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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바이든-파월 '인플레 목표치' 놓고 충돌 코스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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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바이든-파월 '인플레 목표치' 놓고 충돌 코스로 가나

'경제 대통령' 파월, 물가 목표치 2%에 민주당 일각서 3%로 상향 목소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사진=마켓워치이미지 확대보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사진=마켓워치
미국의 여당인 민주당 일각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기존의 2%대에서 3%대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6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출석하는 7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와 8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올리라고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서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희박하다며 목표치 상향 조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파월 의장은 이런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기존의 2%대 목표치를 그대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고 AP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파월 의장이 충돌 코스로 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2024년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준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자신의 최대 정치적 업적으로 내세우려고 한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노동 시장의 열기를 식히지 못하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없다며 지속적인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미 노동부는 1월 고용 상황 보고서에서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51만7000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8만7000개를 3배 가까이 웃돈 것이고, 지난해 12월 증가폭 26만 개의 두 배에 육박한다. 실업률은 3.4%로 지난해 1월보다 0.1%포인트 더 내려가 1969년 5월 이후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성적표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으나 파월 의장은 바로 이런 뜨거운 노동 시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다고 본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대로 내려올 때까지 금리를 계속해서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7일 워싱턴DC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노동 시장이 놀라울 정도로 강하다”고 평가하고, “이것이 우리가 일을 더 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3일 미 의회에 전달한 ‘반기 통화 정책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이 2%대로 내려오게 하려면 일정 수준 이하의 저성장이 불가피하고, 노동 조건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P에 따르면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원인이 공급망 악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등의 글로벌 요인에 따른 것이고, 기업들이 이에 편승해 바가지를 씌운 탓이기에 연준이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으려 해도 소용이 없다고 주장한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목표치 상향 조정 요구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그는 목표치를 조정하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연준의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연준 고위 관계자들도 대체로 파월 의장의 주장에 동조한다고 AP가 전했다.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조정하면 이 목표치가 언제든 수정될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이 판단할 수 있어서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서서히 내려가 장기적으로 3.5~4%가량이 될 것이나 그 이후에 더는 내려가지 않은 채 그 수준에서 상당 기간 머물러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AP가 전했다.

연준이 이런 상황에서 목표치인 2%대로 내려올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리면 심각한 경기 침체가 오고,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이 통신이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재선에 도전해 승리하는 데 이것이 결정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가 표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오는 2024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바이든 대통령과 파월 의장 간 대립이 격화할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물가 목표치 인상을 요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 노동부는 10일에 2월 고용지표를 발표한다. 야후파이낸스는 “1월에 이어 2월에도 고용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면 연준이 3월, 6월에 이어 7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각각 올릴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한다”고 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