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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풍선' 이어 '스파이 항만 크레인'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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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풍선' 이어 '스파이 항만 크레인' 등장?

美 국방부, 컨테이너 추적 센서 장착…정보 유출 우려
ZPMC가 생산한 초대형 항만 크레인. 사진=ZPMC이미지 확대보기
ZPMC가 생산한 초대형 항만 크레인. 사진=ZPMC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미국 전역의 항구에서 사용되는 중국제 초대형 항만크레인이 스파이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와 안보당국은 중국 제조업체 상하이전화중공(重工·ZMPC)이 생산한 초대형 항만크레인을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했다.

이런 초대형 크레인은 상대적으로 정교하고 저렴하지만, 컨테이너의 출처와 목적지를 추적할 수 있는 펌단 센서가 장착돼 있기 때문에 중국이 이를 통해 미군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컨테이너에 실린 물품 관련 정보를 취득할 우려를 낳고 있다.

빌 에바니나 미국 전 고위 방첩 관리는 “중국제 크레인에 대한 원격 접근이 가능해 미국 물류망을 어지럽히는 데에 남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크레인이 제2의 화웨이가 될 수 있다”며 “이는 합법적 사업으로 위장된 비밀 정보 수집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당국은 화웨이가 국가 안보에 위협될 가능성 때문에 거래 금지 명단인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주미 중국 대사관의 한 관리는 “크레인에 대한 우려는 중국과의 무역 및 경제 협력을 방해하려는 편집증 때문”이라며 “중국 위협론을 띄우는 것은 무책임하며 미국 자체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중국의 감시 도구로 사용된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에 진입했고, 이로 인해 미국과 중국 간 긴장도가 한층 더 높아졌다.

사실상 미국 국가안보 관리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이 생산하는 제품과 전략 투자를 통해 세계 항구를 장악하는 것이 미국 감시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이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항만 크레인이 국가 안보에 위협의 대상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중국은 전세계 거의 대부분의 새로운 컨테이너를 제조하고 있으며 해상운송 데이터 서비스를 통제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중국이 항만 물동량을 교란시키거나 군용 장비의 하역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군이 주로 이용하는 메릴랜드, 버지니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항구들은 지난 2년 동안 ZMPC가 생산하는 새로운 크레인을 대량 주문했는데, 이에 대해 정보당국이 우려를 표했다.

또 송하이량 ZMPC 회장은 2017년 “과거의 우리는 장비를 판매하는데 이제는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의 사장인 황칭퐁은 “즉각적으로 크레인의 고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하이 본사에서 모든 크레인을 감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ZMPC가 생산하는 크레인이 간첩 도구로 사용될 우려가 커진 것이다.

게다가 ZMPC는 국영기업 중국교통건설(CCCC)의 자회사로 알려졌고, CCCC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아프리카와 다른 지역의 인프라와 무역을 촉진시킬 ‘일대일로’ 사업에서의 최대 시공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상 지난 2021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ZPMC 크레인을 실어 볼티모어항으로 운송한 화물선을 수색해 정보수집 장비를 발견한 적이 있다고 소식통들이 파이낸셜타임스에 전했다.

ZMPC는 약 20년 전에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서방 공급업체가 생산한 크레인보다 품질이 높고 저렴한 크레인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ZMPC는 글로벌 자동화 항구 산업의 주요 업체로 부상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현재 몇몇 항구는 ZPMC 크레인의 운영 소프트웨어를 스위스 기업으로 바꿨고, 일부 항구는 사용하고 있는 크레인을 핀란드 기업이 생산하는 크레인으로 바꿨다.

카를로스 히메네스 하원의원 등은 중국산 크레인 구매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양지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vxqha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