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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물 부족에 말라가는 지구촌…중동·인도 등 확보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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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물 부족에 말라가는 지구촌…중동·인도 등 확보 분쟁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이 심각하다. 터키, 시리아, 이라크의 티크리스-유프라테스강, 인도, 방글라데시의 갠지스강, 에스토니아, 러시아의 나르바강 등은 물을 확보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이 심각하다. 터키, 시리아, 이라크의 티크리스-유프라테스강, 인도, 방글라데시의 갠지스강, 에스토니아, 러시아의 나르바강 등은 물을 확보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사진=로이터
물 없이는 경제, 생태계, 사회 모두가 생존할 수가 없다. 최근 기후변동이 이슈화되면서 물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인류는 80억 명에 달하는 규모에 비해 너무나도 불평등한 물을 소유하고 사용 중이다.

이제 물은 투자자들에게도 지속가능성 문제로 부상한다. 물에 대한 투자는 전 세게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제기되는 물 리스크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화석연료와 달리, 물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물은 인간의 건강과 생존, 발달에 필요한 근본적인 자원이며, 인간의 건강, 위생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물 부족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글로벌 과제이다.

◇유엔, ‘2023 유엔 세계 물의 날’ 개최


유엔에서 이와 관련해 22∼24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50년 만에 ‘2023 유엔 세계 물의 날’ 회의가 개최된다. 네덜란드와 타지키스탄 정부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회의에서 각국 정상 12명과 장관 100명 등 6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물 부족 문제 해결과 깨끗한 식수 확보를 위한 논의가 진행된다.

물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것은 1997년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 회의 이후 46년 만에 처음이다.

‘2023 유엔 세계 물의 날’ 개막에 앞서 유엔과 유네스코가 함께 발간된 보고서에 의하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인구가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물에 투자하는 자원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행크 오빙크 네덜란드 물 특사는 “물 부족이 식량, 보건, 에너지 안보와 도시 개발 등에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에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빈곤층 및 위기 취약계층을 위한 물 가용성, 접근성, 가격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수억 달러의 이익이 물 산업에서 추출되고 있다.

이런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정학적 상황으로 전 세계적인 물 관리 체계가 없으며, 유엔 물 회의에 제출된 안건은 심각한 정치적 논의는 회피하면서, 더 많은 물 지원에 대한 설득력 없는 호소를 하고 있다.

석유가 대체재인 재생에너지로 대체됨에 따라 궁극적으로 재생이 불가능한 자원인 물이 새로운 석유로 변모하면서 어려운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물은 언제나 희소한 자원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 중 약 97.5%는 바닷물이거나 염분이 섞인 물이다. 곧바로 식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가 없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약 2.5%의 민물이다. 그나마도 대부분은 빙하의 형태로 얼어 있거나 지하수로 저장되어 있어서 사용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염분이 없으면서도 지표 가까이에 흐르는 물, 즉 호수나 강의 형태로 존재하는 물은 민물의 약 0.27%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지구상에 ‘물’은 많지만, 정작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부족한 것이다.

UN 산하 국제인구행동단체는 물 사용 가능량에 따라 ‘물 풍요 국가’, ‘물 부족 국가’, ‘물 기근국가’로 구분하고 있다. 매년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1700㎥이상이면 물 풍요 국가다. 일본이나 미국, 캐나다가 해당한다.

한편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1000~1700㎥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물 부족 국가다. 영국,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우리나라가 여기에 속한다.

또 물 사용 가능량이 1000㎥도 되지 않는 국가들은 물 기근 국가다. 대표적인 나라로 이집트, 싱가포르가 있다.

물 부족 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심해지고 상태이다. 1990년 3억3500만 명이었던 물 부족 인구는 2025년이 되면 24억~32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물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이슈는 다양하다. 생활용수와 산업용수 부족, 가뭄, 기근이 일상화된다. 심지어 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많다.

국제적 물 분쟁의 사례를 살펴보면 터키, 시리아, 이라크의 티크리스-유프라테스강, 인도, 방글라데시의 갠지스강, 에스토니아, 러시아의 나르바강 등이 대표적이다. 각국의 긴장을 고조시켰고 테러와 불안을 동반했다.

