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나스닥, IPO 블록버스터 ARM 유치 전쟁 '종지부'

공유
0

美 나스닥, IPO 블록버스터 ARM 유치 전쟁 '종지부'

런던거래소·뉴욕거래소와 경쟁서 최종 승리

스마트폰 스크린에 비친 올해의 IPO 블록버스터가 될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 회사 로고(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마트폰 스크린에 비친 올해의 IPO 블록버스터가 될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 회사 로고(사진=로이터)
미국 나스닥(NASDAQ)은 거래소 상장을 희망하는 기술기업에 꿈에 그리는 목적지이다.

하지만 올해 최대 규모의 공모주가 될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을 유치하기 위해 나스닥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만 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25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암의 상장 계획은 국가 원수, 증권거래소 관리들 및 소프트뱅크의 억만장자 창업자 등 주목할 만한 인사들이 참여해 막후 유치경쟁을 벌였고, 여러 달 동안 런던거래소, 뉴욕거래소, 나스닥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외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나스닥 최고경영자인 아데나 프리드먼과 그녀의 팀은 놀랍게도 5천만 달러의 공동 마케팅 패키지, 나스닥100 지수 편입에 대한 가이던스 등을 포함한 제안서를 갖고 유치경쟁에서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전했다.

프리드먼 최고경영자 및 그녀의 나스닥 동료들은 뉴욕증권거래소 회장 린 마틴이 놀라울 정도의 공격적이고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경쟁은 물론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의 이중 상장 지지자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물리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한 반도체 회사의 데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특히 강력한 IPO가 부족한 시장 상황에서 기술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암을 소유한 소프트뱅크는 IPO에서 1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과정을 통해 투자 심리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펜하이머(Oppenheimer & Co.) 애널리스트 오웬 라우는 "여기 상장은 나스닥의 이미지에도 도움이 된다"며 "IPO 시장은 지난해부터 매우 끔찍할 정도였다. 투자자들은 시장심리를 다시 끌어올릴 높은 인지도 기업의 상장을 위한 촉매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나스닥은 종종 기술기업 데뷔를 위한 최고의 장소로 여겨지지만, 뉴욕증권거래소는 기존 기업들로부터 많은 대규모 IPO를 유치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가장 큰 10곳의 기술기업 IPO 중 7곳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로 넘어갔다. 여기에 우버나 스냅같은 기업도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암이 뉴욕에 상장 제안을 신청하겠다고 밝혔지만, 거래소 선정은 공개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었다.

암의 IPO 계획은 소프트뱅크가 2022년 2월 엔비디아에 사업 매각 계약을 포기한 이후 준비하기 시작되었다.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 회장은 당시 콘퍼런스콜에서 자신의 백업 계획으로 암 상장 의사를 밝혔고, 상장 거래소를 어디로 할지에 대해 답을 했다.

손정의 회장은 당시 "미국 시장, 그곳이 바로 우리가 암 상장과 관련해 보고 있는 시장"이라며, "아마도 나스닥일 것이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후 수개월 동안 손정의 회장은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에 이어 리시 수낵 현 총리의 거듭된 호소에 초기 생각에서 한걸음 물러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현 수낵 총리와 그의 고문들은 원래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설립되었고, 이전에 런던증권거래소에 등록되었던 암(Arm)이 열정적인 영국 상장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들은 런던은 물론 뉴욕 시장에의 이중 상장도 지지했다.

손정의 회장은 암의 최고경영자 르네 하스(Rene Haas)와 최고재무책임자인 제이슨 차일드(Jason Child)에 최선의 거래소 상장 협상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요청에 따라 그들은 IPO를 계획하는 기업들 대상으로 한 전문 자문사인 이슈어 네트워크(Issuer Network) 컨설턴트 팻 힐리(Pat Healy)에게 거래소와의 협상과정에서 자문을 요청했었다고 한다.

거래소 협상 과정에서 수낵 총리와 그 팀은 하스 최고경영자, 차일드 최고재무책임자에게 전화 폭탄을 퍼부으면서 소프트뱅크 팀은 이중 상장에 대해 점점 더 진지하게 고려했다고 한다.

리시 수낵 총리는 지난해 12월 총리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서 하스 최고경영자를 만나 논의를 거듭했고, 손정의 회장도 화상회의를 통해 함께 했다고 한다. 이때 손 회장은 수낵 총리의 열정과 암의 사업에 대한 자세한 이해도에 깊은 감명까지 받았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수낵 총리실은 특정 회사와의 논의에 대한 논평은 거부했다. 다만 총리 일정상 해당 달에 암과 소프트뱅크 관계자를 만났다는 점은 확인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의 고위 임직원들은 추가 비용과 복잡한 문제 때문에 이중 상장을 크게 반대하면서 손정의 회장이 영국 총리의 매력과 개인적 호소에 빠질까 하는 우려를 하였다고 한다.

