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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핵공격 언급으로 경질된 이스라엘 장관 ‘천기누설’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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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핵공격 언급으로 경질된 이스라엘 장관 ‘천기누설’ 했나

아미차이 엘리야후 이스라엘 문화유산부 장관. 사진=아랍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아미차이 엘리야후 이스라엘 문화유산부 장관. 사진=아랍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이스라엘이 또 다른 문제로 이목을 끌고 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의 한 장관이 하마스에 대한 핵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문제의 인물은 극우 성향의 아미차이 엘리야후 문화유산부 장관으로 지난 5일(이하 현지 시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가자지구에는 현재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은 (전쟁에) 실패하는 빌미가 될 것”이라면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볼 때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에 아랍권이 발칵 뒤집힌 것은 물론이고 이스라엘 내에서도 커다란 파장이 일었다. 전시내각을 이끌며 이번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라면서 엘리야후 장관의 업무를 정지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그를 문책한 것이 그가 밝힌 대로 오로지 현실과 거리가 있는 것이기 때문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핵무기 보유 사실 자인한 것이니 국제 사찰 필요” 주장


엘리야후의 주장이 나오기 무섭게 네타냐후 총리가 그를 사실상 경질한 것은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사실상 자인한 일종의 ‘천기누설’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화들짝 놀란 이스라엘 정부가 발 빠르게 수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 스스로 핵무기 보유 사실을 확인해준 적은 없는데 하마스와의 전면전이 터지는 비상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극우 성향이 매우 강한 내각의 일원을 통해 의도하지 않게 비밀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팔레스타인 편을 들고 있는 주변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에서 나온 핵 공격 위협에 대해 맹비난에 나선 가운데 이 같은 의심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과 등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 사태 추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는 러시아 정부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네타냐후 총리가 엘리야후 장관을 사실상 자리에서 내려앉힌 뒤 낸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에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여러 가지 의문을 품게 한다”고 주장했다.

자카로바 대변인은 “그 여러 가지 의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의문은 핵무기 보유 사실을 이스라엘이 자인한 것이 아니냐”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의구심이 사실이라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국제 감시조직은 지금 대체 뭘 하는 것이냐”고 덧붙여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인 핵무기 사찰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이스라엘 핵무기 150기 보유”


세계적인 군사 강국인 이스라엘이 이미 자체 개발한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은 그동안 수차례 제기된 바 있으나 한 번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

다만 이스라엘은 이미 건국 원년인 지난 1948년부터 비밀리에 핵 개발에 착수해 상당량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국제 외교가의 정설이다. 물론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에 대해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는 정책을 취해 왔다.

보유 규모에 대한 추정은 제각각이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이스라엘이 핵보유국이라는 주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미국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약 9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앞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2008년 이스라엘이 150기의 핵무기를 보유 중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도 1950년대부터 이스라엘의 핵무장 시도를 파악하고 있었으나 사실상 핵 개발을 묵인해 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