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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핵연료 시장서 러·중 지배력 줄인다…"원전을 국가안보로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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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핵연료 시장서 러·중 지배력 줄인다…"원전을 국가안보로 접근"

미국이 세계 원전 시장에 대한 인식을 전환, 원전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세계 원전 시장에 대한 인식을 전환, 원전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세계 원전 시장에 대해서 단순히 경제나 전력 공급의 관점이 아니라 경제안보 내지는 군사안보의 관점에서 이슈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세계 원전 및 장비 시장 규모는 2020년 411억 달러로 평가되었으며, 2030년에는 584억 달러에 달하고,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3.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원전 시장은 단순히 민간 차원의 이슈가 아니다. 에너지 안보뿐만 아니라 군사안보에까지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안보 이슈이다.

그동안 안전지대에 있다고 믿었던 원전이 이제 안전하지 않고 언제든 전쟁에 악용되어 자유 진영을 파괴하고 지구와 인류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

미국은 자유 진영 질서 유지자로서 우방들과 함께 이 문제의 심각성을 다룰 필요성을 절감하고 우선 미국 내부에서 이 문제에 대한 심층적 조사와 함께 EU나 G7 국가들과 이 문제를 다룰 준비를 하고 있다.

◇원전의 안전이 위협받는 이유


러시아 및 중국을 비롯해 북한과 이란의 무도한 도발이 가장 큰 이유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이래 재래식 무기가 고갈되어 가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0, 나토),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러시아를 심각하게 위협하면 핵 공격을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한다.

또한, 러시아는 미국과 핵협정 참여와 협력을 중단한다고 푸틴이 선언했다. 이 협정은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해 이듬해 발효된 협정으로, 양국이 배치할 수 있는 장거리 핵탄두를 1550개 이하로 제한하고, 두 나라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것이 골자이다.

지난 2019년 양국 간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공식 파기되면서 이 협정만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남아 있는 유일한 핵 통제 조약이다. 러시아 원전은 언제든지 다른 권위주의 국가로 수출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NPT 위력도 약해진다. 세계는 핵 위협 공포에 빠져들 수 있다.

중국도 핵에 대한 도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복수의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군이 현재 300여발인 핵탄두를 2035년까지 3배인 900발까지 증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양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핵 위협 확산을 기정사실화한다.

세계 65개국 대표들은 2월 28일 군비 축소를 논의하는 유엔 군축회의에서 ‘중국이 핵전력 증강을 자제해야 한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이들은 러시아가 미국과의 핵 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중국도 보유 핵무기를 늘리면서 세계가 핵 군비 경쟁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고 경계했다.

북한과 이란도 위협적이다. 북한은 이미 핵을 60여 개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핵무력 고도화에 나서고 있고 이란과의 핵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편, 러시아는 그동안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세계 민간 원전 시장을 손에 넣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훨씬 전에 러시아는 민간 핵 수출을 무기화하고, 특히 전 세계 우라늄 연료 공급의 약 40%를 장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도 러시아의 핵 수출은 계속해서 20% 이상 급증하고 중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는 명백히 미국은 물론 자유 진영 전체와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것이다. 원전을 에너지의 공급원으로 하는 국가들은 러시아에 종속적인 관계에 놓여 있고 전 세계가 핵 확산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에너지와 국가 안보 이익을 위해 러시아와 중국 등 권위주의 진영이 글로벌 민간 핵 공급망을 장악하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는 공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제기되는 경계와 대응책 논의


미국은 첨단 원자력 기술을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나 배터리처럼 이 시장도 미국 기업에게 공정한 무대가 아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원전 기업들은 명목상 민간 회사이다.

각 정부의 연장선으로 국가 최고위층에서 그들의 목적에 따라 활동을 전략적으로 지시하고 해외에서 프로젝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불공정 거래를 하고 있다. 천문학적 보조금과 세제 혜택도 미국 기업을 위협한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국영 원전 대기업인 로사톰은 푸틴의 잔인하고 지속적 정복 캠페인에 연루되어 러시아 군대와 제재를 받는 무기 제조업체의 생명줄 역할을 했다. 국가 지원 단체는 또한 러시아의 자포리자 원전 점령과 공장 주변의 군사 활동에 관여했다. 전 세계적인 비난과 분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원자로, 장비, 연료 및 서비스에 대한 세계적 의존도는 증가했다.

모스크바와 베이징은 종종 원전 거래에 앞서 잠재적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무기 이전 및 기타 달콤한 제안으로 수출 입찰에서 시장을 확보하는 이익을 관철했다.

원전 거래는 재정적 이득만 주는 것이 아니다. 민간 핵 수출 거래가 확장된 에너지 및 외교 관계를 고정하는 지정학적 영향력의 도구로 전환된다.

자유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사이의 원전 산업 경쟁은 이제 단순히 기업과의 경쟁이 아니라 국가 간의 경쟁으로 변모했다.

바이든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 극복을 위해 연방 원자력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지만 고도로 중앙 집중화되고 수직적으로 통합되며 국가가 후원하는 권위주의 진영과의 경쟁을 고려할 때 원전 정책 및 민간 원전 수출에 대한 전략적, 범정부적 접근은 아직 저조하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미국과 자유 진영의 원전 공급망은 에너지 안보의 필수 요소이며 더 큰 국가 안보 전략과 통합되어야 한다.

조지타운 대학 정치 및 공공 서비스 연구소의 연구원이자 하원 군사 위원회 부의장과 국토 안보 위원회와 보훈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한 일레인 루리아는 백악관 내에서 원자력 정책 책임자를 신속하게 임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중요한 기관 간 조정 기능을 수행하고 미국의 핵 수출에 대한 연방 지원의 전략적이고 일관된 비전을 제공하는 역할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이제 현재 러시아 공급에 의존하고 있는 원전 부문의 생명선인 연료 공급망을 복원하려고 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미국 내 배치와 수출 경쟁력을 모두 지원하는 데 필요한 고급 원전 유형을 위한 저농축 우라늄 및 고분석 저농축 우라늄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연방 프로그램을 마련한 상태이다.

이제 프로그램에 강력한 자금을 지원하고 신속하게 실행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세계 핵연료 시장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지배력을 줄이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원자력 회사는 용량별로 보면 프랑스의 일렉트릭 드 프랑스 SA, 러시아의 국가원전공사 로사톰, 한국전력공사, 미국의 콘스텔레이션에너지공사, 중국의 종합원자력공사 등이 세계 5대 원전 사업자이다.

2022년에 92개의 가동 가능한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원전 소비에 선두를 달리고 프랑스와 중국이 각각 56기와 54기의 운전 가능한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다.

자유 진영을 대표하는 프랑스와 미국, 한국이 서로 협력하면 러시아와 중국과의 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한국에게도 원전 산업은 미래 주요한 먹거리로 다시 부상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