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980km 국경 합의로 지역 불안정 해소
EU 이어 일본도 정상회담 추진..."자원 풍부한 지역과 경제협력 확대 가능성"
EU 이어 일본도 정상회담 추진..."자원 풍부한 지역과 경제협력 확대 가능성"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지난 3월 13일 980km에 달하는 국경을 확정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이 국경의 상당 부분은 소련 붕괴 이후에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어 빈번한 갈등의 원인이 되어왔다. 이어 3월 31일에는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세 나라의 복잡한 국경 교차점을 설정하는 또 다른 협정을 체결했으며, 이를 기념하는 은색 기념비도 세워졌다.
우즈베키스탄의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지난 4월 4일 유럽연합(EU)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불과 7, 8년 전만 해도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이 없었다"며 지역 내 신뢰가 높아지고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올해 중앙아시아 경제가 6%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지역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5개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인구 8천만 명에 희귀 금속 및 천연가스와 같은 자원이 풍부하다.
중앙아시아는 역사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무역로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5개국 모두 이슬람이 주요 종교이며, 타지키스탄을 제외한 모든 국가는 터키와 강한 민족적 유대를 맺고 있다.
이 지역은 2021년과 2022년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사이에 수자원 권리를 놓고 무력 충돌이 발생했을 때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다. 전면전으로 번질 우려가 있었으나, 공유된 위기의식으로 인해 국가들은 국경 협정 협상에 나서게 되었다. 그 결과 국경이 개방되고 지역이 안정화되면서 국가 간 공동 프로젝트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EU는 이러한 전환점을 기회로 삼아 중앙아시아를 새로운 경제 파트너로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EU는 실크로드를 되살리고 지역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120억 유로(약 13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 회랑은 양 지역 간의 미개척 사업 잠재력을 열어줄 것이며, 중앙아시아 5개국 간의 연결과 무역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국경 협정은 일본에도 큰 의미가 있다. 1999년 8월, 타지키스탄의 이슬람 무장 세력이 불분명한 국경을 넘어 키르기스스탄으로 침입해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소속 일본인 지질학자 4명과 현지 통역사를 납치한 사건이 있었다. 인질들은 약 두 달 후 풀려났지만, 이 사건은 일본과 중앙아시아의 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한 키르기스스탄 사업가는 2021년 인터뷰에서 "납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관계가 달라졌을 것이고 이 지역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경 문제의 해결은 이러한 측면에서 새로운 전망을 열어주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8월 EU보다 먼저 중앙아시아 지도자들과 첫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당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거대지진 가능성에 대한 주의보로 인해 마지막 순간에 여행을 취소해야 했다.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는 조만간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이 지역의 긍정적인 인식을 감안할 때, 양측이 강력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의 자원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한 수자원 관리, 환경 보호, 재생 에너지 개발 등의 과제 해결에도 일본의 기술과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