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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첫3선 룰라의 브라질은 '미래의 나라'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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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첫3선 룰라의 브라질은 '미래의 나라' 될 수 있나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에 당선된 룰라(오른쪽).이미지 확대보기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에 당선된 룰라(오른쪽).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브라질의 대자연과 풍부한 자원, 인적 요소를 높이 평가하고 ‘미래의 나라’라고 규정했다. 과연 드골 예측처럼 ‘미래의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실제 브라질은 세계 다섯 번째 면적을 가진 나라이다. 열대 아마존 우림은 지구의 허파 기능을 수행한다. 광활한 대지에서 나오는 대두와 사탕수수, 커피, 육우는 세계인의 식량과 기호식품이 되고 있다.
브라질은 1일 300만 배럴 석유를 생산하는 국가이며 인구는 2억1000만 명이다. 인구 가운데 실제 일할 수 있는 인력은 1억 명 정도로 결코 적지 않다.

남미에서 가장 부강한 국가이며 민주진영을 대표한다. 1824년 독립을 선언할 당시 미국은 최초로 독립 국가로 인정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브라질은 개도국의 리더, 신흥강국을 대변하고 있지만 2030년 이후 G10에 들어가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제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자원 수출 의존도가 높아 경기변동에 민감하다. 2021년 GDP는 3조6000억 달러로 향후 성장률도 제조업 기반이 높지 않아 2% 내외를 보일 전망이다.

2035년 브라질의 GDP는 3조9000억 달러, 2050년에는 7조5000억 달러이다. 인도의 경우 2050년 GDP가 28조 달러, 인도네시아는 10조 달러에 뒤진다.

하지만 브라질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주목하는 미국과 중국의 브라질에 대한 구애는 강해지고 있다. 미국은 전통 우방으로 브라질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보여왔다. 브라질 인재를 유학생으로 널리 받아들이고 기술과 과학을 전달하고 있다. 브라질 민주주의가 튼튼해야 남미가 좌파에 물들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브라질을 경제적 관점에서 주로 본다. 브라질 교역 국가 가운데 1위이다. 경제를 바탕으로 브라질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브라질 주요 무역 파트너에는 중국, 미국, 아르헨티나,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한국, EU가 있다.

◇브라질의 미래가 높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부패’와 ‘분열’


브라질은 식민지 이후 군부 독재 등을 거치면서 국가의 발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건전한 세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 부와 권력을 가진 기득권 세력들은 안주하려고 했다.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싸웠다. 수십 년간 계속된 정쟁은 행정 난맥, 법치 왜소화, 빈부격차 심화, 교육 기회 확대 차질을 초래했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수감자 수가 가장 많다. 정치권력이 교체될 때마다 가장 주요한 국정목표로 반부패운동을 전개한다. 하지만 부패청산은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에 정치 세력들은 주요 이슈에 대해 극단으로 분열되어 국론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최저임금제 도입, 재정 확대를 위한 증세를 두고 극렬한 입장 차이를 보인다.

원자재를 판 수입으로 인프라를 건설하고 제조업 기반을 구축하는 일에는 큰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너무 많은 자원과 넓은 땅이 제조업 기반 국가로 전환을 막는 걸림돌이 되었다.

브라질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마존 열대 우림의 파괴다.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농업이 6%에 불과하지만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은 아마존 열대 우림에 살고 있는 가난한 농민의 삶을 파괴하고 땅을 싼값에 사들여 여기에 대두와 사탕수수 등을 심는다. 자연환경의 파괴는 심각하고 노동의 착취는 심각하다.

도시화도 발전을 막는 원인이다. 인구의 84%가 도시에 살고 있다. 광활한 토지의 체계적 관리와 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 남동부 지역 인구가 38%를 차지하고 있다. 8000만명이 특정 지역에 몰려 있다. 지역의 고른 발전이 늦어지는 이유다.

이번 대선에서 브라질은 양극단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불과 1.8%, 200만표로 당락이 결정되었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지도층의 분열과 정권이 교체가 되면 정책의 일관성을 잃게 되고 큰 변동성을 초래했다.

◇좌파 정치인 룰라가 이끄는 브라질의 향방


이미 두 번의 대통령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룰라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했다. 하지만 50.9% 대 49.1%에서 보듯이 불과 1.8% 차이의 역사상 최대 박빙 승부 끝에 당선되었다.

룰라는 기득권층에 민감한 이슈인 최저임금 인상, 교육 기회와 소득 이전 프로그램 확대를 재정과 증세로 뒷받침하는 공약으로 당선됐다. 룰라는 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규제타파와 아마존 열대 우림 개발 확대 금지를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극우세력 대변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처음에 패배를 인정하지 않다가 결국 패배를 수용했다. 하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룰라를 사기꾼 내지 범죄자라고 주장한다. 룰라를 지지하지 않은 5,800만 명의 유권자들은 룰라에게 여전히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대선에서 승리한 룰라를 지지하던 노동자와 농민, 서민들은 기득권을 대변하는 세력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격하게 반응하고 있다.

브라질 경제는 코로나와 공급망 혼란,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인플레이션이 9% 수준에 달한다. 가처분 소득이 줄어 구매력이 약해지면서 가계와 기업 모두 힘든 상황이다.

브라질 자원 수입의 큰 고객인 중국도 코로나 봉쇄정책으로 수입을 줄였다.

국내 갈등이 쉽게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룰라는 우선 열대우림 보호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인도네시아와 콩고에 ‘열대우림 OPEC’ 결성을 제안하고 환경 보존을 위해 COP27로부터 기부금을 받자고 제안했다.

열대우림 소유권을 가진 기득권으로부터 기부금으로 이를 사들이거나 환경이 파괴된 열대우림에 나무를 심는 사업을 하자는 것이다.

국가에 돈이 부족하니 지구의 허파 기능을 하는 열대우림을 COP27 돈으로 해결하자는 아이디어이다.

룰라의 움직임에 대해 미국은 물론 중국도 주시하고 있다. 미중패권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가운데 중남미의 대표주자인 브라질이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는 글로벌 질서 재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 룰라는 좌파 성향답게 중국에 친화적이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반드시 친중 노선을 걸은 것이 아니다. 룰라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기보다는 양쪽 모두로부터 친구가 되는 실리 전선을 걸으려는 속내를 내비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