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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고질병' 인도 정경유착 선상에 있는 '아다니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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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고질병' 인도 정경유착 선상에 있는 '아다니 스캔들'

인도 언론, 모디-아다니 비롯 정경유착 역사 심층 분석
아다니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모디 인도 총리.이미지 확대보기
아다니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모디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아다니그룹과의 유착 의혹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모디 총리는 아다니그룹과 자신은 무관하며 의혹 제기를 ‘저급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둔 인도의 여론은 그에게 우호적이지만 않다.

가우탐 아다니 회장이 설립한 아다니그룹은 인도 최대 기업 가운데 하나이다. 한때 그는 세계 2위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을 정도로 위세를 누렸다. 그러나 최근 분식 회계 의혹에 휘말리면서 주가 폭락 사태를 빚고 있다.

아다니그룹과 정치권의 유착 문제를 이해하려면 1957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다음은 인도 현지 언론인 힌두스탄 타임스가 심층 보도한 인도의 음습한 정경 유착 역사다.

1957년 당시 인도 총리는 자와할랄 네루였다. 그의 사위 페로제 간디는 재무부 장관에게 생명 보험 공사로 하여금 주식투자자 하리다스 문드라가 관리하는 회사에 15억 루피 이상을 투자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이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자 네루 총리는 전 인도 대법원장 차그라가 이끄는 위원회를 구성 조사를 지시했다. 차그라는 24일 이내 사건 전모를 파헤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로 인해 1958년 2월 재무상은 자리에서 해임됐고, 투자자 문드라는 체포돼 22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65년이 지난 현재 생명 보험 공사는 또 다른 의혹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명 보험 공사는 65년 전 사건으로 무너지지 않았고, 신뢰에 금이 간 현재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기사는 인도의 끊어지지 않는 정경 유착에 관한 고발이다.

네루 전 총리에서 모디 현 총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도 총리들은 유사한 비난에 시달려 왔다. 1977년 10월 3일 인디라 간디는 선거 운동을 위해 104대의 지프를 구입하도록 두 회사에 압력을 가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녀는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여 더 낮은 경쟁 입찰을 무시한 채 주요 석유 시추 계약을 프랑스 회사에 넘기도록 강요했다는 또 다른 혐의도 받고 있었다. 다음날 그녀는 치안판사 앞에 불려갔지만 인도 조사국(CBI)은 적절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녀는 불과 16시간 만에 풀려났다.

그녀의 아들인 라지브 간디도 수사당국의 표적이 되었다. 1986년 3월 24일, 인도 정부와 스웨덴 군수 회사인 AB 보포르스는 400문의 155mm 곡사포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1987년 4월 16일자 스웨덴 라디오의 보도에 따르면 이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인도 국방부 직원과 일부 고위 정치인에게 뇌물이 제공됐다.

라지브 간디는 의회에서 자신이 중개인의 역할을 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비난 여론을 잠재우지 못했다. 인도 정부는 1987년 8월 국회공동위원회를 구성했다. 일부 위원들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는 정부에 호의적인 보고서를 작성했다.

인도 조사국(CBI)은 이 문제를 오랜 기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라지브 간디와 바트낭가 국방장관에 대한 뇌물 수수 혐의는 결국 2004년 2월 5일 델리 고등법원에서 기각됐다. 스웨덴 경찰 역시 2012년 4월 두 사람에 대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물러났다.

아다니 그룹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아다니 그룹 회장.


라지브 간디의 뒤를 이어 총리에 오른 나라시마 라오는 개인 부패 혐의로 기소되었다. 임기를 마친 이후까지 이 문제로 긴 법적 투쟁을 벌여야 했다. 비하리 바파이 총리 재임 기간에는 소위 ‘작은 상자’ 사기 사건으로 불리는 부패 스캔들이 발생했다. 만모한 싱 총리는 그의 재임 기간 중 내각 동료들이 구속되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아다니 사태의 진실은 무엇일까. 미국의 힌덴버거 리서치가 지난 달 아다니그룹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후 인도 정가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야당 지도자 라훌 간디는 모디 행정부와 아다니 간에 의심스러운 유착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 제시를 하지는 못했다.

라훌 간디는 모디 총리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인도 총선을 앞두고도 모디 총리와 프랑스 라팔 전투기 거래 비리 의혹을 제기한 바 있었다. 그러나 모디 총리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들지는 못했다. 모디 총리에 대한 인도 유권자들의 신뢰는 흔들리지 않았다.

인도 야당은 아다니 사태를 최대한 이용해 내년 총선서 모디 총리를 퇴임시킬 수 있을까. 모디 총리는 그동안 가장 까다로운 공도 쉽게 쳐내는 크리켓 선수처럼 능력을 과시해 왔다. 모디 총리는 여전히 14억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자신한다.

인도 야당은 최근 생명 보험 공사와 국영 금융 기관을 찾아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인도 야당은 아다니그룹에 투자했다가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본 서민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아다니그룹의 시가 총액은 지난 달 25일부터 2월 초까지 무려 1100억 달러(약 138조 원)나 증발했다. 아다니그룹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한 힌덴버거는 앞으로 주식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고했다.

인도 야당 지도자 라훌 간디는 의회에서 아다니그룹이 모디 총리와의 유착을 통해 급성장할 수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모디 총리는 “욕설과 저급한 거짓말로 내 갑옷을 뚫을 수는 없다”며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아다니 회장이 설립한 아디니그룹은 단 30년 만에 인도 최대 물류, 에너지 기업으로 우뚝 섰다. 아다니그룹은 항구, 공항 등 인프라 사업에서 석유, 가스, 석탄에너지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이르는 문어발 확장으로 단숨에 인도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괴정에서 모디 총리와의 유착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힌덴버거 보고서가 아다니그룹의 주가 조작, 분식 회계 문제를 폭로한 후 아다니그룹은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엔 그룹의 주력 기업인 아다니 엔터프라이즈가 유상증자를 통해 25억 달러의 긴급 자금을 조달하려 했으나 힌덴버거 보고서 사태로 인해 취소하는 아픔을 겪었다. 아다니 스캔들로 인해 내년 인도 총선에서 3선을 노리는 모리 총리 역시 최대 정치 위기를 맞고 있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