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가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려면 인구가 뒷받침돼야 하고 인구가 유지되려면 가정이 꾸려져 미래의 경제 주역이 될 아이가 지속적으로 출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출산 위기가 경제 선진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부상한 이유다.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에서도 이와 관련해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거나 결혼을 미루는 경우가 그 어느 때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美 여성 결혼율 급감…1920년 92.3%→2011년 31.1%

25일(현지시간)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의 가족 및 결혼문제를 연구하는 미국 볼링그린주립대 부설 가족‧결혼조사전국센터가 지난 1980년부터 지난 2011년까지 미국의 결혼률 추이, 즉 미혼 여성 1000명 가운데 결혼한 경우를 조사한 결과 2011년 기준 결혼률이 31.1%로 조사 기간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 기준으로 미국 여성 1000명 가운데 약 31명만 결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는 뜻이다. 결혼률이 가장 높았던 때는 지난 1920년으로 92.3%였다.
약 90년 사이에 결혼률이 66%나 줄어들었다는 얘기고 1970년을 기준으로 하면 60% 가까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미국 여성 가운데 결혼한 비율을 살펴도 비슷한 추이가 확인됐다.
15세 이상 미국 여성 중 결혼한 상태에 있는 비율은 지난 1950년 65%를 기록해 정점을 찍은 이래 줄곧 낮아져 2011년에는 47% 수준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혼률이 높아진 것과도 크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920년 기준 이혼률은 1%에도 못미쳤으나 2011년 기준으로는 1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혼율 왜 줄어들었나
미국의 결혼율이 이처럼 크게 낮아진 배경과 관련해 결혼 전문가로 유명한 앤드류 철린 존스홉킨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결혼을 함으로써 얻는 사회제도적인 이득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철린 교수는 “세금 측면에서나 법적 측면에서나 미혼자보다는 기혼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문제는 결혼한 사람에게 유리한 사회적 이득이나 제도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혼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싱크탱크 전미가족결혼연구센터(NCFMR)의 수전 브라운 부소장은 결혼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기보다는 결혼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데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결혼을 아예 거부한다기보다 늦게 결혼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결혼 적령기가 시작되는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동안 결혼 문제와 관련해 조사된 내용을 분석해보니 최근 수십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
브라운 소장은 미국 미시간대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76년 조사에서 고교 졸업반 학생들 가운데 76%가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는데 지난 2020년 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71%가 비슷한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늦게 결혼하는 추세 뚜렷
철린 교수도 결혼을 늦게 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데 공감했다.
그는 “과거에는 어른이 되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결혼하는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결혼하는 문제를 가장 나중에 할 일로 여기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결혼부터 하고 가정을 꾸리는 일이 우선적이었다면 지금은 학업을 완전히 마친 후에 취업을 해 충분히 경제적으로 자립한 뒤 결혼을 고려하는 경우가 흔해졌다는 뜻이다.
이는 그 어느 때보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통계로 뒷받침된다.
브라운 부소장은 “40~49세의 여성이 처음 결혼하는 경우가 지난 1990년 이후 75%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