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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美 제재없는 반도체 '성숙공정'으로 승부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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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美 제재없는 반도체 '성숙공정'으로 승부 건다

세계 최고 반도체기업과의 기술 격차 '하늘과 땅 차이' 인정
2024년까지 성숙공정 제조공장 31개 건설 등 영향력 확대

중국은 성숙 공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뒤 첨단 공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은 성숙 공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뒤 첨단 공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 칩 및 제조 장비 규제에 대한 강도를 높이자 제재를 부과하지 않는 성숙 공정 분야에 승부를 걸고 있다. 여기에서 경쟁력을 확고하게 다져 지배력을 확보한 뒤 첨단 공정의 영향력 확대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

◇ 중국의 현재 반도체 역량


중국은 2025년까지 자국 소비 반도체를 70%까지 생산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하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2021년 기준으로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총 16.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외국에서 수입한다.

16.7%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10.1%가 중국에 공장을 둔 외국 반도체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것이고, 실제 순수 중국 기업에서 생산하는 것은 6.6%에 불과하다. 그만큼 기술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목표는 원대하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2026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을 13.3%씩 달성하여 자체 생산을 21.2%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2021년 IC인사이트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4%다. 자체 기술력 보유는 통합 설계 및 제조에서 1%, 순수 반도체 설계 팹리스에서 9%, EDA 설계 소프트웨어ㆍIPㆍ리소그래피 등 핵심 장비ㆍ소재에서 1% 미만, MPUㆍD램ㆍ낸드플래시 1% 미만이다.

세계 최고와는 기술 격차가 현격하다. 세계 최고의 칩이나 제조 장비를 수입하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첨단 칩을 생산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 분야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말이다.

◇ 첨단 공정 혁신의 핵심, 인재의 이탈


반도체 칩 기술자들은 21세기 버전 군비 경쟁에서 핵심 군인력에 비유된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키맨이다.
이에 미국은 중국이 첨단 칩 제조 및 제조 장비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가장 치명적인 조치로 인재 차단에 나섰다. 고급 기술자들이 중국에 취업했거나 취업할 경우 기술개발 관련 각종 승인을 받도록 했다.

미국인, 중국 본토 출신 미국인, 대만 출신 미국인, 시민권자, 영주권자 등 모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불이익을 받는다.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잃을 수도 있다.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중국은 같은 민족이나 공산당이다. 미국은 타 민족이나 자유와 가족, 고정자산이 남겨져 있다.

중국과 대만이 원만했던 2010년 전후 대만 출신 핵심 반도체 기술자들이 대거 중국 반도체 기업에 진출했다. 대만이나 미국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취업할 수 있었고, 같은 민족인 중국의 발전을 돕는다는 의미도 있었다.

대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 시기 이후 대만 출신 핵심 반도체 기술자 5만여 명 가운데 3000여 명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본다. 이들이 반도체 칩 관련 발전을 도왔다. 이후 중국은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했다.

중국은 첨단 공정 대신 28나노급의 성숙 공정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은 첨단 공정 대신 28나노급의 성숙 공정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특히 UC 버클리 출신으로 반도체 관련 350여 편의 논문을 쓴 량멍쑹(梁孟松·TSMC 전 R&D 이사)이 2017년 SMIC 공동 CEO로 취업하면서 큰 기술적 진보를 이루었고 마침내 7나노 칩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에 미국과 대만은 크게 긴장했다. 량멍쑹이 중국 SMIC와 칩 기술 개발 문제 등으로 갈등을 보이자 더 이상의 기술 진전을 막기 위해 사임을 유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대만 출신 반도체 핵심 기술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빼내 가자 대만 법무부는 2021년 마침내 TF를 구성하고 실태를 파악하는 한편, 대만 헤드헌터 업체들이 중국 반도체 회사 구인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단속했다. 2022년 9월 위반 헤드헌터 업주 40여 명을 기소했다. 대만 기술 인재의 중국 진출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이 되고 있다.

대만의 젊은 기술자들은 중국을 떠난다. 양안 관계가 어려워지자 지금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에 TSMC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에 많은 팹들이 신축 중이다. 대만 젊은이들이 미국에서 아기를 낳으면 그 아기는 미국 시민이 되고, 자신들도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 생활이 좀 힘들어도 미국으로 향한다.

◇ 중국의 성숙 공정 투자 확대 동향


중국은 전 세계 전자제품의 36%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허브다. 그만큼 반도체 관련 수요가 많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전략에 따르면, 2030년까지 28나노 수요가 현재보다 3배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28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세탁기, 휴대폰, TV 등에 들어가는 칩 대부분이 28나노 공정의 칩이다.

2021년 기준, 중국에 등록된 반도체 관련 업체는 총 6만6500개 정도다. 매년 1만 개에서 2만 개 정도가 늘어나고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설계에서 조립, 테스트, 패키징, 연료, 제조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중국은 2021년 8개의 공장 신축을 비롯해 2023년까지 주로 성숙 공정 제조공장을 총 20여 개 건설할 예정이다. 향후 1조 위안을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24년까지 총 31개의 공장이 건설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신규 공장 건설에서 세계 1위다.

중국은 성숙 공정 역시 반도체 시장에서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시장에서 과점을 할 경우 다른 영역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미 자동차 기업들이 차량용 칩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전 세계 자동차 공급이 막혀 중고 자동차 가격이 폭등했다.

중국은 태양광과 조선에서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급 기술을 통해 고급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

중국이 성숙 공정에서 얼마나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낼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이런 전략을 우려하면서 첨단 공정 외 성숙 공정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에 종속되거나 의존할 경우 경제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경고를 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