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새로운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중국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타격을 입은 가운데 새롭게 부상하는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 하고 있다.
테슬라가 신성장 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로봇이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 콜렛 크레스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각) 4월 27일 마감한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아직은 비중이 작지만 점차 엔비디아의 주력 사업 부문 가운데 하나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자동차 부문, 72% 성장
엔비디아의 현재 주력은 AI 반도체가 주축인 데이터센터 부문이다.
1회계분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391억 달러로 총매출 440억6000만 달러의 88%를 차지했다.
이에 비하면 자동차 부문 반도체 비중은 보잘것없다. 1회계분기 매출이 5억67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 1월 마감한 2025 회계연도 4분기에는 전년 동기비 두 배 가까이 폭증했고, 2026 회계연도 1분기에는 매출 성장률이 72%에 이르렀다.
2025 회계연도 전체로는 자동차 부문 매출이 17억 달러로 전년비 55% 증가했다. 총 매출 대비 비중은 고작 1.3% 수준이지만 급속하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크레스 CFO는 지난달 28일 실적 전화회의에서 2026 회계연도 자동차 부문 매출은 3배 가까운 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율주행, 스마트 공장
그는 “신에너지차량(NEV) 수요가 탄탄하다”면서 “현재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에 풀스택(full-stack)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레스는 메르세데스의 신형 CLA 세단이 수개월 안에 도로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시작으로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풀스택 AI 솔루션이 잇따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풀스택 솔루션은 기초가 되는 반도체를 비롯한 하드웨어부터 응용 단계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AGX 오린 반도체와 드라이브OS(운영체제)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차세대 차량의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만 엔비디아의 자동차 부문 협력 업체는 아니다.
미국 디트로이트 빅3 가운데 한 곳인 제너럴모터스(GM)과 한국 현대자동차는 엔비디아의 ‘스마트 공장’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자동차 조립 과정에 AI가 움직이는 로봇을 도입해 일관 조립 체제를구축하는 것이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크레스는 지난 3월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소프트웨어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엔비디아는 아울러 연초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일본 토요타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용 자동차 반도체는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중국 비야디(BYD), 그리고 애플 하청사로 전기차로 영역을 넓힌 대만 폭스콘 등이 활용하고 있다.
테슬라는 AI 개발에 엔비디아 반도체를 쓴다.
몸을 얻은 AI
자동차 부문은 AI의 다음 단계인 AI 융합의 한 사례일 뿐이다.
AI를 각 생산 공정에 결합하거나, 농장 등에 적용된 스마트농장, 로봇에 체화된 AI(임바디드 AI)에서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엔비디아는 과감한 행보를 하고 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연례 소비자가전쇼(CES)에서‘자율주행차량(AV) 혁명’과 체화된 AI가 수조 달러짜리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 CEO는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자리에서 테슬라가 이 분야에서 엔비디아 협력사라고 말했다.
중국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 영향력을 크게 잃으면서 타격을 온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황은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된 H20 반도체 대중 수출이 막히면서 엔비디아가 150억 달러 매출을 날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크레스 CFO는 7월 마감하는 2026 회계연도 2분기 매출 손실을 80억 달러로 추산하기도 했다.
중국 매출 비중은 2025 회계연도에 13.1%로 이전보다는 많이 줄었다.
그러나 일부 분석에 따르면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중국 시장에 유입되는 엔비디아 반도체 매출이 총 매출의 30%를 넘는다.
황 CEO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수출 통제를 시작하던 당시 95%에 이르렀던 중국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지금은 약 50%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실적발표 이튿날인 지난달 29일 시가총액이 장중 한때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30일 2.9% 하락해전날 상승폭 3.3%를 거의 까먹었다.
올해 전체로는 0.6% 올랐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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