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산 원자재 공급망 수급 불안에 EU 국가들 긴장 고조...EU의 대러시아 추가 경제제재에도 큰 영향 미칠 전망

매년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에 달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외국으로부터 받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 나라의 정정 불안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뭘까.
니제르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경우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적지 않아서다. 니제르는 빈국이지만, 우라늄을 비롯해 원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심각한 에너지 대란을 겪은 유로존이 니제르 사태에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의 일환으로 니제르를 비롯해 아프리카 국가들에 인프라와 관련한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는, 프랑스에 이어 둘째로 많은 외국인 투자를 니제르에 쏟아붓고 있는 중국도 이해당사자다.
◇총 6번째 쿠데타…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
니제르가 처음부터 정정이 불안한 나라는 아니었다.
니제르는 한때 아프리카 대륙에서 정세가 가장 안정적인 나라로 꼽혔으나, 지난 1974년 군부 쿠데타를 시작으로 1991년, 1996년, 1999년에 이어 2010년에도 쿠데타가 발생하는 등 지금까지 총 5차례의 쿠데타를 겪는 불안한 나라로 전락했다. 이번 쿠데타가 6번째인 셈이다.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선출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축출한 니제르 군부세력은 반민주주의적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무력 개입하겠다고 밝힌 서아프리카 15개국 연합체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어 니제르의 향후 상황을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권도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세력에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아직은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전력생산을 원전에 의존하는 프랑스, 에너지난 위기 고조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니제르 사태로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국제 원자재 수급이 취약해진 유로존에 또다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 전력생산의 70% 이상을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는 프랑스의 경우 원전 가동에 들어가는 연료인 우라늄의 15%가량을 니제르에서 수입하고 있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유럽연합 전체적으로도 우라늄의 20% 정도를 니제르에서 들여오고 있다.
니제르는 세계 7위의 우라늄 생산국이다.
니제르발 우라늄 공급망 불안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EU가 앞으로 러시아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추가 제재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미국과 함께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를 취해왔지만 그에 포함되지 않았던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이 추가적으로 검토되고 있으나 니제르산 우라늄의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EU 회원국들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EU가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우라늄의 규모가 큰 것과 직결돼 있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인베스티게이트유럽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상관없이 여전히 러시아에서 수입해 오는 우라늄은 EU 전체 수입량의 20%에 달한다.
대표적인 원전 강국인 프랑스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영국, 스페인, 벨기에, 독일, 스웨덴, 체코 등 상당수 EU 국가들이 많든 적든 원전을 전력 발전에 이용하고 있어서다.
러시아가 EU를 비롯한 서방권의 제재에 맞서 지난해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사실상 멈추면서 큰 위기를 맞은 경험이 있는 EU 입장에서는 앞으로 니제르 쿠데타 사태의 추이를 봐가면서 추가 제재 조치를 검토해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