또한, 물 부족은 인구의 강제 이동을 발생시켰는데 작년에 1억 명이 넘는 인구가 물 부족 때문에 원하지 않는 이주를 했다.

물이 부족해진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폭발적인 인구 증가이다. 1950년 25억 명이었던 세계의 인구는 불과 2022년 80억 명으로 늘어났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2050년에는 인구는 10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물을 사용하는 인구가 늘어났으니, 물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음으로 급격한 산업화와 자연 개발이다. 산업화와 개발의 과정에 막대한 양의 물이 소비된다.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도 물이 부족해진 원인이다. 수질 오염으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점점 더 부족해지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은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 문제를 부과한다.

더욱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은 빙하를 고갈시키고 있다. 삼림의 30%와 습지의 85%가 손실된 환경 파괴는 놀라운 속도로 물 순환을 방해하고 있다. 동시에 현재 80억 명에 달하는 인구 증가는 지하 대수층을 채우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갈을 초래하고 지하수를 더 깊이 파고들게 한다.

이처럼 일반적인 추세에서 물 위기는 불가피하다. 2025년까지 세계 인구의 절반이 물 부족 지역에 살게 될 것이며 10년이 지나면 담수 수요가 공급을 40%까지 초과할 것이다. 인류가 이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물 산업은 역사적으로 모든 나라에서 보수적이고, 위험 회피 성향이 강했다. 물은 국가안보 문제와 직결된다. 수자원 없이는 독립 국가로 존재할 수 없다.

가뭄, 홍수, 태풍 등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주목받는 기후변화는 이제는 기후위기로 범주화되고 있다. 강도와 기간의 변화 폭이 더 커지고 있다.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극단적 가뭄에 직면하게 되고, 기존의 인프라로 대처할 수 없을 정도의 폭우로 침수 및 홍수 피해를 받고 있다.

이에 많은 국가들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에너지보다 물 부족 문제를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미국, 유럽 같은 선진 경제권에서도 심한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발생하는 등 지역 간 불일치가 심각한 상황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중국과 인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역시 “가용 수자원 공급 부족”이다.

무수한 문제가 닥치면서 세계는 안전한 물 생산과 효율적인 전송 및 사용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은 사회와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 16가지 항목 중 하나인 ‘항목 6’은 오직 물만을 주제로 다루고 있을 정도다.

세계는 ‘물 부족’과 ‘물 가용성’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다. 수자원을 다루는 두 가지 큰 방법은 ‘재사용(reuse)’과 ‘담수화(Desalination·바닷물에서 음용수ㆍ생활용수ㆍ공업용수 등을 얻어내는 것)’이다.

재사용은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고 담수화는 효과적인 반면에 에너지 집약적이라 담수를 얻기 위한 전환 비용이 비싸다.

세계은행은 모두에게 안전한 물을 제공하기 위해 2030년까지 매년 약 250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전 세계 GDP의 0.1%에 불과하고 투자된 1달러당 4달러의 경제적 수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심각성에 비해 물 부족에 관한 국제조약이나 전담 유엔기구가 없는 탓에 국제사회에서는 관련 논의가 전무 하다시피 했다.

참고로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 2019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물시장은 약 8061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2024년까지 연평균 3.4%대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이 곡선은 더 우상향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물 산업 분야 총 매출은 약 46조6000억 원으로 국내 총생산(GDP) 1933조2000억 원의 약 2.4%를 차지했다.

국내 물산업 사업체 수는 1만6990개로 전년 대비 450개가 증가(2.7%)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물산업 분야 종사자 수는 같은 기간 동안 4383명이 증가(2.3%)한 총 19만7863명으로 조사됐다.

해외진출 사업체는 400개로 전년(313개) 대비 21.7% 증가했으며, 이중 물산업 제조업 분야가 349개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물산업 사업체 중 연구개발 비율은 약 14.8%이며, 전체 연구개발비는 8020억 원으로 추산되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물기업의 해외진출 및 연구개발 확대 등 관련 분야의 지원 필요성이 높아야 할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