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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폭스콘 정저우공장 사태, 인도엔 '절호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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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폭스콘 정저우공장 사태, 인도엔 '절호의 기회'

세계 최대 애플 아이폰 생산시설로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위치한 폭스콘 공장. 사진=폭스콘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애플 아이폰 생산시설로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위치한 폭스콘 공장. 사진=폭스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환자 발생에 따른 중국 정부의 고강도 코로나 제로 정책으로 장기간 봉쇄되면서 노동자들이 집단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심각한 인력난에 봉착해 정상 조업에 비상이 걸린 폭스콘 정저우공장의 문제를 일개 기업의 문제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계 최대 애플 아이폰 생산시설인 이 공장이 애플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일뿐 아니라 중국이 세계 최대 글로벌 제조업계 공급망을 유지하는데 있어서도 필수불가결한 사업장이라서다.

중국 정부까지 개입해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근무한 퇴역 군인을 상대로 폭스콘 공장에 취업할 것을 호소하고 나선 것은 정저우공장이 글로벌 산업 지형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폭스콘 측이 시간제 노동자에 대한 보너스를 4배나 인상하면서 인력 유출을 최소화하는데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애플의 최대 협력사로 아이폰을 만들어온 폭스콘은 물론이거니와 폭스콘에 아이폰 위탁생산을 맡겨온 애플 입장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비타협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융통성 있게 적용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아이폰을 중국에서 계속 생산함으로써 봉착할 수 밖에 없는 리스크를 과연 언제까지 떠안아하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어서다.

이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중국에게서 ‘세계의 공장’ 타이틀을 빼앗아오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인도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로 코로나로 점증하는 불확실성


포춘은 최근 낸 ‘인도가 폭스콘 정저우공장 사태로 절호의 기회를 맞은 이유’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몇가지 이유를 들어 이번 사태로 인도가 애플의 향후 생산기지 후보로 떠오르면서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이 가능한 이유로 포춘이 먼저 꼽은 것은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기약없이 이어지고 있는 조업 불안이고 더 넓게 보면 중국이 그동안 누려온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비근한 예로 상하이시가 코로나 환자 급증에 역대급 고강도 봉쇄조치로 대응하면서 스타벅스 중국법인의 매출이 40%나 급감하고 테슬라 상하이 공장의 출하량이 18%나 줄어든 것을 보면서 애플도 위기를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

포춘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피해에서 애플도 예외는 아니어서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아이패드와 맥 컴퓨터의 매출만 따져도 지난 봄과 여름에 거쳐 40억달러(약 5조4000억원)나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연말 특수를 앞두고 가장 바빠야 할 시기에 코로나발 인력대란이 벌어지면서 정저우공장의 아이폰 출하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깊은 우려를 나타냈을 정도로 큰 차질이 빚어진 것은 물론이다. 애플은 정저우공장 사태로 글로벌 출하량의 30%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급망 전문가인 패트릭 펜필드 미국 시라큐스대 교수는 포춘과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오로지 중국에만 생산기지를 두는 것에 회의감을 품는 다국적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사정이 불안하니 생산기지 다변화를 모색하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최근들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크리스 탱 미국 UCLA 경영학과 교수도 “특히 애플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내 생산기지에만 의존해온 전략에서 벗어나 생산기지 다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고 진단했다.

◇인도가 절호의 기회 맞은 이유


인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최대 수혜주로 급부상한 이유는 단순히 중국과 인접한 나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스마트폰 생산국인데다 ‘세계의 공장’의 역할을 맡아온 중국의 아성을 위협하기 위한 노력을 근년들어 집중적으로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인도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오는 2029년께 현재 두 배인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에는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겠다는 인도의 야심찬 계획이 있다는 지적이다.

포춘은 “인도 정부가 삼성전자, 폭스콘 등 글로벌 기업을 대거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6월 66억달러(약 8조90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 정책을 내놓은 것이 비근한 사례”라면서 “이는 인도가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제품의 세계 공장으로서 발돋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전했다.

비영리 기관인 미-인도전략파트너십포럼(USISPF)의 악쇼브 기리다라다스 고문은 “이같은 전략을 추진해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는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글로벌 기업들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위협을 느끼는 상황을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도 입장에서 기회가 다가오기를 무한정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고 이 점을 모디 총리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리크스로 상당수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기지 다변화를 모색 중인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모디 정부는 기존에 수립해놓은 전략을 신속히 이행에 옮기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