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니콘 기업 90개 가치 2조 5300억 달러, 중국 162개는 7000억 달러에 그쳐

CB인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이상 가치의 비상장 기술 기업(유니콘) 90개를 보유하며, 이들 총 가치는 2조 5300억 달러(약 3521조 원)에 이른다입니다. 중국은 유니콘 기업 수가 162개로 미국보다 많지만, 총 가치는 7024억 6000만 달러(약 977조 6000억 원)로 미국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은 107개 유니콘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나, 총 가치는 3333억 8000만 달러(약 464조 원)에 그친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유럽 경제 진단 보고서에서 "번영하는 기술 부문이 없는 것이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EU는 미래 성장을 이끌 신기술 분야에서 취약하다"고 밝혔다.
◇ 유럽 테크 성장 가로막는 세 가지 장애물
전문가들은 유럽 기술 산업 침체 원인으로 위험을 피하는 기업 문화, 복잡한 규제, 벤처 자본 부족을 꼽는다.
독일 기술 기업가 토마스 오덴발트는 "실리콘 밸리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유럽이 따라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다 지난해 1월 독일로 돌아왔으나 두 달 만에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갔다.
유럽 벤처 자본 기술 투자 규모는 미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런던 혹스턴 벤처스를 세운 미국 기술 투자자 후세인 칸지는 "유럽에는 분산된 소규모 자본이 많고, 그 위에 매우 크고 느리게 움직이는 관료주의적 준정부 기관들이 있다"며 "미국처럼 역동적인 기부금 자본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 스타트업 지나AI CEO 한샤오는 "독일 사람들이 AI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주제는 윤리와 규제"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서 기술자 구인과 성과 낮은 직원 해고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최근 미국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아마존 최근 설문조사에서 유럽 기업들은 정보기술(IT) 예산의 40%를 규정 준수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기업 3분의 2는 지난여름 시행된 EU AI법 의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실리콘밸리 따라잡기 벅찬 유럽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 경영대학원 수석 연구 과학자이자 AI 스타트업 워크헬릭스 공동 설립자 앤드류 맥아피 연구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미국은 시가총액 100억 달러 이상 기업을 241개 만들었지만, 유럽은 14개에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 상장 기업 상위 10위권 기업은 대체로 1985년에 세워진 반면, 유럽은 1911년에 세워졌다. 1990년대 후반 디지털 혁명이 시작됐을 때 EU 평균 근로자 시간당 생산성은 미국 근로자의 95%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80%도 되지 않는다.
수십 년간 실리콘 밸리에서 살았던 이탈리아 출신 기업가 파브리지오 카포비안코는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거의 모든 것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결정을 매우 빠르게 내린다. 유럽인들은 모든 사람과 이야기해야 한다. 몇 달이 걸린다"고 말했다.
다만 런던 세쿼이아 캐피털 파트너 루치아나 릭산드루는 "유럽은 훨씬 작은 시장이지만, 그렇다고 큰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 최고 전략·운영 책임자: 세바스찬 슈타인호이저는 "미국이나 중국의 대형 AI 기업이 유럽으로 옮기는 것이 유럽에서 자라 훨씬 더 복잡한 규제 틀을 맞추려고 처음부터 투자해야 하는 것보다 더 쉽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소프트웨어 회사 버드의 설립자 로버트 비스는 최근 유럽의 AI 규제 강화를 이유로 주요 사업을 미국과 두바이 등으로 이전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유럽은 과도한 규제를 중단해야 한다. 우리가 유럽을 떠나는 첫 회사일 수는 있어도 마지막 회사는 아닐 것"이라며 규제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