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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젊은 엘리트, 해외 유학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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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젊은 엘리트, 해외 유학 줄고 있다

2023년 3월 28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연방대법원이 인종에 민감한 대학 입학 문제를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다양한 학생 단체 구성원들이 한데 어울려 캠퍼스를 가로질러 나아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3월 28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연방대법원이 인종에 민감한 대학 입학 문제를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다양한 학생 단체 구성원들이 한데 어울려 캠퍼스를 가로질러 나아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젊은이들이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본토로 회귀하고 있다. 해외 유학 규모도 줄고 있다. 영국 등 일부 국가에 유학생 숫자가 늘고 있지만, 전체 규모는 줄고 있다. 중국의 기성세대에서 촉발한 교류와 협력의 단절이 중국의 젊은 층에도 확산되고 있다.

네이처는 지난 8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중국 견제 강화, 중국 유학생의 해외 취업난과 중국인에 대한 거부감 확산 등 다양한 이유로 중국 유학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것이 일시적일지 아니면 계속 이어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중국 유학생 규모의 변화


중국 유학생들이 코로나 직후 건강 문제로 귀국하던 흐름이 최근 미·중 갈등 고조와 중국인 기피 흐름이 퍼지면서 유학이 줄어들고 있다.

2022년 전 세계 중국 유학생 수는 약 450만 명으로 이들 가운데 귀국한 화교 졸업생 수는 대략 130만 명으로, 전체의 약 30% 수준에 달했다.

중국 국무원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2022년 귀국 화교 졸업생 수가 1년 전보다 8.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본토에서 유학하는 유학생 수는 해마다 증가해 2019년 71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2020년 이전 수집된 IIE 데이터에 따르면, 한때 중국 학생은 미국 내 단과대 등록 전체 유학생 중 3분의 1을 차지했으며, 학생 수는 약 37만 명이었다. 지난 2년간 중국인에 발급된 미국 유학생 비자는 2021년 약 10만명에서 2022년 5만8000명으로 거의 절반이 줄었다.

2020년부터 미국 정부는 중국 군사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다고 보이는 중국 기관에서 공부한 과학 및 공학 대학원생의 비자를 거부했다. 미국 고등교육 연대기에 따르면, 2022년 여름 미국은 2021년 같은 기간에 비해 중국 학생들에게 비자를 약 45% 적게 발급했다.

호주도 중국 학생들이 선호하는 유학지였지만, 최근 몇 년간 긴장 관계가 점점 더해가면서, 2020년부터 호주의 중국 학생 수는 전년 대비 약 10% 줄고 있다.

최근 미국 대신 영국 유학이 늘고 있었지만, 비자 신청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에는 유학 비자가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유학생이 줄어드는 배경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백만장자의 중국 탈출과 증가하는 자본 유출과는 분명 다른 흐름이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중국의 국가안보법, 반스파이법 등 내부 단속이 강화되며 중국의 부자들이 중국을 빠져나가고 있다. 또한, 중국에 투자한 중국의 기업들도 베트남을 비롯 동남아에 공장을 건설해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인에 대한 적대감이 증가한다는 인식이 젊은층 인식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 젊은이들에게 미국에서의 생활과 진로에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식 현대 사회주의에 입각한 글로벌 질서 수립 등을 노골화하고 대만 통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 등을 보이자 미국 등 자유 진영 대부분 국가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급상승해 70~80% 이상에 도달하면서 중국인이 자유 진영에서 생활하기 힘들어졌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폭행 사태도 있었다.

중국으로 회귀하는 젊은이들은 주로 부유층과 엘리트층이다. 해외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와 해외, 특히 미국과 갈등이 높아지면서 중국 젊은이들이 미국에서의 성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면서 귀국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무부는 2018년에 스파이 증거를 찾기 위해 미국에서 일하던 특정한 중국인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결과 여러 중국인 과학자 체포와 약 1000여 명의 중국 연구원 귀국으로 이어졌다. 2021년까지 많은 혐의가 취하됐지만, 증오 범죄의 증가와 같은 부정적 인식은 중국 학생과 학부모의 의사 결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에도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증가해 중국인에 대한 미국 첨단 기업, 연구소 취업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형성되자 미국에 대한 유학이 줄었다.

비싼 비용과 인종차별, 생활문화 차이에도 불구하고 해외 유학을 했음에도 미국에서 취업이 어렵고 중국으로 돌아와도 취업난으로 유학 이점이 크지 않자 젊은이와 그 부모들이 굳이 부담을 지고 해외 유학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어린 시절 중국에서 자란 젊은이들은 중국 문화에 더 친화적이며, 이는 중국에서 더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의식이 작용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또, 중국의 젊은이들은 중국의 부상과 발전에 자부심을 느끼며, 본토에서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민족주의 정서가 강하다.

특히, 중국이 ‘천인계획’ 등을 통해 해외 최고 연구소나 대학, 기업에서 연구 활동과 경영을 한 경험이 있는 인재를 대거 유치해 이들이 중국이나 홍콩 주요 대학이나 연구소에 자리 잡은 것도 굳이 해외 유학을 떠나지 않아도 선진 학문을 배울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본토와 홍콩 대학이 좋아지면서 최고의 교육을 받기 위해 비싼 해외 학위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기술, 과학, 수학, 엔지니어링 등 주요 분야에서 국제적 수준의 논문 발표와 인용이 늘자 중국 자체 고등 학문 발전에 자신감도 갖게 된 것이다.

특히, 홍콩이 코로나 이전부터 중국 본토의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본토 학생들의 홍콩 대학 입학률은 2018년과 2019년 사이에 거의 7% 증가했다.

홍콩은 인종차별이 없고 등록금 비용이 저렴해 '안전하고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간주되어, 중국 부모들은 코로나와 지정학적 갈등 이후 자녀들을 해외 유학보다 홍콩 유학을 더 선호하도록 만든 것이다.

향후의 전망


중국 유학생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가 큰 원인이 되었지만, 이후 서방 국가의 반중 정서 증가, 중국과 서방 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 다른 요인들이 겹쳐 유학에 대한 선호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젊은이들에게 자국에 대해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 경제, 군사, 기술 등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중국에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만들려면 자신들이 중국으로 돌아가 중국의 발전을 더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유학을 했거나 유학을 떠나지 않는 젊은이들은 중국 경제 성장과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인적 자원 경쟁력 강화와 함께 중국의 내수 시장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문화 교류를 약화시켜 양국 관계의 악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젊은이들이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본토로 회귀하는 현상은 일시적일지 아니면 중장기적 추세로 연결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 강화가 계속되는 한, 이 현상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학 관심이 재점화되고 있는 징후들도 몇몇 있다. 고등학생을 유학에 대비시키는 중국 국제 커리큘럼 학교의 2025년 졸업반은 현재 2021년보다 42% 더 커졌다. 그 학생들이 어디에 지원할지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되면 유학의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불확실성이 있는 한, 중국 유학생들은 미국 외 다른 나라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