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은 2016년 버크셔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처음 등장한 이후 주가 상승과 추가 매입으로 그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2023년 9월 말 기준 애플 주식은 버크셔 상장주식 포트폴리오의 약 50%를 차지하며 가장 큰 보유 종목이었다. 버핏은 2020년 주주 서한에서 애플 주식을 손해보험 사업 등과 함께 버크셔가 보유한 '보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매각은 애플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실현 목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2023년 10~12월 동안 애플 주가는 약 12% 상승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대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애플을 포함한 기술주 등 금리 민감도가 높은 종목들이 급등했던 것이다. 버크셔는 이번 매각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버크셔는 애플 외에도 미국 IT기업 HP, 미국 미디어 대기업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지분도 일부 줄였다. 또한 2023년 4~6월 기간에 신규 취득한 미국 대형 주택업체 DR호튼의 주식을 모두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버크셔는 미국 석유 대기업 셰브론과 이미 지분법 적용 회사인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주식 매수를 늘렸다. 두 회사 모두 유가 하락으로 인해 주가가 10~12월 동안 10% 내외로 하락한 상황에서 버크셔는 이를 투자 기회로 보고 매수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버크셔는 분기별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13F 보고서를 제출하여 보유 종목을 공개해야 한다. 이번 보고 내용은 전체 상장주식 포트폴리오의 일부만 반영한 것으로, 버크셔의 전체 투자전략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다.
투자자들은 버크셔의 2023년 10~12월 기간 주식매매 동향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2월 말 발표될 2023년 연간 결산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버핏이 연례적으로 연차보고서에 첨부하는 주주 서한에서 연이은 최고치 경신으로 들썩이는 미국 주식시장과 2023년 11월 사망한 그의 우군 찰리 멍거에 대해 어떻게 언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