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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AI 칩 수출 제한…SMIC이 대안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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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AI 칩 수출 제한…SMIC이 대안 찾을까

미국과 네덜란드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네덜란드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최근 AI 칩 수출 제한은 중국 AI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 전망이다.

중국 AI 및 GPU 공급업체는 첨단 칩을 어디에서 수입하고 개발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에 빠졌다. 당장 미국의 수출 제한으로 칩 공백을 메우기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엔비디아와 인텔이 중국 시장용으로 개발한 제품을 포함해 대부분의 미국산 AI 가속기 및 GPU의 판매가 제한됨에 따라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

중국 정부에서 AI 칩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중국 자체 기술 수준이 아직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의 수출 제한으로 중국은 AI 칩을 규제를 우회하지 않고는 구입할 수 없다. 규제를 우회해 수입한다는 것은 시간과 돈이 더 많이 소요되는 힘겨운 작업이다.
당초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의 자체 기술 수준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화웨이가 개발한 AI 칩인 어센드(Ascend) 칩이 기술적으로 뒤처져 있지만, 엔비디아의 A100 칩에 근접한 성능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어센드는 화웨이가 AI 모델의 학습 및 추론을 가속화하려고 설계한 것으로, 학습과 추론 등 두 가지 유형으로 개발된 칩이다.

일각에서는 화웨이의 어센드 제품군이 미국의 보이콧에 대응하여 자체 개발 속도를 높여 미국의 AI 칩을 대체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개발된 어센드는 속도에서는 A100에 근접했지만, 정밀도에서 수준이 훨씬 뒤떨어졌다. A100 칩을 대체하기에는 전체적으로 성능이 부족했다.

화웨이는 2019년 미국 규제 대상에 오른 후 TSMC와 거래할 수 없어, 차세대 어센드 가속기를 SMIC 등 중국 반도체 제조 역량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에 화웨이는 중국 자체적으로 AI 칩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전자 설계 자동화 플랫폼을 개발 중이지만, 엔비디아 수준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은 최신 AI 칩 수출을 제한하는 것 외에도 바이런 테크날러지(Biren Technology)와 무어 쓰레즈(Moore Threads)를 포함한 13개 중국 기업을 상무부의 규제 법인 목록에 추가로 등록하는 규제를 단행했다.

이 두 기업은 중국에서 가장 유망한 GPU 공급업체로 미국의 기술을 사용해 칩을 개발하고 있었다. 이제 규제로 미국의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또한, 모두 TSMC에서 칩을 제작하는데, 이것 또한 불가능하다.

새로운 AI 가속기를 개발하려면 TSMC에 최적화된 기존 설계를 SMIC 같은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공정 기술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SMIC는 중국의 유일한 대규모 반도체 제조업체이지만, TSMC에 비해 기술 수준이 낮다. 기존 설계를 SMIC의 공정 기술에 맞게 수정할 경우 칩 성능과 효율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SMIC는 최근에야 14나노 공정 노드를 기반으로 칩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최근 화웨이의 Mate 60 Pro 출시를 통해 7나노 공정에서 칩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시연했지만, 실제로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내년에 제재가 본격화되면 칩 생산에 사용되는 DUV 장비 접근에도 심각한 제한이 부과된다.

SMIC는 TSMC에 비해 생산량이 적다. 따라서 중국 AI 칩 기업들은 SMIC의 생산 능력을 감안해 생산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또한, AI 칩은 딥 러닝 연산을 위해 많은 수의 트랜지스터가 필요해 모바일 SoC보다 훨씬 더 크다. 화웨이의 Mate 60 Pro에 적용한 칩보다 더 개선된 성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더욱이 SMIC의 7나노는 결함률도 높다.

이에 앞으로 중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이 향상되리라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단기적으로 미국의 규제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더 합리적으로 여겨진다. 중국 AI 산업이 당분간 뒤처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제재에 앞서 확보한 기존 재고가 소진되면 수요 차질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