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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2024년 ‘용의 해’…中 출생률 '반등의 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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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2024년 ‘용의 해’…中 출생률 '반등의 해' 될까

중국의 여행전문 포털사이트 차이나하이라이츠닷컴이 2024년 ‘용의 해’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말 배포한 포스터. 사진=차이나하이라이츠닷컴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여행전문 포털사이트 차이나하이라이츠닷컴이 2024년 ‘용의 해’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말 배포한 포스터. 사진=차이나하이라이츠닷컴
중국의 음력설인 춘제(春節)가 끝나면서 서구 언론의 시선이 중국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좁게는 중국인 입장에서 올해가 예년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고, 넓게는 이 문제가 중국 사회 안에서 그치지 않고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전 세계에도 미칠 파급 효과가 적지 않아서다.

다수의 서방 언론이 2024년 ‘용의 해’를 맞아 중국의 출생률이 반등할 가능성을 놓고 앞다퉈 전망을 내놨다.

중국 문화권에서 용은 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유일한 상상의 동물로, 변화무쌍한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존재로 왕권·권력·풍요 등을 상징한다.
지난해 중국의 출생아 수는 1949년 건국 이후 처음으로 1000만 명대를 밑돌았다.

중화권의 ‘용띠 자녀’ 선호 현상


용의 해를 계기로 중국의 저출산 기조에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용의 해가 중국과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에서는 길조(吉兆)로 간주되기 때문에 출산에 대한 관심도 커서다.

용의 해에 출생한 아이는 악을 물리치고 가정에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속설이 중화권에서는 일반적으로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통계를 보면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화교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용띠 해에 출산율이 높았다. 역시 용띠 해였던 지난 2000년 홍콩에서는 출산율이 전년 대비 5.4% 급증한 바 있다.

출산 관련해 ‘용의 해’ 희망적으로 보는 시각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최근 보도는 중화권의 이 같은 인식이 현재도 살아있음을 확인해준다.

환구시보는 지난 9일(현지 시간) 낸 사설에서 “속담에 ‘용의 해에는 대운이 따른다’는 말이 있다”며 올해에 대한 중국인의 기대감을 키우는 전망을 내놨다.

환구시보는 이어 다음 달 낸 기사에서는 국공립 종합대학인 난카이대의 연구 자료를 인용해 정부가 대가족과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전제하에 용의 해를 맞아 중국에서 ‘소규모 베이비붐’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국립 톈진대학의 인구 전문가인 위안신 교수도 지난 용의 해였던 2012년의 사례를 들어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의 출생률은 2012년 1000명당 0.22명 정도 소폭 증가한 경험이 있다”면서 “올해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출생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1000명당 6.39명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회의적인 시각


물론 용의 해와 출생률의 상관관계를 의심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중국 인구학자로 유명한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의 이푸셴 교수는 뉴스위크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과 중국 소속인 홍콩뿐 아니라 중국에서 기원한 십이지를 사용하는 대만, 싱가포르, 한국을 대상으로 중국 통계 당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용의 해 출생률이 소폭 증가한 것은 사실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교수는 “2012년보다 앞선 용의 해였던 2000년의 통계를 보면 중국의 출생률은 1000명당 0.23명이었다”면서 “이는 토끼 해였던 1999년과 뱀 해였던 2001년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용의 해와 출생률 증가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오히려 “만약 올해 중국의 출생률이 소폭이라도 상승한다면 용의 해여서가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감소했던 결혼 건수가 회복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