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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중 갈등에 미국 좋자고 우방국 피해 무시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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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중 갈등에 미국 좋자고 우방국 피해 무시하면 안돼"

美 지식인들, 재세계화에 정교한 전략 필요성 제기
전기차·배터리 보조금관련 IRA는 미국만 유리 지적

미중 갈등에 대해 미국에서 중국에 대한 고강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중 갈등에 대해 미국에서 중국에 대한 고강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바이든 정부에서 가속화하는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조치에 대해 중국에 진출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기업들의 불만이 간간이 흘러나왔다.

첨단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에 제품을 팔지 못하게 되었고, 중국에 이미 진출했던 많은 기업들도 갈등 국면에 양국의 눈치를 보면서 신규 투자 철회를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대한 수익을 올려온 시장을 잃는 것은 기업에 큰 손실이다. 이는 결국 구조조정과 연구ㆍ개발 축소로 이어진다. 생산성과 혁신이 저하되는 길이다.

미국 기업만 이런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꼭 필요한 우방들도 불만이다. 네덜란드와 한국은 미국의 보호주의 행태에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고 말한다.

이런 우려와 불만이 쌓이는 가운데 중간선거가 끝난 이후 미·중 경쟁 무대의 최전선에 있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미·중 경쟁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내놓았다.

러몬도가 말한 핵심 골자는 “미국 국가안보를 보호하고 중국과의 경제적·외교적 관계 유지의 균형을 맞추는 일을 계속 찾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큰 틀에서 중국과 경제를 분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안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부의 생산성 강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을 가속화하고, 미국 안보와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우방과 연대를 강화해 자유ㆍ민주주의의 가치와 규범을 지키겠다는 기준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지식인들은 미·중 경쟁 과열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와 비판에 대해 러몬도가 내놓은 입장을 두고 더 정교한 전략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러몬도가 주장한 재세계화에 빠진 것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는 미국 보호주의 장벽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핵심 기반이 우방과의 협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보듯이 전기차와 배터리 보조금에서 미국 기업만 유리하다. 우방의 이해는 무시되었다. 우방이 짊어질 짐이 더 무겁다. 진정한 동맹이 아니라는 비판을 스스로 초래하고 있다. ‘보호무역’이라는 비판을 시급히 보완해야 우방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

둘째는 중국의 불만 해소다. 중국과 외교적‧경제적 탈동조화를 하지 않고 기후 등 인류 공동 문제에 함께 대응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첨단 칩과 기술을 제한한다. 이는 중국의 진정한 협조를 얻을 수 없게 한다. 중국도 불만이 고조되면 희토류 수출 제한 등 공급망을 위협할 맞대응 카드를 구사할 수 있다. 이는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모두에 손해를 초래한다.

셋째는 미국 내부의 정책 철회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양한 강경 조치를 구사하고 있지만, 미국은 선거의 나라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책 노선이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약속을 바꾼 일이 많다. 신뢰와 권위의 상실을 미국이 자초한 측면이 많다.

미국은 공산주의 국가 중국과 권위주의 진영에 글로벌 질서를 재편할 권리를 주지 않으려면 보다 세련된 소프트파워를 발휘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