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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트럼프의 베네수엘라인 강제송환 유예 종료 승인…34만명 체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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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트럼프의 베네수엘라인 강제송환 유예 종료 승인…34만명 체류 위기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앤슨에 위치한 이민구치소 모습. 미 대법원 판결의 중심에 선 베네수엘라인 디오버르 밀란을 비롯한 수용자들이 구치소 안을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앤슨에 위치한 이민구치소 모습. 미 대법원 판결의 중심에 선 베네수엘라인 디오버르 밀란을 비롯한 수용자들이 구치소 안을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수십만명에게 부여된 강제송환 유예 조치를 종료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 같은 행정부의 방침을 막아온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고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조치로 약 34만8000명의 베네수엘라인이 미국 내 체류와 노동 허가를 잃을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들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중 부여된 ‘임시보호신분(TPS)’을 근거로 미국에 머물러 왔다. TPS는 전쟁, 자연재해, 정치적 혼란 등으로 자국에 돌아가기 어려운 외국인에게 미국 내 임시 체류와 취업을 허용하는 제도다.
로이터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이 추진한 TPS 종료 결정과 관련해 이를 중단시켰던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의 명령을 해제하라는 미 법무부의 요청을 수용했다.

국토안보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23년 연장한 TPS 대상 중 일부 베네수엘라인에 대해 체류 연장을 취소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에드워드 첸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 판사는 “이들을 범죄자로 일반화하는 행정부의 주장은 근거 없으며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은 미국 일반 인구보다 학사 학위 보유 비율이 높고 범죄율은 오히려 낮다”고 밝혔다.

앞서 제기된 소송은 TPS 수혜자들과 권익단체 ‘전국 TPS 연합’이 공동으로 낸 것이다. 원고 측 변호인이자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이민법 센터 공동 소장인 아힐란 아룰라난탐은 “현대 미국 역사상 특정 이민자 집단에 대해 신분을 박탈한 최대 규모의 조치”라며 “대법원이 불과 두 단락짜리 명령으로 이를 허용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대법원 제출 의견서에서 첸 판사의 결정이 “행정부가 행사해야 할 이민 정책 결정 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민감하고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영역에서 정부의 재량을 과도하게 제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TPS가 종료되면 관련 신분에 따른 노동 허가도 동시에 박탈되며 약 34만명의 베네수엘라인이 본국 송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원고 측은 이로 인한 전국적 경제 손실도 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에도 아프가니스탄과 카메룬 출신 이민자들의 TPS를 종료한 바 있다. 반면 지난 17일 대법원은 1798년에 제정된 ‘외국 적국인 법(Alien Enemies Act)’을 근거로 베네수엘라인을 추방하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제동을 건 바 있다.

미국 대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이민자 추방 정책과 관련해 엇갈린 사법적 판단들이 동시에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