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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달러 대항마 ‘브릭스 통화 출범' 카운트다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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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달러 대항마 ‘브릭스 통화 출범' 카운트다운 시작됐다

브라질‧러시아‧남아공 ‘브릭스 통화 출범’ 합의…중국과 인도까지 승인하면 본궤도
지난 2019년 11월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11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브라질 대통령(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9년 11월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11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브라질 대통령(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사실상 국제 기축통화로 기능해왔던 미국 달러화의 대항마로 브릭스가 추진해온 브릭스 자체 통화의 출범이 가시거리에 들어왔다.

브릭스는 대표적인 신흥 경제국인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이들 가운데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이 자체 통화의 출범에 최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브릭스는 달러화를 내세워 미국이 그동안 주도해온 국제 질서의 대안이 되겠다며 이들 나라가 지난 2009년부터 상설화한 협의체로, 브릭스가 결성된 지 14년 만에 달러화에 맞설 새로운 국제 통화의 출범이 가시화된 셈이다.

러시아 경제학자 글라지예프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 브릭스 통화 출범 합의”


17일(현지 시간) 가상화폐 전문매체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이 브릭스 자체 통화의 출범에 합의한 사실이 러시아 경제학자 세르게이 글라지예프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글라지예프는 1992~1992년 러시아 대외경제부 장관을 지냈고 2012~2018년 크렘린 경제고문을 했던 인물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의 통합 과정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러시아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이자 정치인이다.

그는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이 최근 브릭스 독자 통화의 출범에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글라지예프는 브릭스 진영 언론매체인 TV 브릭스와 지난해 10월 진행한 인터뷰에서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 사이에 합의가 이뤄져 브릭스의 독자적인 통화 출범 계획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달러화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국제 금융질서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데 세 나라 간 공감대가 확인됐다”면서 “달러화에 의존하는 국제 금융시스템의 개혁에 나서기로 세 나라가 합의했기 때문에 앞으로 30~40년 후면 국제 통화 질서에 커다란 변화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라지예프는 중국과 인도가 추가로 합의하면 브릭스 자체 통화가 본격적으로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브릭스의 나머지 국가들, 즉 중국과 인도가 마저 승인을 해주면 브릭스만의 독자적 통화가 출범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글라지예프는 다만 구체적인 출범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크립토폴리탄은 브릭스 자체 통화의 출범이 카운트다운에 사실상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브릭스 통화의 출범은 단순히 달러화의 대안으로 제시된다는 측면뿐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해온 달러화의 퇴조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기 불가피


또 다른 암호화폐 전문매체 워처구루에 따르면 브릭스 통화의 출범은 달러화를 내세워 글로벌 경제 질서를 좌우해온 미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상황은 미국이 만성적인 재정적자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국면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기축통화로서 달러화를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큰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은 정부가 벌어들이는 돈보다 지출이 많은 만성적인 재정적자 국가로 유명하다. 그러나 빚더미에 앉아있으면서도 미국 경제가 큰 문제 없이 굴러올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상 글로벌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달러화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국가여서 빚을 갚을 필요성 자체가 원천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브릭스 자체 통화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 달러화 자체도 폭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미국의 재정적자 및 부채 문제가 처음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국제 투자자들이 달러화를 멀리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크고, 그에 따라 달러화의 폭락 역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워처구루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브릭스 통화의 출범이 가시권에 든 상황에서 신속한 대처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달러화의 위기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