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돌연 입장 번복 프리고진 옹호…러시아 우크라 전쟁 중대 변곡점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이 러시아 정부를 겨냥한 무장 반란을 일으킨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에 대한 제재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뉴욕증시에서 가장 발행부수가 많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원래 27일 바그너그룹이 아프리카에서 진행 중인 광물 관련 사업과 관련한 제재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무장 반란 사태가 터지자 해당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이 상황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제재 발표를 미룬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현재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미 정부가 러시아 정부와 바그너그룹 중 특정 세력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너그룹은 2018년부터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 정부, 리비아 군벌 등과 군사 지원 계약을 맺는 대가로 광물 채굴권을 확보하며 역내 영향력을 키워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아프리카 국가 다수가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길 거부한 데도 이러한 상황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바그너그룹은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요충지 곳곳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주력부대로 활동해 미국 등 서방의 우려를 샀다. 그동안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바그너그룹이 성장하는 데 대해 이를 표적으로 삼고 고립시켜 이들을 약화하려는 전략을 세운바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접근 방식을 유지할 경우 미국은 잠재적으로 푸틴을 돕는 곤란한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와 관련한 언론 질의에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러시아는 반란 사태를 주동한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병사들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는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스푸트니크,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사태 타결과 관련해 "오늘 사건은 비극적이었다"며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은 취소될 것이다. 그는 벨라루스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의 말이 그가 벨라루스로 떠날 수 있다는 보장"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현재 프리고진의 위치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루카셴코 대통령과 프리고진의 협상 결과 바그너그룹의 철수가 합의됐고, 러시아는 바그너그룹 병사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 진격을 멈추고 철수하기로 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이번 일로 정치적 리더십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 바그너그룹으로부터 등에 칼을 맞은 데다, 상황 수습도 결과적으론 자신이 부하처럼 대하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손에 맡긴 셈이라 이래저래 면을 구기게 됐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23년간 러시아를 통치한 이래 가장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
지난 몇 달간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군 수뇌부를 공개 비판할 때 푸틴 대통령은 입을 다물고 침묵했다. '전술의 달인'인 푸틴 대통령이 충성스러운 부하를 내세워 군 수뇌부를 견제하려는 '큰 그림'을 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남부의 주요 군사 거점인 로스토프나도누 군 사령부를 장악하고, 모스크바 200㎞ 앞까지 진격하며 크렘린궁을 위협하면서 이런 시나리오는 무색해졌다.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직후 직접 TV 연설에 나서 프리고진의 반란은 "반역"이라며 강경 대응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 상황은 더 명확해졌다.
CNN은 "푸틴이 그동안 유지해 온 독재 체제의 궁극적 장점인 완전한 통제력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 언론은 그러면서 "러시아 엘리트들은 대통령의 흔들리는 정권과 그 정권이 더러운 일을 하기 위해 만든 용병 '프랑켄슈타인' 사이에서 실존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1999년 12월 31일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임명된 이후 푸틴 대통령이 이처럼 극적인 도전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과소평가해온 셈이다.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이 진압됐다 하더라도 그 여파가 당분간 지속돼 정치적 불안정을 조장하고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에 물음표를 제기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않다. 무리하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해 인적·물적 피해와 내부 분열만 키웠다는 비판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91년 여름 국가보안위원회(KGB) 강경파의 쿠데타 시도가 몇 달 뒤 소련의 붕괴를 앞당겼다는 점을 거론하며 "역사가 반복된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르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로 한 푸틴의 결정은 가장 큰 전략적 실수이자 조만간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중대한 실수임이 입증됐다"고 분석했다. CNN 방송도 이번 일로 러시아 엘리트층 내에서 푸틴의 권력 장악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뉴욕증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는 무너져가는 전선을 지키기 위해 수십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야 했고, 이로 인해 대규모 이민이 발생했다"며 "러시아 내륙 깊숙이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이 일상화하면서 푸틴이 공들여 쌓아온 강인한 이미지에 구멍이 뚫렸다"고 분석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