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중국, 중동펀드 활용해 지방정부의 악성 부채 불끈다

공유
0

[초점] 중국, 중동펀드 활용해 지방정부의 악성 부채 불끈다

빠져나가는 해외 투자 자금 대체재 급부상

재정위기에 빠진 중국 지방 정부가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가자 중동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재정위기에 빠진 중국 지방 정부가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가자 중동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중국 경제를 뿌리까지 위협하는 지방 정부의 악성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노력이 구사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을 끄는 이슈는 신규 투자를 위해 서구 자본이 아닌 중동펀드에 눈을 돌린다는 소식이다.

중국 지방 정부는 대유행 이후 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자국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서구의 직접 투자가 줄어들자 중동 및 아시아 국부펀드에서 투자를 유치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관리들은 카타르 투자청, 사우디 공공투자기금의 자회사, 아부다비 투자청과 고위급 회의를 개최했다.

◇중국 지방 정부의 부채 문제


베이징은 대규모 채무 불이행이 금융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지방 정부가 축적한 숨은 부채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적 의제의 최상위에 올라 있다. 수조 위안의 보이지 않는 부채로 인한 금융 시스템의 위험과 지방 정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정책의 정점에 있다.

중국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은 4월 28일 경제회의에서 지방 정부 부채 관리를 강화하고 숨은 부채 증가를 엄격히 통제할 것을 촉구했다.

시진핑도 2월에 지방 정부 부채 위험을 예방하고 완화할 것을 강조했다.

숨은 부채는 예산 내 정부 부채의 일부가 아니지만 재정 자금을 사용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상환을 보증하거나 불법 보증으로 뒷받침되는 모든 차입이다. 여기에는 주로 LGFV(고속도로 및 교량을 포함한 인프라 구축과 같은 지방 정부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된 국유 기업)의 채권 발행이 포함된다.

지방 당국은 공채 통제로 인해 예산 내 지출만으로는 전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인프라 및 공공복지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을 주로 LGFV를 통해 조달했다.

LGFV 채권의 주요 보유자는 은행과 보험회사를 포함한다. 대규모 채무불이행이 은행과 금융 시스템에 불안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분석가들은 이 채권이 약 30조 위안에서 70조 위안 이상에 이른다고 본다.

IMF는 최근 중국에 관한 제4조 협의 보고서에서 2022년 말 채권을 포함한 지방 정부의 명시적 장부상 부채가 35조 위안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 부채로 인식해야 할 수 있는 LGFV 부채와 GGF 및 SCF 부채를 포함하면 2022년 중국의 전체 국내 총생산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51%에서 110%로 두 배 이상 증가한다고 IMF는 계산했다.

물론, 중국 재무부는 2014년에 통과된 개정된 예산법이 LGFV 부채에 대한 책임이 그것을 발행한 기관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말하면서 IMF의 정부 부채 평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지자체의 책임은 지자체에 있으며 중앙 정부가 나서지 않을 것임을 거듭 천명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FV 채권은 이를 지원하는 지방 정부가 개입하여 상환할 것이라는 암묵적 보증을 수반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지방 정부는 LGFV 채무불이행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납으로 자체의 신용도가 하락하고 채권 발행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될 것을 우려해서다.

LGFV는 지금까지 채권을 상환하지 못한 사례가 없으나, 신탁 대출·인수 어음·외상매출금 등 은행 간 시장이나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표준 채무에 대한 채무불이행은 있었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중국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지역 중 하나인 구이저우에 있는 80개 이상의 LGFV가 비표준 채무를 불이행했다.

중국의 31개 성급 지역 중 적어도 18개 지역이 2023년 정부 또는 예산 보고서에 숨겨진 부채와 관련된 작업을 포함했으며, 이는 2022년 10개에서 증가한 것이다.

장쑤성과 충칭시는 LGFV 감독을 강화해 새로운 숨은 부채를 예방하겠다고 다짐했고, 간쑤성과 허난성 정부는 숨겨진 부채와 부채 위험을 막기 위해 평가 메커니즘을 구축하거나 책임 관리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임을 밝혔다.

허난성과 구이저우성은 2023년 예산 보고서에서 불법 부채 모집과 사기성 부채 해결을 엄격히 조사하고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부채 문제가 폭발하지 않으려면 결국 신규 투자를 받아 부동산과 산업단지, 인프라가 가동되어야 한다.

◇중동으로 투자 유치 손길 이동


중국 지방 정부는 자금 부족과 이미 건설한 산업단지와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유가 급등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중동과의 관계를 확대하려고 한다.

그동안 서구의 투자 자금이 중국으로 몰렸지만 미중 갈등으로 해외 투자 자금이 중국에서 빠져나가자 그 대체재로 중동을 바라본 것이다.

지난해 유가 급등으로 걸프 국가들이 석유 달러가 넘쳐나고 시진핑이 중동 방문을 통해 교역 관계가 심화되면서 새로운 기회로 부상한 것이다. 중동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중동의 이해도 중국 입장과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은 중동과 교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중동이 석유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갖고 싶은 산업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중동의 석유 자금이 중국에 투자되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2000년대 초부터 이다. 이때부터 중국과 중동 산유국 사이에 경제 협력이 활발해졌다.

2016년에 중국과 사우디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포하면서 양국 투자가 더욱 본격화되었다. 현재 중국은 사우디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최대 원유 수입국이며, 사우디 역시 중국의 중동지역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양국은 그린 수소, 태양광, 건설, 정보통신, 클라우드, 의료, 교통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총액 1100억 리얄(약 38조6000억 원) 규모의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중동의 석유 자금이 중국에 투자되는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산유국들은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원유 생산에 치우쳤던 구조를 정유와 석유화학 등으로 확장하는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협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석유 자금은 현재 약 212조 원에 달하는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이 투자되고 있다.

선전, 광저우, 청두, 쓰촨 및 기타 지방 정부는 올해 반도체, 생명공학, 하이테크 제조 및 인프라, 신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데, 지난 1월 선전은 사우디아라비아의 PIF와 함께 10억 달러 규모의 최초의 중동-중국 협력 펀드를 조성했다.

선전과 광저우를 포함한 지방 정부의 대표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생명공학, 신에너지, 인프라 및 건설 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중동펀드에 접근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을 이용하여 중동의 일대일로 자금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이라크는 지난해 일대일로 자금 유치 1위로 부상했다. 2021년에 이라크와 총 105억 달러 규모의 신규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중동 석유화학산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23년에는 세계 석유화학시장 수요가 감소할 우려가 있지만, 중국 ICT 제품 제조업 업황은 다른 업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진출하려고 한다.

중앙 정부가 먼저 가고 중국의 기업이 진출하면서 지방 정부에 소재한 기업들이 중동으로 진출하거나 중동의 펀드를 지방 정부 소재 주요 기업에 투자하도록 유인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