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로이터 인터뷰 발언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질과 경위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이어 "한국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 긴장 상황에 대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민간인 대량 학살 등 특정 조건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 러시아가 전쟁 개입을 뜻한다며 강력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현지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6개월 전 한국에 대한 협박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개월 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기로 결정할 경우 한·러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관련 질문에 “우리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만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우리의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한국을 지목해 직접 경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전쟁 개입을 뜻한다며 경고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한국을 지목해 무기 지원을 경고한 지 6개월 만에 또다시 양국 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발언으로 관측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전화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물론 무기 공급 시작은 특정 단계의 전쟁 개입을 간접적으로 뜻한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제재 등의 측면에서 새로운 것은 없다"며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전체 과정에서 다소 비우호적 입장을 취해왔다"고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물론 이 전쟁에 더 많은 국가를 개입시키려는 시도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러시아의 반발과 관련해 "페스코프 대변인의 언급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코멘트하지 않고자 한다"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향해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내용을 정확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관련해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민간인 대규모 공격 등을 전제로 했지만, 살상무기 지원 불가라는 기존 정부 입장의 변경 가능성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적 국가로 지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고 러시아가 이를 전쟁 개입으로 규정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직접 거론하며 무기 지원에 대해 경고한 것은 지난해 푸틴 대통령의 발언 이후 두 번째이자 약 6개월 만이다. 지난해 10월 28일 푸틴 대통령은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며 이 경우 양국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용산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언급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한·러 관계를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과 함께,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등의 사안이 발생한다면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지원할지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가 위험하다. 한국의 지정학적 숙명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네 가지 숙명을 안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그것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에 체류 중인 이 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발언을 두고 “큰 불안을 야기했다. 이런 잘못을 한국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이 △분단국가인 점 △미국과 동맹인 점 △반도국가인 점 △통상국가인 점 등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한국은 분단국가다. 그래서 평화가 절대로 필요하다”며 “평화가 깨지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가”라며 “동맹으로서 신뢰를 유지하고 공유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동맹은 상호 인정과 존중을 전제로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또한 “한국은 대륙과 해양을 잇는 반도국가”라며 “인접한 대륙국가 중국, 러시아와도 건설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적대적으로 가면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은 통상국가”라며 “세계 200개국과 무역으로 먹고산다. 어느 나라와도 잘 지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한국은 네 가지 숙명적 요구를 모두 이행해야 한다”며 “어느 하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동맹국가의 숙명을 중시한다. 동맹은 소중하다”라며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다른 요구도 수용하면서 동맹의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