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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직장인 10명 중 7명 꼴 “번아웃 경험”...역대 최고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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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직장인 10명 중 7명 꼴 “번아웃 경험”...역대 최고 수준

번아웃 상태의 직장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번아웃 상태의 직장인. 사진=로이터
미국 직장인들의 업무 피로도가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재택근무제가 없어지고 사무실 출근을 강제하는 조치가 확산되면서 번아웃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교육기술 전문기업 무들이 최근 여론조사업체 센서스와이드와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 직장인의 66%가 업무와 관련한 극심한 피로감, 즉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그동안 번아웃과 관련해 진행된 조사에서 나온 결과 가운데 최고 비율이다.

연령별로 보면 젊은층의 번아웃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8~24세 응답자의 81%, 25~34세 응답자의 83%가 번아웃을 겪고 있다고 답한 반면에 55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49%로 나타났다.
번아웃의 주요 원인으로는 △처리해야 하는 일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 시간이 부족해서(24%) △업무 수행을 위한 자원과 도구가 충분하지 않아서(24%) △불안정한 경제 상황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이 커서(20%)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과중 때문에(19%) 등이 꼽혔다.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에 속한 모든 공무원에게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하는 방침을 확정한 것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조치가 번아웃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포브스는 전했다.

스콧 안더버그 무들 최고경영자(CEO)는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직장인들은 전반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의 번아웃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출근제 복귀 조치가 이같은 스트레스를 더욱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더버그 CEO는 "인공지능(AI)에 대한 두려움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젊은층일수록 AI가 자신의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 따르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27%가 "AI가 내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55세 이상 응답자(8%)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반면에 AI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Z세대도 24%로 나타나 AI를 생산성 향상에 유용하다고 평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번아웃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은 직원들의 업무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유급휴가(PTO)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리조트업체 ARDA의 제이슨 가멜 CEO는 "번아웃 예방을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미국 직장인의 60% 이상이 2024년에 유급휴가를 다 쓰지 않고 남겨뒀다"고 지적했다. 그는 "휴가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미국 기업들은 번아웃 해소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출근제 복귀 정책이 이같은 노력과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안더버그 CEO는 "단순한 복지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기업이 좀 더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직원들이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