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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만 2023년 대중국 투자 급감…미·중 첫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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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만 2023년 대중국 투자 급감…미·중 첫 역전

대만의 대중국 투자가 올해 처음으로 미국에 뒤졌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대만의 대중국 투자가 올해 처음으로 미국에 뒤졌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
대만의 대중국 투자가 2023년 크게 줄었다. 공장의 신설이나 기업 매수 등 대외 직접 투자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율은 전성기엔 80%까지 달했지만, 2023년엔 10%대로 격감했다.

대만 정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의 9배로 커져 대만의 대외 투자 부문서 첫 미·중 역전이 발생했다. 대만의 대중국 투자는 중국 경제 둔화와 양안 사이의 긴장 고조로 말미암아 눈에 띄게 줄었다.

미·중 대립이 본격화된 이후 대만 기업들은 중국 본토에서 사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친미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 정권은 "중국에 대한 의존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에서 대만으로 생산지를 옮겨오는 기업에 특혜가 주어졌고 이후 중국으로부터의 이전이 늘어났다.

대만 경제부의 조사에 따르면 대만의 외국인 직접 투자는 올 1월부터 11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87% 늘어난 257억 달러(약 33조1270억원)를 기록했다. 반면 대중국 수출은 34% 감소한 29억 달러로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중국과 대만이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한 2010년 중국에 대한 투자는 사상 최고인 84%를 기록했다. 하향 추세에 있던 지난해에도 34%였으나 2023년에는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¼로 줄어든 대중국 투자


지난 30년간의 통계를 살펴보면 대중국 투자는 1999년 기록한 28%가 가장 낮았는데 올해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전적 측면에서도 크게 줄어들었다. 대만의 대중국 투자액은 2010년 146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으나 올해는 당시의 4분의 1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반면 유럽과 미국에 대한 투자는 급증했다.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9배 증가한 96억 달러로 전체의 37%를 차지했다. 독일에 대한 투자도 25배 증가한 39억 달러(15%)로 중국을 넘어섰다. TSMC의 공장 건설과 같은 반도체 관련 투자가 주도했다.

올해 대만의 미국 투자는 중국 투자에 비해 약 3배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이 중국에 대한 직접 투자 금지를 해제한 1993년 이후 미·중 역전은 처음이다. 중국 시진핑 정권은 올 들어 대만 통일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왔다. 차이잉원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그동안 자제해 왔던 경제 부문까지 손을 댔다.

2021년부터는 대만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장악해온 파인애플 등 농산물의 수입 금지로 차이잉원 정권을 흔들어 왔다. 지난 8월에는 대만이 대중 수입규제하는 농산품과 공산품 등 2509개 품목을 모두 조사해 대만에 대한 관세 우대 중단을 예고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 21일 화학물질을 포함한 12개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특혜를 내년 1월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경제 협력을 내세워 대만과 보조를 맞추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대만은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치른다.

각종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민진당 리칭덕 부총통은 차이 총통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 완화' 노선을 이어갈 전망이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당의 후유이 후보는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 대립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인 대만 경제연구소 쑨밍더 소장은 "미·중 대결이 계속되는 한 대만의 대중국 투자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야욕이 노골적일수록 대만은 더 멀리 달아나려 한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