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xAI'와 첫 제휴, 메타·딥시크 모델도 애저 클라우드에 탑재
AI '학습'보다 '활용' 초점, 수익성 우선... 오픈AI 독점적 관계 변화 시사
AI '학습'보다 '활용' 초점, 수익성 우선... 오픈AI 독점적 관계 변화 시사

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19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 '빌드' 기조연설에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xAI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협력을 제안했다. 머스크 CEO는 이날 기조연설에 영상으로 나왔다. 나델라 CEO는 "xAI와 협력해 모델을 개발자들에게 전달하게 되어 기대가 큽니다"라고 말했다.
◇ MS, 머스크 손잡고 AI 판 흔들기
MS는 애저에서 xAI의 최신 LLM '그록 3'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록 3'는 이른바 "검열이 적은 AI"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AI 모델과 달리 '제정신이 아닌(Unhinged)', '섹시한(Sexy)', '음모론자(Conspiracy)' 같은 독특한 음성 방식을 갖춰 표현의 자유를 넓힌 점이 특징이다. 다만, 이런 특성 때문에 가짜뉴스 확산이나 부적절한 발언 생성 같은 위험 관리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xAI의 머스크 CEO는 '그록'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통해 이미 성능을 입증했다며 "다른 회사에도 제공하고 싶다"고 협력 의지를 나타냈다. 이 같은 협력은 MS를 통해 xAI 모델의 판매 경로를 넓히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MS의 이러한 움직임으로 고객들은 오픈AI 모델 말고도 다양한 AI 모델을 애저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MS는 기존 핵심 협력사인 오픈AI(챗GPT 개발사)뿐 아니라 xAI, 미국 메타,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 같은 다양한 AI 기업과 협력을 늘리고 있다. 메타의 AI 모델을 MS 데이터센터에서 운영하며 기업 고객이 쉽게 도입하도록 품질도 보증한다.
◇ '오픈AI와 거리두기'... 달라진 MS의 속내
MS가 이처럼 오픈AI 바깥으로 선택지를 적극 넓히는 까닭은 오픈AI와 전략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MS는 다양한 AI 모델 도입으로 활용을 최대한 늘리고 수익성을 높이는 데 힘쓰며, 고객과 개발자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주고 클라우드 이용 확대를 꾀하고 있다.
반면 오픈AI는 모델 성능을 높이기 위한 '학습'과 자체 모델의 정교화에 집중하는 전략에서 차이를 보인다. 즉, MS는 AI의 '학습'보다 '활용'에 초점을 두고, 여러 AI 모델을 고객이 골라 쓰도록 클라우드 기반 시설(인프라)을 열어주는 전략을 펴고 있다.
◇ AI 전략 대전환...'수익성·플랫폼'에 방점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AI 부문의 스콧 거스리 수석 부사장은 "(대화형 AI인) 챗GPT 등으로 실제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픈AI가 모델 학습에 막대한 클라우드 자원을 쓰지만, 이것이 MS의 직접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현실을 고려한 판단이다. MS는 고객의 클라우드 사용량 증가가 직접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선호하는 만큼, 수익성을 더욱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MS 처지에서는 고객이 어떤 AI 모델을 쓰든 자사 클라우드 사용량이 늘면 수익도 증가하는 구조다. 이에 오픈AI 쪽의 클라우드 자원 요구에 예전처럼 무턱대고 응하기보다 수익성을 따져 엄격히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MS와 오픈AI 사이 미묘한 흐름 변화 속에 소프트뱅크 그룹(SBG)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두 회사 관계가 멀어지면, 소프트뱅크 그룹은 MS 대신 오픈AI의 AI 모델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기반 시설(인프라) 구축을 도울 새로운 협력사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 오픈AI와 '불편한 동거' 계속?... MS의 다층적 해법
MS는 지금까지 오픈AI에 약 140억 달러(약 19조 4782억 원)에 이르는 많은 돈을 투자했다. 하지만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오픈AI의 독특한 경영 방식과 내부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은 여전한 문제다. MS로서는 핵심 성장 동력인 AI 사업의 미래를 한 곳에만 기대는 위험 부담을 알아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픈AI를 대신할 만한 강력한 AI 모델을 확보하려는 MS의 노력은 아직 한창이다. 현재 오픈AI의 기술은 MS의 여러 업무용 소프트웨어에 들어간 AI 비서 '코파일럿' 기능의 핵심 바탕이다. MS는 일부 서비스에서 자체 개발 AI 모델로 바꾸려 하지만, 성능 면에서는 구글 같은 경쟁사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신 보도를 보면 MS는 오픈AI 기술 이용 계약 기간을 늘리는 협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MS가 AI 분야 주도권을 지키고 AI 기반 시설(인프라) 시장에서 '표준' 자리를 차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오픈AI에만 기대는 것에서 벗어나 추가 투자는 되도록 줄이면서도 xAI, 메타 같은 다른 회사 모델을 적극 받아들이고, 중장기에는 자체 AI 모델 개발 능력도 키우려는 여러 갈래의 계획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MS는 오픈AI 기술 이용 계약 연장, 자체 AI 모델 개발, 다른 회사 모델 적극 도입 같은 다양한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이번 xAI와 메타 AI 모델 도입 결정은 나델라 CEO의 이러한 복합적인 전략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처럼 AI 모델 종류를 다양하게 하고 활용을 최대한 늘려 AI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다지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기존 오픈AI 중심에서 벗어나 여러 회사와 손잡고 수익성을 높이려는 뚜렷한 방향 전환을 보여준다. MS의 이러한 움직임은 AI 시장 구도 변화는 물론 업계 안 경쟁에도 새로운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