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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유니클로, 40년 간 패션상식 뒤집는 혁신으로 '대중패션 제국'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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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유니클로, 40년 간 패션상식 뒤집는 혁신으로 '대중패션 제국' 건설

"모든 사람을 위한 옷, 계급과 국경 허물어"

일본 패스트 패션 업체 유니클로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패스트 패션 업체 유니클로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사진=로이터
35세였던 야나이 마사오 씨가 유니클로 1호점을 만든 지 올해로 40년이 되었다. 히로시마 시내 뒷골목에 있던 작은 캐주얼 의류점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모기업인 패스트 리테일링은 올해 8월기 매출이 3조 엔을 돌파할 전망이며, 현재 시가총액은 13조 엔이 넘는다.

유니클로는 '자라(ZARA)'를 전개하는 스페인의 인디텍스 등과 경쟁하는 세계 유수의 의류 기업이 되었다.
'옷을 바꾸고, 상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패스트 리테일링의 기업 이념은 패션 업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창하다. 거창한 말이지만, 야나이 회장은 이를 진지하게 추구해 왔다.

인간의 삶에 있어 기본적인 '의식주' 중 하나인 옷은 생활문화의 큰 요소이다. 유니클로는 옷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야나이 회장은 "옷도 편의점 도시락도 똑같다"고 말했다. 서양에 대한 동경 때문인지 일본에서는 브랜드와 패션성, 새로움만 강조되어 소비자는 옷의 가치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 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옷도 도시락도 같은 상품인 만큼 품질과 맛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 DC 브랜드 붐으로 젊은이들이 유행을 좇았던 시대와 거품이 꺼지면서 의류 단가는 2010년대에 걸쳐 40% 정도 하락했다. 유니클로는 중국 위탁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해 양털 등 '가격 파괴'를 일으켰다. 백화점에서 수만 엔 정도의 중간 가격대의 의류가 팔리지 않은 지 오래다.

유니클로는 "부품으로서의 옷을 스스로 선택해서 입게 되었다"는 변화를 가져왔다. 업계가 고안해낸 매년 유행과 스타일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쫓겨나던 시대는 지났다. 안정된 품질의 스테디셀러를 다른 브랜드와 자유롭게 조합해 나만의 옷으로 만드는 평상복의 풍요로움. 언제부턴가 '유니바레(유니클로 옷 입은걸 들키거나 들킨게 부끄럽다)'라는 말도 듣지 않게 되었다. 스포츠 의류 외에 보온성, 신축성 등 과학적으로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기능성을 내세운 옷이 확산된 것도 유니클로가 그 선구자다.

해외 전략에서도 유니클로의 본질이 드러난다. 2006년 뉴욕 소호 지역에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무렵, 지금은 익숙한 빨간색 바탕에 흰색 가타카나로 된 '유니클로' 로고가 이때 만들어졌다. "그 로고 덕분에 우리는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한다. 매장뿐 아니라 시내를 달리는 택시 지붕 광고 등 곳곳에 네모난 로고를 배치해 일본발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로고 디자인과 브랜드 전략을 맡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토 카시와는 "우수한 공산품의 치밀함, 정확성, 청결함 등의 이미지를 많이 염두에 두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세계를 석권한 토요타 자동차나 소니 등 일본 제품이 가진 신뢰도, 하지만 희소가치를 중시하는 패션계에서는 반대로 공산품이나 대량 생산은 부정적인 요소였다.

사토 씨는 "꼭 그곳을 타파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파리의 오트쿠튀르(디자이너의 디자인 작품을 완성하는 봉제실)가 정점이고, 밑바닥은 매스 브랜드라는 '계급'을 없애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패스트패션으로 불리는 자라(ZARA)나 북유럽의 헤네스 앤 모리츠(H&M)는 가격 파괴를 일으켰지만, 유행과 희소성을 추구하는 기존 산업의 맥락에서 보면, 유니클로가 선구자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조소매(SPA)로서 유니클로의 선배격인 미국 갭은 어떨까.

청바지 판매를 민주화한다는 창업 이념과 유니클로와의 공통점은 많지만, 야나이 회장은 갭과 유니클로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그들은 미국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반면, 우리는 전 세계에서 팔리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옷'이라는 유니클로의 선언에는 계급뿐만 아니라 나라라는 개념조차 없애는 함의가 담겨 있다. 히트텍의 '따뜻함' 등 기능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세계 누구나 알 수 있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최신 봄 여름 상품에서는 신소재를 사용하여 청바지 등을 가볍게 만들었다.

자동차부터 식품에 이르기까지, 매스 브랜드(대량 생산 브랜드)의 공업제품은 생활 수준의 평등화에 기여하였다. 하지만 세상은 변화하였고, 갑자기 강력한 역풍이 불어닥쳤다. 편의점 도시락과 마찬가지로, 옷 또한 제작 및 판매 과정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요구되고 있다. 즉, 구매자뿐만 아니라 생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편의점의 24시간 영업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으며, 의류의 경우 봉제 공장과 원료 생산 과정에서의 노동자 대우와 인권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환경에 직결되는 대량 폐기 문제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소비자들은 헌옷 등 지속 가능한 상품을 선택하기 시작하면서 '풍부한 옷'의 정의 또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유니클로가 어디까지 탈피할 수 있을지는 흥미로운 관심사이다. 유니클로의 대응은 대량 생산 브랜드의 성쇠를 결정하는 선행 사례가 될 것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