튀르키예·헝가리 등 20개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달러 표시 부채 비율은 2019년 말 23.5%에서 올 1분기 평균 24.6%로 1.1%포인트 상승했다. 연준의 금리 연쇄 금리 인상에 맞춰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서둘러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위험 자산과 환차손 등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 투자한 자금을 미국으로 옮기는 자금 이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