소프트뱅크는 자금과 지원 문제 외에도 특수관계자 거래와 관련된 면제 등을 포함하여 런던거래소 상장을 희망했다고 한다. 영국런던거래소는 한 기업이 특수관계자와 거래할 경우 주주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소프트뱅크는 그 예외 인정을 요청하며 미국 기준처럼 명시적 승인없이도 해당거래를 단순히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말이다.

소프트뱅크의 한 가지 우려 사항은 바로 수백 곳의 기술회사에 투자하고 있는데, 암이 특수관계자 가운데 거래할 때마다 투자자 승인을 얻어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영국의 강력한 구애 조치에 미국측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주일 미국 대사인 람 에마누엘(Rahm Emanuel)도 수낵 총리의 최선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미국측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이례적인 개입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미 백악관과 투자은행에서도 일했던 전 시카고 시장인 람 에마누엘은 손정의 회장과 그의 측근을 12번 이상 만났다고 한다. 그는 암이 영국증권거래소에 이중 상장할 경우 "보상보다는 처벌에 가까운 조치를 받을 것"이라는 견해를 반복적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그는 프리드먼 나스닥 최고경영자와 그 직원들과 함께 이중 상장 기업의 주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종 기업들보다 낮은 실적을 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조사연구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시가총액 1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 사이 550개 이상의 기업 그룹을 대상으로 미국에서만 상장된 주식, 외국 상장을 보유한 미국 ADR과 런던 상장을 보유한 미국 ADR을 비교 분석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만 상장된 주식은 거래량이 2.5배, 유동성이 약 3배, 주가 대비 중간평가액이 2배 더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전했다.

소프트뱅크만을 위해 작성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만 상장한 동종 기업들은 외국 상장을 가진 미국기업 ADR보다 더 엄격한 스프레드, 더 높은 가치 평가 및 더 큰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및 영국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등 "추가 고려해야 할 비용이 있다"라고 적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프리드먼 나스닥 최고경영자는 일본 도쿄까지 날아가 소프트뱅크 설립자 손정의 회장을 직접 만나 단독 상장을 지지하고 왔다고 한다.

소프트뱅크그룹과 암은 지난 3월에야 단독 상장 방향으로 기울었다고 하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그들이 원했던 특수관계자 거래 면제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영국과의 경쟁을 지렛대 삼아 프리드먼 최고경영자 등 나스닥의 양보를 압박할 수 있었다. 또한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원래 예약했던 ARM 티커명을 재빠르게 확보했다고 한다.

조금 더 복잡한 문제는 5천만 달러의 마케팅 예산과 나스닥 100 편입 이슈였다. 소프트뱅크는 자신들이 원하는 이벤트에 마케팅 예산 배정을 할 수 있는 더 큰 재량권을 요청했다. 또한 반도체 설계기업이 나스닥 100에 편입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갖을 수 있게 특정 기준에 대한 나스닥의 지원을 원했다. 나스닥 100 편입은 많은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원했던 것이다.

나스닥과 암이 이 마지막 이슈들을 놓고 밀고당기기를 하는 동안 미국 뉴욕증권거래소가 마지막 순간 기습적인 제안을 갖고 들어온 것이 올 4월 초의 일이었다.

그 경쟁 거래소는 자금과 지원책에서 강점을 보였고, 이로 인해 잠시 암이 일시 중단까지 이르게 했다고 전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이후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다고 한다.

나스닥은 세부 조건에 대한 더 많은 협상 끝에 암이 제기한 핵심 조건에 동의했다고 한다. 암은 특정 이벤트에 대한 자금과 크레딧 등 5천만 달러의 마케팅 예산 집행에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고, 특정 기준에 따라 나스닥 100 편입 등 지원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다만, 암 최고경영자 프리드먼과 나스닥 거래소는 암의 나스닥 100지수 편입에 대해 어떠한 약속도 한 바 없으며, 그 결정은 오직 장점이나 경쟁력에 의해서만 내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세계적인 기술기업의 바로미터로 상징되는 나스닥 100지수는 매년 12월 재편되며 많은 기업들이 편입되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나스닥 100지수 편입 기업 가운데 시총이 작은 기업들로 시리우스 XM 홀딩스, 루시드 그룹, 리비안 오토모티브이다. 암(Arm)이 올해 12월 나스닥 100에 편입될 가능성은 낮지만, 최종 상장 시기에 따라 내년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로젠블랫증권의 앤드루 본드는 나스닥 100지수의 기준이 상당히 상세하게 정의되어 있어 양보할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편입 희망 기업은 나스닥 지수의 산업 버킷 중 한 곳에 속해야 하고, 특정 거래 지표에 도달해야 하며, 사업 규모도 일정 규모가 되어야 한다. 그는 암이 "분명히 그 청구요건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쨌든 암 IPO 유치를 잡아채는 데 성공한 점은 나스닥 거래소의 중요한 승리라고 강조했다.

IPO를 많이 볼 수 없는 시장 환경에서는 이번 IPO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역사적으로 나스닥은 순수한 기술기업 상장 거래소로 여겨졌고 뉴욕증권거래소는 다른 모든 점에서 의미있는 규모를 갖춘 거대 기업들의 집합소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