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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라늄은 美·EU의 '아킬레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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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라늄은 美·EU의 '아킬레스건'

농축 우라늄 20% 러시아에 의존

미국과 유럽연합의 러시아 제재 아킬레스건인 우라늄.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에서 농축 우라늄의 20%를 수입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유럽연합의 러시아 제재 아킬레스건인 우라늄.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에서 농축 우라늄의 20%를 수입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핵연료에 의존해 원전을 가동하고 있어 이것이 서방의 러시아 제재 아킬레스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전비 조달을 차단하려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규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과 EU가 단기간 내에 러시아가 생산하는 우라늄 수입을 중단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러시아는 세계 우라늄의 40% 이상을 농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농축 우라늄의 20%가량을 러시아에서 조달하고 있다. 미국 내 전기 생산을 위해 가동 중인 93개 원자로에서 사용하는 우라늄의 4분의 1 이상을 러시아가 공급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최신 제재안에서 러시아의 원자력 분야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프랑스는 전력의 67%를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프랑스는 러시아산 핵 연료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랑스가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로사톰(Rosatom)과 긴밀하게 유럽 원전에 사용되는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공급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았다. 유럽국가들은 특히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등으로 인해 올겨울 에너지난에 직면할 위기를 맞았다. 유럽연합 국가들과 함께 미국도 원전 가동을 통해 전력을 충당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미국과 EU는 러시아 에너지 분야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서도 원전 가동에 필요한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입을 계속하고 있다. 국제 환경 단체 등이 강도 높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나 대규모 에너지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서방 국가들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게 급선무이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처를 단행했고, 오는 12월 5일부터 EU와 함께 러시아산 원유를 일정 가격 이하에서만 거래하도록 규제하는 원유가 상한제를 시행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다음 단계로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의존에서 탈피하려고 한다.

제니퍼 그랜미 에너지부 장관 지난달 29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 참석을 위해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해 현지에서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에서 농축 우라늄 생산을 대폭 확대하려고 초당적으로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랜홈 장관은 오는 2025년까지 농축 우라늄의 생산 확대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는 뉴멕시코주에 있는 유렌코가 소유한 상업용 우라늄 농축 시설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 유렌코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의 컨소시엄이다.
미국 민주당은 당장 농축 우라늄 저장소 건설을 지원하려고 한다. 그러나 백악관은 농축 우라늄 저장소 건립 지원 비용으로 15억 달러의 예산을 편성해달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백악관은 우라늄 채굴부터 농축 및 저장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서둘러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은 세계 1위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인 로사톰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으나 이런 제재가 글로벌 전력난을 촉발할 수 있어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로사톰 전 세계 농축 서비스 시장에서 36%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렌코 그룹(Urenco Group)은 30%로 2위이고, 그 뒤를 이어 프랑스의 오라노(Orano)가 14%, 중국 기업이 12%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에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우라늄 제품의 16%를 조달했다. 미국에서 러시아는 각각 22%를 공급하는 캐나다와 카자흐스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유럽​​연합은 2020년에 러시아에서 20%의 우라늄을 조달했다. 동유럽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러시아제 원자로를 사용하고 있어 핵연료도 러시아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국가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산 핵연료 수입을 계속하고 있다. 광산에서 추출한 우라늄을 원자로 연료로 전환하는 데 3~5년이 소요돼 유럽 국가들이 단기간 내에 러시아산 핵연료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